日군마현, 조선인 징용자 추모비 본뜬 작품 전시'불허'

김혜지 기자 2017. 4. 24.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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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군마(群馬)현에서 22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던 조선인 강제징용자 추모 조형물이 현의 지시로 공개 당일 철거됐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철거된 작품은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존 비석을 모티브로 한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모비'다.

작품이 본뜬 추모비는 군마현립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의 비'를 가리킨다.

작품이 철거된 당일, 군마현의 한 회관에서는 현에서 일하다 숨진 조선인들을 추도하는 14번째 집회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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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립미술관 "내용이 균형돼야 한다" 철거 지시
'기억·반성·우호' 적힌 기존 추도비 모티브
일본 군마(群馬)현에서 22일부터 전시될 예정이었으나 현의 지시로 공개 당일 철거된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모비'. (일본 아사히신문 갈무리) © News1

(서울=뉴스1) 김혜지 기자 = 일본 군마(群馬)현에서 22일부터 전시될 예정이던 조선인 강제징용자 추모 조형물이 현의 지시로 공개 당일 철거됐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지난 23일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철거된 작품은 조선인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기존 비석을 모티브로 한 '군마현 조선인 강제연행 추모비'다. 군마현 마에바(前橋)시에 거주하는 작가 시라카와 마사오(白川昌生·69)가 제작했다.

당초 조형물은 6월25일까지 현립근대미술관의 전시회에 전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개일인 22일 아침 미술관장의 요청으로 시라카와가 직접 철거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이 본뜬 추모비는 군마현립공원에 세워진 '조선인 희생자 추도의 비'를 가리킨다. 이 비석은 일본어와 한국어로 각각 '기억 반성 그리고 우호'라고 적힌 황동색 판으로, 현지 시민단체가 2004년 건립했다.

그러나 2014년 현이 추모비 앞 집회 발언을 정치적이라고 문제 삼아 허가 갱신을 거부하면서 행정소송에 휘말렸다. 비를 건립한 시민단체가 현에게 처분 취소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재판을 진행 중이다.

이번 시라카와 작품의 경우, 현은 이 조형물이 행정소송에 간접적으로 연루돼 있기에 전시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형물은 공원 내에 세워진 비석을 흰색과 황토색 천으로 모방해 비석과 동일한 크기로 표현했다.

현립 미술관은 "구마현은 추모비 존폐를 둘러싼 재판의 당사자다. 비석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냐의 양쪽 판단을 (균형있게) 전시 내용으로 제시할 수 없는 이상, (작품 전시는)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이나바 도모아키(稲葉友昭) 현립근대미술관 부관장은 "전시 작품에 정치색이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게 아니다. 다만 이번에는 현이 당사자고 공립시설로서 전시 내용을 균형있게 할 필요가 있었다. 진작에 미술관 간부가 정보를 입수해 작가와 논의했어야 했다고 반성 중이다"고 해명했다.

시라카와에 따르면 이 작품은 올해 도쿄에서 열린 '지워진 기억' 전시회와 올해 2~3월에 돗토리(鳥取)현립박물관 전시회에도 공개된 전력이 있었다.

작품이 철거된 당일, 군마현의 한 회관에서는 현에서 일하다 숨진 조선인들을 추도하는 14번째 집회가 열렸다. 소송으로 인해 추모비 앞 집회를 포기하고 있다는 집회 참가자들은 "내년이야말로 추모비 앞에서 헌화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cef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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