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잘한다는 유승민, 지지율은 왜 안 오르나

이재진 기자 입력 2017. 4. 24. 15: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토론 상대적 호평 속 지지율 제자리 걸음, 단일화 요구 논의 의총소집까지…내홍 커져 완주 불투명 전망도

[미디어오늘 이재진 기자]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TV토론회에 대한 호평이 나오고 있지만 정작 지지율은 제자리걸음이다. 바른정당은 24일 의원총회를 열어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한다. 이 자리에서 사실상 단일화 요구를 수용하라는 당내 목소리와 완주하겠다는 유승민 후보 간 갈등이 최고조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 13일 첫 TV 토론회부터 유승민 후보는 상대적으로 호평을 받았다.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면서 화제를 모았고, 정책 전문성도 다른 후보보다 낫다는 평을 받았다.

물론 주적 발언 등 색깔론을 제기한다는 비판도 제기됐지만 안보는 보수, 경제는 개혁 진보라는 경계선을 오가며 합리적 보수의 이미지를 강화시켰다는 분석도 나왔다.

지난 15일과 16일 서울경제신문이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여론조사에서 지지 여부와 상관없이 토론을 가장 잘한 후보로 28.1%가 유승민 후보를 뽑아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왔다. 전문가다운 말솜씨와 정책 전문가의 이미지가 대중에게 어필하고 있는 셈이다. 

유 후보는 TV토론을 통해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와 비교해 안보 분야에서는 강한 보수주의자의 면모를 보여주고, 홍준표 후보와 상반된 개혁 보수 주자의 자리를 꿰차겠다는 전략이다.

하지만 문재인, 안철수, 홍준표 후보도 싫다는 부동층을 찾기 어렵고 이를 적극 지지층으로 전환시키는 게 더 어렵다는 점이다. 합리적 중도 보수의 스탠스가 부동층 흡수 전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표 공략 대상이 명확치 않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유 후보는 합리적 보수 주자로서 앞으로 남은 토론에도 일관된 전략을 편다는 계획이다. 

유 후보 측은 TV 토론회를 잘했다고 자평하고 있다. 유승민 후보도 "민심이 밑바닥부터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변화를 느끼기엔 지지율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3차 토론회가 끝난 지 하루 밖에 지나지 않아 반등의 여지는 있지만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와 별개로 지지율에는 변화가 보이지 않는 게 사실이다. 유 후보는 특히 "안(철수) 후보한테 가 있던 표는 굉장히 단기간에 급하게 변할 수 있는 표이기 때문에 저는 앞으로 크게 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안 후보의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타고 있는 상황임에도 지지율이 유 후보로 옮겨간 것은 아니다.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유 후보의 지지율은 3월 4주차 1% 지지율에서 3월 5주차 2%, 4월 1주차 3%, 4월 2주차 3%, 4월 3주차 4%로 집계됐다. 반면 홍준표 후보는 6%에서 9%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왔다. 

홍 후보의 돼지발정제 논란과 3차 TV토론회까지 반영한 여론조사 추이를 살펴봐야겠지만 대체로 유 후보는 반등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지지율이 정체돼 있다.

유 후보에 대한 사퇴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도 토론에서 상대적 호평을 받아도 지지층이 확고히 형성되지 않고 보수층이 결집할 여력이 잘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홍준표 후보가 사퇴 압박을 받고 있지만 설령 홍 후보가 사퇴를 하더라도 홍 후보의 지지율을 유 후보가 흡수할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일부 홍 후보의 친박 지지자들에게 유 후보는 '배신자'로 찍혀 있고, 합리적 보수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계층이 많다. 이들은 오히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해 문재인 후보를 막으려는 표심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유 후보는 23일 한국지역언론인클럽과의 합동 인터뷰에서 "단일화나 연대는 내가 아니더라도 대통령이 될 만한 자격을 갖춘 사람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라며 "지금 나온 후보들 중에는 그럴 수 있는 대상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 후보가 6일 창원 의창구 경남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정책 관련 발언하고 있다. 사진=유승민캠프, 포커스뉴스


유 후보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도 "단일화, 사퇴 등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대선 후보를 뽑아놓고 처음에는 반기문으로 흔들더니 다음에는 (낮은 지지율) 이런 문제로 그렇게 흔든다. 벌써 몇 사람째인가"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유 후보는 특히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에 대해 "정책에 대해 질문할 능력도 답변할 능력도 없다"며 "그동안 막말이나 640만 달러 뇌물 수수설 등 얼핏 주워들은 것으로 토론을 때우고 있다"고 비난했다. 홍 후보와 단일화는 심정적으로도, 명분으로도 할 수 없다는 자기 선언에 가깝다.

하지만 유 후보의 확고한 완주 의지에도 불구하고 바른정당 내부는 이대로 대선까지 갈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날 의총이 소집된 것도 후보 단일화 요구를 공식 창구에서 논의해볼 만큼 가벼이 넘길 문제가 아니라는 판단이 깔려있다. 의총에서 유승민 후보는 대선 완주 의지를 밝힐 예정이지만 단일화 요구 목소리와 정면 충돌할 경우 내홍에 휩싸인 채 대선을 맞이할 수 있다. 

유 후보는 이날 강릉 중앙시장에서 유세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의원총회에서 다룰 거취 문제와 관련해 "입장을 분명히 했다. 가서 들어보고 제 생각도 얘기하고 무난하게 끝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후보는 단일화 요청 재고 여지에 대해서도 "분명히 말씀 드렸다"면서 "이런 의총을 선거운동 기간 중에 매일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오늘이 마지막 의총이라고 생각하고 가겠다"고 강조했다. 

[미디어오늘 바로가기][미디어오늘 페이스북]
미디어오늘을 지지·격려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

Copyrights ⓒ 미디어오늘.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