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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호 한길사 대표가 24일 서울 중구 순화동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巡和洞天)에서 프리뷰 행사에서 공간 구성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길사 |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24일 서울 중구 순화동 인문예술공간 '순화동천'(巡和洞天)에서 프리뷰 행사를 열고 공식 개관을 알렸다.
출판사 한길사에서 운영하는 순화동천은 도서, 음악, 미술을 아우르는 다목적 문화공간이다. 가장 큰 목표는 한길사에서 출판하는 다양한 책을 알리고 애독자들을 위한 '아지트'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60m에 달하는 긴 복도를 따라 한길사 출판 서적 3만 여권과 다양한 미술품을 전시·판매 중이다. 추후에는 한길사 출판 서적과 성향이 비슷한 다른 인문·예술 서적도 들여놓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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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동천' 60m 길이의 복도를 따라 한길사 출판 책 3만 여 권과 미술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사진=한길사 |
김 대표는 "최근 책의 라이프사이클이 너무나 짧아지고 있지만 소수의 독자들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지난 41년간 (한길사에서) 펴낸 수많은 책들 중에 1년에 열 권도 판매되지 않은 책부터 신간에 이르기까지 한길사 책의 전모를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순화동천은 '책 읽지 않는 사회'를 극복하기 위한 자구책이기도 하다. 2년 전 '세계서점기행' 집필을 위해 세계 각국의 독립서점들을 탐방하고 온 김 대표는 "우리나라와 달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손에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고 다니더라"며 "서점은 도시의 어둠을 밝히는 별빛과도 같아서, 좋은 도시에는 항상 좋은 서점이 있었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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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화동천' 개관 기념 프로그램으로 19세기 영국 예술가 윌리엄 모리와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책 예술전과 19세기 프랑스 풍자화가 4인전 등이 진행 중이다. /사진=한길사 |
구석구석 숨어있는 다른 공간에는 현재 19세기 영국의 책 예술가 윌리엄 모리스와 프랑스 삽화가 귀스타브 도레의 전시가 진행 중이다. 4개의 빈 강의실은 '퍼스트아트', '한나 아렌트 방', '윌리엄 모리스 방', '플라톤 방'으로 이름 붙이고 강연 및 행사 공간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수 년 전부터 복합문화공간을 꿈꿨지만 최근 촛불 정국에서 필요성을 다시 한번 절절하게 느꼈다고 했다. 순화동천의 강의실 이름을 '한나 아렌트'로 정한 이유도 그 때문이다. 독일 태생 유대인 정치사상가 한나 아렌트는 저서 '예루살렘의 아이히만'(1963)을 통해 누구나 악인이 될 수 있다는 '악의 평범성' 개념을 정의했다.
그는 "부당하면 생각을 해야 하는데 (최순실 사태에서) 상관에게 '이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한 손에는 촛불, 다른 한 손에는 책을 들어야 사회를 밝힐 수 있다"며 "순화동천을 이성적인 담론이 펼쳐지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해직기자 출신이기도 한 김 대표는 1976년 한길사를 설립해 '해방전후사의 인식'을 포함해 '이이화 한국사 이야기', '함석헌 저작집',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등을 출간한 출판계의 큰 어른이자 문화운동가이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