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기성 정당들 '충격'..유럽 기득권 정치의 몰락

이지예 입력 2017. 4. 24. 14: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이지예 기자 = 23일(현지시간) 프랑스 1차 대선 투표 결과는 반세기 넘게 현지 정치를 장악해 온 기성 좌우 정당들에 충격을 안겼다. 이번 선거는 이웃 유럽국의 기득권 세력들에도 경종을 울렸다.

◇ 마크롱·르펜, 성향 다르지만 '반기득권' 연결점

결선에 진출한 에마뉘엘 마크롱 전 경제장관과 마린 르펜은 각각 중도 성향의 정치운동 '앙 마르슈'와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이끌고 있다. 두 후보는 성향은 상반되지만 모두 기득권과 거리가 멀다는 공통점이 있다.

집권 사회당 후보인 브누아 아몽 전 교육장관과 제1야당인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첫 번째 관문을 넘지 못했다. 피용은 3위에 머물렀고 아몽은 득표율 한 자릿수의 굴욕을 맛봤다.

프랑스 대선에서 기성 좌우 정당 후보가 1차 관문을 넘지 못한 건 1958년 결선제가 도입된 제5공화국 출범 이래 처음이다. 60년 가까이 엘리제궁은 주류 좌우 정당의 후보가 주거니받거니 하며 차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선거에서 유권자들의 주요 양당 '거부'는 이슬람 테러, 경기 침체, 실업률 악화 등의 충격을 겪으면서 프랑스 사회에 내재된 분노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미 시사주간 애틀랜틱은 마크롱은 친 유럽, 세계화주의자이고 르펜은 반 유럽, 국수주의자로 대척점에 있지만 현대 프랑스 정치에 대한 반발이라는 연결고리를 공유한다고 분석했다.

◇ 기득권 정치에서 자유로운 마크롱과 르펜

39세 정치 신예 마크롱의 선전은 기성 정치권에 한 방을 날렸다. 그도 그럴 것이 마크롱은 세계화, 친 EU, 난민 포용, 친 기업 등 유권자들이 염증을 내고 있던 전통적 서구 가치를 그대로 견지한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등을 고려하면 마크롱의 약진은 불가능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기득권 정치에서 자유로운 마크롱은 이 같은 현상에서 예외였다.

파리정치대학의 자키 라이디 교수는 '프로젝트 신디케이트' 기고글에서 "마크롱은 좌우 분열이 진보를 가로막고 있으며 이번 대선이 조직화된 정치 운동 없이도 이를 넘어설 절호의 기회임을 간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통적 정당 체계에 대한 프랑스인들의 반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현 시점에서 초반 마크롱의 약점으로 여겨지던 요소는 어느새 강점이 돼 버렸다"고 분석했다.

FN은 주로 1차 투표 3위에 머물러 왔지만 이번엔 달랐다. 엘리트 불신, 세계화 공포, 경제 불평등 등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유권자들 사이 국가적 정체성 확보가 중요한 화두로 다시 떠오르면서 세력을 확장했다.

르펜은 잇단 테러와 대량 난민 유입 사태로 반 세계화 정서가 높아진 상황을 잘 활용했다. 그는 2002년 1차 대선 당시 아버지이자 FN 창립자인 장 마리 르펜보다 좋은 성적으로 이번에 결선에 진출했다.

◇ 서구 민주주의의 문제는 기성 정당의 실패

마크롱의 중도 운동과 르펜의 FN이 유권자들에게 어필하는 사이 기성 정당들은 죽을 쒔다. 사회당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지지율이 급락한 가운데 분파 싸움까지 심화하면서 이번 대선판에서 존재감을 잃었다.

공화당 후보인 프랑수아 피용 전 총리는 대선 초반까진 가장 당선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 졌다. 하지만 몇 달 사이 부패 스캔들이 연쇄적으로 터지자 지지율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이 같은 현상은 프랑스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파리정치대학의 도미니크 레니 교수는 블룸버그통신에 "이건 프랑스 선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며 "유럽 혹은 글로벌 선거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애틀랜틱은 마크롱의 약진을 포퓰리즘에 대한 거부라고만 설명할 순 없다며 "현재 서구 민주주의의 가장 중요한 흐름은 포퓰리즘 국수주의의 흥망이 아니라 기성 정당의 몰락"이라고 지적했다.

이 매체는 "불만족스럽고 낙담한 유권자들은 기득권을 규탄하는 포퓰리스트들을 유리하게 만든다" 이 같은 현상은 좌우 성향에 관계 없이 기성 정당 모두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ez@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