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환의 월드줌人] 삽 하나로 36년간 수로 건설..마을 살린 노인의 헌신

김동환 2017. 4. 24.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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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80대 노인이 마을 수로를 파기 위해 반평생을 바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해발 4100여m 지점에 위치한 마을은 빗물을 모으지 않는 이상 물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물을 먹지 못한 논밭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만 갔다.

외신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입을 적시는 아이 모습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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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한 80대 노인이 마을 수로를 파기 위해 반평생을 바친 사연이 알려져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1000여명이 사는 산골 마을에 물과 희망이 흘러넘치게 됐다.

노인의 헌신이 아니었다면 마을 사람들은 오래전 가뭄과 갈증 등에 허덕이다 세상과 작별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이 같은 사연은 수로가 완성된 지 20여년이 지나서야 중국 인민망 등 외신들에 의해 지난 20일(현지시간) 알려졌다.

중국 구이저우(貴州) 성의 작은 마을에 살던 황모(81)씨는 마을 대표로 선출된 1958년, 주민들의 오랜 소원인 수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사진은 주민들이 제공한 것으로 추정. 중국 인민망 캡처.


구이저우(貴州) 성의 작은 마을에 살던 황모(81)씨는 마을 대표로 선출된 1958년, 주민들의 오랜 소원인 수로를 만들기로 결심했다.

해발 4100여m 지점에 위치한 마을은 빗물을 모으지 않는 이상 물을 확보하기 어려웠다. 우물이 마르기라도 하면 주민들은 걸어서 2시간 넘게 걸리는 옆 마을까지 물을 길으러 다녀와야 했다.

일부는 물을 얻기 위해서라면 가파른 절벽을 타고 오르는 수고도 감수했다. 하지만 이는 너무 위험한 행동이었다.

삽 하나를 집어 든 황씨는 어떻게 하면 물을 끌어올 수 있을까 궁리했다. 수원(水原)지까지는 산 3개를 넘어야 한다. 거리로만 따지면 10km가 넘는다.

맨땅에 헤딩하는 격으로 뛰어든 황씨. 그는 동참할 주민들을 구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누구 하나 쉽게 나서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다. 결국 황씨는 고소공포증이 있음에도 절벽을 타고 산을 넘나드는 솔선수범을 보였다.

우여곡절 끝에 주민들이 합세하면서 이들은 길이 100m 넘는 수로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물은 흘러오지 않았다. 관개(灌漑)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었던 탓에 이들의 노력은 헛수고로 끝났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수로가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지름길이 됐다는 사실이다.

물을 먹지 못한 논밭은 거북이 등처럼 쩍쩍 갈라져만 갔다.

10km 넘게 떨어진 수원(水原)지에서 황씨가 사는 마을로 물을 들여오려면 산 3개를 거쳐야 한다. 중국 인민망 캡처.


황씨는 1989년에 우연한 기회로 같은 성(省) 쭌이(遵義) 시의 관개 기술자를 알게 됐다. 1년간 기술을 배운 황씨는 다시 작업에 나섰고, 4년에 걸친 노력 끝에 1994년 길이 10km에 이르는 수로를 완성했다. 처음 삽을 든 지 36년 만의 일이다.

수로의 폭과 깊이는 각각 40cm, 50cm 정도다.

공사비 마련을 위해 선뜻 생활비 일부를 내놓은 주민들과 당국 관계자들의 힘을 빌리려 동분서주한 사람들의 도움이 컸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원대한 사업에는 그에 따르는 희생도 있는 법이다.

황씨는 수로를 만드는 동안 딸과 손자가 산에서 떨어져 숨지는 비극적인 일을 겪었다. 다행히 견뎌내기는 했지만 고소공포증에도 시달려야 했다.

외신들이 공개한 사진에는 파이프에서 흘러나오는 물에 입을 적시는 아이 모습이 담겼다.

시원하게 목을 적시는 소녀. 중국 인민망 캡처.


황씨는 “기다리기만 했다면 절대로 일어나지 않았을 일”이라며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싶다면 먼저 뛰어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황씨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주민들은 수로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황씨의 업적을 기리는 의미에서 주민들은 수로에 그의 이름을 붙인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민망 캡처.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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