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 불러 술값 떠넘기기.. 대학가 "후배들이 무섭다"

김현아 기자 입력 2017. 4. 24. 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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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캠퍼스에서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를 괴롭히는 '꼰대' 행태로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이번에는 반대로 선배를 괴롭히는 후배인 '역(逆)꼰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최 씨는 "주변에 이런 역꼰대 후배들 때문에 고통을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술자리에 일부러 선배를 불러 술값을 계산시키는 후배들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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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 족보’ 당연한 듯 요구

열심히 알려줘도 인사 없어

“익명게시판서 모함 두려워

기분 나빠도 참을 수밖에…”

대학 캠퍼스에서 선배들이 ‘군기’를 잡는다며 후배를 괴롭히는 ‘꼰대’ 행태로 물의를 빚은 가운데, 이번에는 반대로 선배를 괴롭히는 후배인 ‘역(逆)꼰대’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서울 한 사립대 3학년생 최모(21) 씨는 24일 “후배들이 무서워서 마주치기가 싫다”고 털어놓았다.

최 씨는 지난달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선배인데 술을 빼느냐’며 강권하는 후배들 때문에 주량을 넘게 술을 마셔야 했다. 최 씨는 “주변에 이런 역꼰대 후배들 때문에 고통을 당한 사람이 한두 명이 아니다”며 “술자리에 일부러 선배를 불러 술값을 계산시키는 후배들도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역꼰대들은 술값 떠넘기기는 기본이고, 수강신청 기간이나 시험 기간이 되면 선배에게 수업 관련 정보나 ‘시험 족보’를 당연한 듯 요구하면서 고맙다는 인사조차 하지 않는다. 다른 사립대 4학년생 김모(여·25) 씨는 수강신청 기간 이후 후배들과 거리를 뒀다. 김 씨는 “밤 12시가 넘었는데도 ‘이 과목 어떻냐’고 계속 질문하며 괴롭히고, 열심히 알려주면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연락을 끊어버리는 후배들에게 넌덜머리가 난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또 다른 사립대 4학년생 손모(28) 씨는 “페이스북 대나무숲(익명 게시판)이나 대자보를 통해 꼰대질하는 선배로 모함당하는 게 두려워 기분 나빠도 참을 수밖에 없다”며 “이런 후배들은 피하는 게 상책인데, ‘돈 아끼려고 도망 다닌다’고 할까 봐 피할 수도 없다”고 고개를 내저었다.

이 같은 역꼰대의 행태에 대해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외동이 많은 젊은 세대는 주위로부터 일방적으로 무언가를 받는 데에만 익숙해져 있다”며 “이런 외동 세대의 특징에 한국인의 집단주의적 성향이 합쳐져 빚어진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이택광 경희대 글로벌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요새 젊은 세대는 정상·비정상을 칼로 자르듯 구분하는 특징이 있는데, 꼰대로 불린다는 것은 곧 비정상으로 규정된다는 뜻”이라며 “이러한 낙인찍기와 SNS 마녀사냥을 경험한 선배들로서는 역꼰대 후배들에 대한 두려움이 커져 요구하는 대로 들어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아 기자 kimhah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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