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주요 정당 몰락, '이단아'끼리 결선 대결

김의철 입력 2017. 4. 24. 11:48 수정 2017. 4. 24.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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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진단] ① 프랑스 대선, 마크롱-르펜 결선 진출


[연관 기사] [뉴스9]프랑스 대선, 마크롱-르펜 결선 진출

23일(현지시각)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중도신당 '앙 마르슈'('전진'이라는 뜻)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정당인 국민전선(Front National)의 마린 르펜 후보의 결선 진출이 확정됐다. 5월 7일 결선 투표에서 맞불는 이 두 명의 후보는 모두 프랑스의 전후 정치 질서를 지배해온 기존 중도좌파(사회당)와 중도우파(공화당) 진영 출신이 아닌 신생 또는 주변부 정당 출신들이다.

프랑스가 대선 결선투표를 도입한 1958년 이후 양대 정당 출신이 아닌 후보들끼리 결선에서 맞붙게 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에 따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는 프랑스 유권자들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심각한 불신이 반영된 것으로 사회당과 공화당으로 양분됐던 전통적인 프랑스 정치 지형의 대변혁을 예고하는 신호탄으로 해석되고 있다. 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든 프랑스의 기존 정치지형을 깨고 대대적인 정치구도 재편 시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여론 조사결과 마크롱 후보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르펜 후보의 대역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프랑스 여론 조사기관들은 이 두 후보의 결선 진출을 예상한 출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후보가 르펜 후보에게 압승을 거둘 것이라는 예측을 함께 내놓았다.

프랑스 여론 조사 기관인 '입소스 소프라 스테리아'는 당장 결선투표가 실시될 경우 마크롱 후보를 찍겠다는 응답이 62%, 르펜을 찍겠다는 응답이 38%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해리스 인터랙티브 조사에서는 마크롱이 64%, 르펜이 36%로 집계됐다.


30대 최연소 대통령에 한발 더 다가간 마크롱

신생 정당 '앙 마르슈'(En Marche) 후보로 대선 결선에 오르게 된 마크롱(39) 후보는 30대 중반의 나이에 프랑스 재정경제부 장관을 지낸 뒤 대권에 도전한 프랑스 정계의 '무서운 신예'이다. 다음 달 7일 결선에서 그가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48) 후보를 누르고 승리하면 현대 프랑스 역사상 최연소 대통령이자, 현재 서방의 주요국 가운데 가장 젊은 국가 지도자가 탄생하게 된다.

프랑스 대선 1차투표 결과 결선에 진출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39)가 파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승리의 ‘V’를 그려 보이고 있다. (사진=AP)


마크롱은 현 정부에서 경제장관 재임 중 기존의 좌·우로 양분된 프랑스 정치를 혁신하겠다면서 프랑스판 '신중도와 '제3 지대'를 표방한 신당을 창당했다. 이후 기성 좌우 거대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을 파고들며 무서운 속도로 상승세를 타더니 대선 경선 내내 지지도 1∼2위 자리를 지켜왔다.

유서 깊은 소도시 아미앵에서 의사 부부 아들로 태어나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마크롱은 투자은행에서 기업 인수 합병 전문가로 활동하다 2012년 현 사회당 정부 출범 때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경제보좌관으로 정계에 진출했다. 2015년 개각 때는 만 36세의 나이로 재정경제부 장관을 맡는 등 올랑드의 '총애'를 한몸에 받으면서 중도좌파 사회당 정부 내에서 친기업 성향의 '우클릭' 경제정책을 주도적으로 추진해왔다.

2015년 경제 활성화를 위해 파리 샹젤리제와 같은 관광지구 내 상점의 일요일·심야 영업 제한을 완화하는 경제 개혁법이 대표적이다. 이 법에 대해 대형 프랑스 노동조합들과 집권 사회당에서는 노동자의 휴식권을 침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정권 핵심지지층의 반발을 불러왔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 결선에 진출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마크롱 후보가 파리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기 전 부인 브리지트 여사에게 키스하고 있다. (사진=AP)


마크롱은 장관 재직시절 사회당의 대표적인 노동정책인 주 35시간 근무제에 대해서도 반대 의견을 개진해왔다. 그는 "오래전에 좌파는 기업에 대항하거나 기업 없이도 정치할 수 있었고, 국민이 적게 일하면 더 잘 살 수 있다고 판단했지만, 이는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대선 레이스 초중반에는 기존의 좌·우 정당체제를 뛰어넘겠다는 그의 선언을 두고 정체성이 모호하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젊은 나이는 장점으로도 꼽히지만, 선출직을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어 경쟁자들로부터 '경륜 부족'으로 공격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기성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은 정치 혁신에 대한 열망으로 마크롱의 젊은 이미지를 선택했다.

마크롱이 속한 신생정당 앙 마르슈는 현재 하원에 의석을 하나도 갖고 있지 않지만, 대선 결선투표 한 달 뒤 치러지는 총선에서 모든 지역구에 후보를 낸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마크롱이 결선에서 승리해 집권할 경우 그 바람을 타고 '앙 마르슈'도 총선에서 상당한 의석을 확보할 것으로 전망된다.

反 EU 바람 타고 대역전 노리는 르펜

마크롱 후보와 함께 결선 투표에 진출한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48) 후보는 이번이 두 번째 대권 도전이다. 2012년 1차 투표에서 17.9% 득표율로 3위에 그쳤지만 두 번째 도전 만에 결선에 진출했다.대권에 한발짝 더 가까이 간 셈이다.

결선 투표에 진출한 프랑스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통령 후보가 에냉 보몽에서 투표하고 있다. (사진=AP)


2002년 대선 결선에 진출해 '파란'을 연출했던 아버지 장마리 르펜의 뒤를 이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을 이끌어온 그는 이번 대선 경선에서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과 함께 내내 지지율 1·2위를 다퉈왔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염증과 더불어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의 잇따른 테러와 프랑스의 경제활력 상실을 '프랑스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으로 헤쳐나가겠다는 강한 민족주의적 공약을 내세웠다. 우파 포퓰리스트(대중영합주의자)로 분류되는 르펜은 그러나 '원조 극우'로 불려 온 아버지와는 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1년 당권 경쟁에서 승리한 뒤 FN에서 '악마적 이미지'를 지우기 위해 노력해왔다는 점 때문이다.

르펜은 인종차별 발언을 자제하는 한편 사형제 부활 등의 당 강령을 폐기하는 등 아버지에 비해 다소 신중한 행보를 보이면서 반체제 소수정당에 머물렀던 국민전선을 대중 정당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전 세계가 이번 대선에서 르펜을 주목하는 이유는 그가 유로 지역(유로화 사용국)과 유럽연합 탈퇴를 주요 공약으로 내거는 등 가장 강력하게 고립주의와 보호무역주의를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출구조사 결과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후보가 2위로 결선에 진출할 것으로 나타나자 르펜 지지자들이 에냉 보몽에서 환호하고 있다. (사진=EPA)


르펜은 유로화 사용으로 인해 물가가 오르고 구매력이 저하돼 프랑스 경제의 경쟁력이 훼손되고 일자리 창출도 안 되고 있다면서 프랑화를 재도입해 통화주권을 회복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금융시장과 서구 정계 주류에서는 프랑스가 실제로 유로존과 유럽연합을 탈퇴하면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후폭풍이 몰아칠 것이라는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르펜은 또 폐쇄적 이민정책, 테러에 대한 강경 대응 목소리를 높이면서 우파 진영의 표심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결선에서 맞붙게 될 경쟁자인 마크롱에 대해선 은행가 출신의 기득권층이자 '야만적인 세계화론자'라고 공격하며 프랑스 서민들의 반(反)엘리트 정서를 자극해왔다.

그가 내세워온 보호무역주의 역시 세계화의 물결에서 탈락한 프랑스 좌파노동자 계층의 좌절감을 노리고 있다. 르펜 캠프는 결선투표까지 마크롱의 강한 자유주의 성향의 경제 공약들을 문제 삼아 좌파 유권자들이 결선투표에서 기권하도록 하는 한편, 마크롱이 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의 '정치적 적자'라는 측면을 부각해 우파 유권자의 결집을 시도하면서 막판 대 역전을 노릴 것으로 보인다.

현재 FN의 하원의원은 마린 르펜의 조카인 마리옹 마레샬-르펜 한 명뿐이지만, 이번 대선에서 르펜의 선전으로 FN은 오는 6월 총선에서도 상당한 돌풍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

김의철기자 ( kimec@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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