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외면받는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

정다운 입력 2017. 4. 24. 11:26 수정 2017. 4. 26.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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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전국 어디서나 종이 계약서를 쓰지 않더라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부동산을 거래할 수 있게 된다. 이미 정부가 지난해 8월 서울 전역에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올 4월엔 수도권과 세종시로 확대했다. 잘만 안착되면 인감도장에 입김 불어 계약서를 꾹 찍어 누르는 모습이 옛말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은 정작 이용 당사자인 공인중개사마저 사용을 꺼리고 있어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추진하는 부동산 전자계약시스템은 종이 계약서나 인감도장이 아닌 온라인 전자 방식과 공인인증서로 부동산 거래 계약을 진행하는 제도다. 장점은 많다. 컴퓨터, 스마트폰, 태블릿PC만으로도 매매·임대차 거래가 가능하고 또 거래 즉시 확정일자가 부여된다. 불법 중개행위나 계약서 위·변조, 이중계약 같은 중개사고를 예방할 수도 있다. 대출금리를 0.2%포인트 우대받고 등기비용을 절약하는 부수 혜택도 따른다.

하지만 이용 실적은 초라하기만 하다. 지난해 서울 전역에 도입된 이후 9~12월 전자계약을 이용한 부동산 거래는 540건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서울 시내 주택 매매·전월세 거래는 21만여건. 전자계약은 의무사항이 아니고 기존 서면계약을 보완하는 정도라는 게 국토부 설명이지만 수백억원 들여 구축한 시스템이 무색해질 뿐이다.

강제성도 없는 전자계약은 중개업자가 자발적으로 쓰지 않는 한 확대되기 어렵지만 개업공인중개사 대부분은 거래·재산 내역이 노출된다는 이유로 이용을 꺼린다. 오히려 언젠가 공인중개사의 설 자리를 뺏길까 전자계약 자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국토부는 투명한 거래를 내세우고 소비자는 금융 혜택을 누린다지만 여기에 공인중개사의 이해관계는 반영되지 않았다. 전자계약시스템이 ‘투명하고 안전’하니 이용자도 저절로 늘어날 줄 알았다면 오산이다. 오는 8월 전국으로 확대 시행되기 전 개업공인중개사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이끌어낼 정부의 고민이 필요하다.

[정다운 기자 jeongdw@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05호 (2017.04.26~05.02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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