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AL STORY] 김신욱, "내가 레오나르도 세리머니를 하는 이유는"
[골닷컴, 전주] 서호정 기자 = “오늘 괜찮았나요? 레오나르도가 계속 더 하라고 하더라고요.”
골망을 흔든 전북 현대의 스트라이커 김신욱은 골대 뒤의 광고판을 넘어 자신들을 응원하는 서포터즈에게로 향했다.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하늘을 향한 기도 세리머니를 마친 그는 조금씩 앞으로 발걸음을 뗐다. 이제 전북 팬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지 다 알고 있다. 197cm의 거구는 다리를 기마 자세로 한 뒤 양팔을 크게 떼며 무술 동작을 따라 했다. 그러면 득점 후 팬들의 함성은 한번 더 데시벨이 올라간다.
23일 전주종합경기장에서 포항 스틸러스를 상대로 올 시즌 리그 4호골을 기록한 김신욱은 전북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5라운드 강원 원정, 6라운드 홈에서 치른 상주전에 이은 3경기 연속 골이었다. 5골을 기록 중인 양동현(포항), 데얀(서울)을 쫓으며 득점왕 경쟁을 본격화했다.
올 시즌 김신욱의 골 장면에서 화제가 되는 건 세리머니다. 레오나르도의 전매특허인 쿵후 세리머니를 따라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남과의 개막전에서 종료 직전 극적인 결승골을 넣은 뒤 처음 선보였고 그 뒤 골을 넣을 때마다 항상 그 세리머니로 마무리한다. 2015년부터 레오나르도가 시작한 쿵후 세리머니는 그가 지난 시즌을 끝으로 전북을 떠날 때까지 크게 사랑받은 퍼포먼스였다.
김신욱은 “내가 만났던 최고의 선수 중 한명이었고 인성적으로도 탁월한 친구였다. 그의 빈 자리를 팬들이 아쉬워하지 않도록 뭔가를 하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게 그 세리머니다”라며 웃음을 지었다. UAE의 알 자지라로 떠난 레오나르도와 여전히 연락을 주고 받고 있는 김신욱은 골이 터질 때마다 세리머니의 창시자로부터 평가를 받는다고 한다. 멀리서도 여전히 전북 경기를 챙겨 보는 레오나르도는 김신욱이 골을 넣을 때마다 먼저 모바일 메신저로 연락을 하며 칭찬을 할 정도다.
그런 세리머니에 시샘하고 있는 이도 있다. 로페즈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입은 무릎 부상 탓에 여전히 재활 중인 로페즈는 김신욱에게 자신의 세리머니도 해 달라고 부탁했다. 양 손을 어깨 높이로 올리며 으쓱 하는 세리머니다. 김신욱은 “로페즈 부탁까지 들어주려고 하니 한번에 세리머니 3종 세트를 해야 하나 싶다”라며 머리를 긁적였다.
2017년은 득점력을 회복하겠다는 확실한 목표 하에 동계훈련을 시작했다. 경기 감각이 올라오자 3경기 연속 골도 나왔다. 4골 중 3골을 발로 만들었다. 많은 이들이 김신욱하면 떠올리는 헤딩 골은 1골 밖에 없다. 전남전의 발리 슛이나, 상주전의 칩 슛은 김신욱에 대한 편견을 완전히 깨트리는 플레이였다.
지난 시즌의 아쉬움을 풀겠다고 말한 그는 “올해는 골이 많이 넣고 싶다. 또 팬들의 머리 속에 오래 기억되는 아름다운 골을 만드는 게 목표다”라고 다짐했다. 이어서는 “전북에 온 뒤 발로 넣는 패턴이 다양해지고 있다. 이동국, 에두 두 선수와 경쟁하는 것만으로 매일 배우며 그들의 장점을 흡수하고 있다”라며 소속팀에서 계속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원동력을 설명했다.
최강희 감독의 신뢰와 배려는 김신욱에게 가장 큰 힘이 된다. FA컵 패배 후 심리적, 육체적으로 지친 김신욱을 다독이며 포항전 선발 출전 기회를 줬다. 김신욱은 “오직 골 하나에만 집중했다. FA컵을 연장까지 뛰어서 몸이 힘든 걸 아는 감독님이 움직임을 줄이고 페널티박스 안에서 골만 생각하라고 하셨다. 그런 전술적 배려가 큰 힘이 된다”라며 감사를 표시했다.
사진=전북현대, 김신욱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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