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건선 환자..보험 사각지대 속 이중고 겪어"

이금숙 헬스조선 기자 2017. 4. 24. 11:1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같은 치료제 사용해도 건선 환자에게 더 비싸..중증건선환자 산정특례 적용해야

“온 몸의 피부가 발갛게 달아오르고 하루 종일 각질이 떨어져 전염병으로 오인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로 인해 대중목욕탕은 물론 수영장은 한 번도 가본적이 없으며, 일상생활 속에서도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을 받기 일쑤 입니다. 때문에 평범한 직장생활은 꿈도 꾸지 못하고 있죠. 겨우 힘들게 구한 지난 직장에서는 잦은 병원 방문을 이유로 권고사직 통보를 받았습니다. 보험을 적용해도 연 700만원이 넘는 치료비를 부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경제활동이 필요한데, 건선 때문에 면접에서도 번번히 퇴짜를 맞습니다. 점점 자신감은 떨어지고 치료를 받는 것 자체가 너무 고통스럽습니다.”

[헬스조선]중증 건선/모스컴 제공

건선을 앓고 있는 환자 A씨(32세)는 자신의 삶을 이렇게 소개했다. 나들이의 계절 봄이 왔지만 지속되는 통증과 치료의 어려움을 겪는 건선환자들에게 봄은 사치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6년 한 해 동안 건선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17만명에 이르며, 특히 건조해지는 봄철에는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는 증가한다.

#건선은 피부질환아닌 자가면역질환

건선은 아토피나 습진 같은 단순한 피부질환이 아닌 자가면역체계가 무너져 발생하는 염증성 질환이다. 한번 앓게 되면 최소 10년에서 20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기 때문에 완치보다는 꾸준한 치료를 통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것이 치료 목표다. 주요 증상은 피부가 두꺼워지고, 팔, 다리, 관절부위, 두피, 엉덩이 등에 붉은 발진과 비늘처럼 일어나는 피부 각질이 대표적이다.

피부의 변화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움직일 때마다 발진 부위가 찢어질 듯한 통증이 동반되며, 심할 경우 실제로 피부가 찢겨져 출혈이 발생하기도 한다. 중증 건선 환자들은 움직이는 것 조차 쉽지 않다. 또한 일부 환자에게서는 건선 관절염이 나타나는데, 이는 관절에 영구적 손상을 입혀 가까운 거리를 걷는 것 것조차 어렵게 만든다.

가천대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건선은 환자들의 삶의 질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질환으로 호전과 악화를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며 “만약 치료가 늦어지거나 제대로 치료하지 않으면 건선성 관절염 외에도 당뇨, 심혈관질환 등으로 발전될 수 있으므로 전문적인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신적 스트레스 외에 정상적 경제활동 지장

건선 환자의 고통은 질환의 통증에서만 오는 것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난 얼굴과 손, 다리 등의 붉은 피부 발진과 하얗게 일어난 피부 각질 때문에 흔히 전염병 환자로 오해를 받기도 한다. 특히 건선은 젊은 10~30대에 초발하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학교 또는 직장에서 적극적으로 관계를 형성하며 왕성한 사회 활동을 해야하는 시기다. 하지만 건선의 끔찍한 증상으로 학교에서는 따돌림을 당하거나 단체생활에서 고립되는 경우가 많다. 또는 우울증을 유발해 자살충동을 일으킬 정도로 심각한 심리적 타격을 입히는 것이 건선의 무서움이다.

이러한 문제는 나아가 환자의 정상적인 경제활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하얗게 일어나는 각질을 바라보는 직장 동료의 시선과 오해를 참고 견디며 직장생활을 계속하는 것은 결코 쉽지않다. 주요 프로젝트나 업무에서 제외되는 것은 물론 단순히 건선을 앓고 있다는 이유로 실직하거나 취업의 문턱에서 번번이 실패를 경험하는 환자도 많다.

건선환우단체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은 “건선 환자가 겪는 가장 큰 고통은 통증이 아니라 일상적인 학교 또는 직장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며 “작년 건선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 따르면 82%는 질환으로 인해 우울감을 느끼고 있으며, 43%는 자살 충동까지 느낀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치료비 부담 때문에 스스로 치료 포기하는 중증 건선 환자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피해가 큰 건선은 반드시 꾸준한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질환임에도 비싼 치료 비용으로 인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가 많다. 중증 건선 치료에 주로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의 경우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 호전이 가능한 치료제다.

하지만 연 700만원이 넘는 치료비로 접근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유는 건선 환자 수가 2만명이 넘는 다는 이유로 희귀질환으로 분류되지 못해 건선은 산정특례를 적용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가천대학교 길병원 피부과 노주영 교수는 “건선 치료에 사용되는 생물학적제제는 건선 외에도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염증성장질환과 같은 자가면역질환에 주로 사용된다”며 “하지만 같은 치료제를 사용해도 다른 만성 자가면역질환자는 치료비의 10%만 부담하는 반면, 건선 환자는 60%를 부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이나라 설문조사에서도 전체 환자 중 58%는 치료비 부담으로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선이나라 김성기 회장은 “건선 중에서도 증상이 매우 심각한 중증 건선 환자에게 만이라도 산정특례 지원을 통해 치료 비용 때문에 치료를 중단하거나 포기하는 안타까운 상황을 막는 국가의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 Copyrights 헬스조선 & HEALTH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헬스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