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는 봄날', 헛공약 아니겠죠?

2017. 4. 24. 1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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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RI, 대선 의제를 말하다]-⑤미세먼지 대책
[한겨레]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HERI)이 19대 대선 의제를 짚어보는 온라인 기획 ‘HERI, 대선 의제를 말하다’를 연재합니다. 청년·노동·교육 등 각 분야 현장 전문가들이 주요 후보 공약을 포함한 대선 의제를 비판적으로 점검합니다.

계절적으로 미세먼지가 심한 봄철! 대선 후보들이 ‘마스크 없는 봄날’, ‘푸른 대한민국’을 특별히 약속했다. 달라진 선거환경이다. 주요 후보들이 10대 핵심공약으로 채택한 것이다. 하지만 묻고 싶다. 미세먼지 발생의 주범인 ‘신규 화력발전소 건설 전면 재검토한다’, ‘승인 취소한다’면서 정작 당진에코 1, 2호기와 삼척화력 1, 2호기 건설이 강행되는데 수수방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또, ‘경유차 퇴출’하고 ‘친환경차 보급 확대한다’면서 유세용 차량은 경유차, 그것도 경유트럭을 타고 다니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관위에 따르면 22일간의 선거운동기간 동안 후보 당 사용할 수 있는 선거유세차량은 340대나 된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 미세먼지 보호대책이 국민적 환심을 사기 위한 선거용 공약에 불과하다고 의심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민들의 마음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는 후보들 스스로 약속한 미세먼지 소탕, 믿을 수 없다.

국민들은 여전히 ‘마스크 없는 봄날’, ‘푸른 대한민국’을 기대하고 있다. ‘미세먼지를 국가적 재난으로 인식한다’, ‘임기 내 미세먼지 배출량을 30%까지 줄인다’는 약속, 지금부터라도 실천해 주길 기대한다.

서울 남산에 오른 시민이 미세먼지에 대비해 마스크를 쓰고 도심을 내려다 보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헛공약은 솎아내고 좋은 공약은 발전시켜야 한다.

우선, 중국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일례로 중국의 영향이 50% 이상이라면 국내 오염원을 줄여도 효과가 없다. 중국발 미세먼지 국내 기여율을 줄이지 않고서는 문제해결이 안 된다는 것이다. 중국이 주도권을 갖고 있는 한 문제해결은 쉽지 않다. 중국의 영향이 크다고 입증하기가 쉽지도 않겠지만 배출원 자료를 구축하더라도 중국이 인정하지 않으면 합의도 쉽지 않다. 후보들이 미세먼지 문제를 ‘정상급 의제로 격상시키겠다’, ‘국제기구 환경의제로 삼겠다’고 했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국제사회 거버넌스를 활용한 협력관계의 새로운 틀을 짜고 시민사회, 전문가 네트워크도 활용하는 등 다각적인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국내 배출원의 과학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기후변화와 대기 정체로 농도변화의 불확실성은 점점 높아간다. 배출원 관리를 개선하지 않으면 대응력을 높일 수 없다. 배출원을 제대로 파악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해서 발생량을 줄이고 농도증가의 원인을 우선적으로 차단해야 한다. 아쉽게도 후보들의 인식은 너무 낮다.

‘미세먼지 국가기준을 세계보건기구(WHO) 수준으로 또는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한다’는 것은 후보들 간 공통된 의견이다. 하지만, 기준은 강화해 놓고 달성이 안 되면 헛공약인 셈이다. 현재 수준에서의 달성도 버거운데 2배나 높은 기준을 달성하려면 근본적인 정책변화와 이행계획이 필요하다. 일례로 신규 화력발전소 9기에 대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 ‘친환경연료를 사용하겠다’는 정도의 문제인식으로는 어렵다. 백지화에 대한 분명한 입장과 이행계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후보들이 국가기준을 달성해야 할 목표로 인식하고, 이에 준하는 공약들을 제시해야 한다는 얘기다. 국민들은 재임기간 또는 특정기간 동안 미세먼지 농도를 구체적으로 얼마나 줄이겠다는 달성목표와 실현가능한 계획을 원한다.

‘발전소, 산업단지와 화력발전소, 공항·항만 등 미세먼지 집중배출지역 대기오염특별대책 지정’, 화석연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미세먼지 및 기후정의세’ 신설,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율 하향 조정 및 봄철 가동 중단’ ‘전기요금 체계개편’ 등 좋은 공약도 많다. 이런 공약들은 후보 상호 간 정책협약을 맺어서라도 발전시켜 실현가능성을 높였으면 한다.

미세먼지 해결은 국민적인 관심사다. 실효성 있는 공약들이 제시되어야 한다. 추진과정에서 말뿐이어서도 안 된다. 후보들이 공약을 재점검하고 미세먼지 반드시 잡아주길 기대한다.

이세걸 서울환경연합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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