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빔]자동차, 기계로 보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2017. 4. 24. 09: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에 들어갈 통신의 표준 규격을 놓고 또 하나의 글로벌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자율주행차가 되려면 반드시 수반돼야 할 통신의 방식을 놓고 미국 내에서 다양한 주장이 오가는 것. 미국 시장이 지닌 상징성이 크다는 점에서 미국 내 통신 방식 논란은 한국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최근 미국 고속도로안전협회(NHTSA)는 자동차와 자동차가 서로 통신으로 연결되는, 이른바 'V2V(Vehicle to Vehicle)'를 위해 '단거리 전용통신(Dedicated short-range communications, DSRC)' 방식이 적용된 단말기 의무 부착을 4년 이내에 완료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했다. DSRC는 지능형 교통 체계를 이용한 단거리 전용 통신으로 미국은 1999년, 유럽은 2008년부터 채택해 운용해오고 있다. 전자 요금 징수 분야에 주로 사용되는 만큼 NHTSA는 자동차 사이의 대화가 가능한 언어로 DSRC를 채택하면 연간 1,300명의 교통사고 사망자를 줄일 수 있어 2019년을 시작으로 2023년까지 모든 신차에 넣겠다는 방침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의 이런 계획을 두고 업종 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먼저 글로벌 자동차회사들의 이해 단체인 국제자동차제조협회(AIAM)는 DSRC에 투자된 10억 달러의 민간 투자비용을 고려할 때 최대한 서둘러 도입돼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놨다. 자동차 간의 통신이 가능해야 자율주행 기술개발이 지금보다 훨씬 빨리 이뤄진다는 논리다. 글로벌 여러 자동차회사가 이미 비용을 투자한 만큼 의무화를 미루는 것 자체가 곧 손해를 줄이는 것으로 여기기 때문이다. 

-자동차에 대한 새로운 산업적 시각 필요
-플랫폼, 자동차는 충분히 될 수 있다

 반면 미국 내 완성차업체들은 최근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해킹을 이유로 통신 단말기 의무화는 시기상조라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굳이 통신이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도 일부 차종의 해킹이 이뤄지는 만큼 이 부분에 대한 대비책이 우선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여기에는 해킹에 따른 문제가 발생할 때 제조사에 책임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미국의 IT 전문지 '와이어드'는 화이트 해커와 함께 18㎞ 떨어진 짚 체로키의 해킹을 시도했고, 그 결과 속도와 방향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FCA는 140만대의 소프트웨어 보안 업데이트 리콜을 시행해야만 했다. 따라서 DSRC가 의무화되면 해킹에 따른 원격 접속이 범죄 등에 악용될 수 있고, 이 때 원인 제공자로 자동차 제조사가 지목될 수 있는 만큼 확실한 보안 대책 이후에 의무화가 뒤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 하나, 이해의 목소리는 통신 방식인 DSRC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다. 1999년부터 사용됐지만 점차 늘어날 자동차 간의 통신 데이터를 처리하기에는 구형 기술이라는 것. 이런 입장에는 주로 통신 기업이 한 목소리를 내는데, 이들은 5G 이동통신이 DSRC보다 훨씬 빠르고, 데이터 전송량도 많다는 점에서 5G가 보급될 때까지 DSRC 방식의 의무화는 보류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게다가 최근 BMW 등을 비롯한 완성차업체들이 자율주행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한 연결성(Connectivity)을 위해 5G 통신망을 적극 채택한다는 점도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리는 대목이다. 통신 기업으로선 차세대 먹거리인 자동차 통신에 있어 DSRC 관련 기업의 참여를 원천 배제하려는 의도다.
-통신 기업 간 치열한 경쟁 참여 유도
-미디어 플랫폼도 될 수 있어

 그래서 자동차도 이제는 하나의 새로운 플랫폼(platform) 시대로 진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자동차에서 플랫폼은 140년 동안 섀시, 엔진, 변속기 등의 기계적인 의미가 전부였다. 하지만 앞으로는 통신, 컨텐츠, 디자인 등의 플랫폼이 보다 부각되는 시대로 바뀌어가고 있다. 통신 기업에게는 차세대 통신 이용량을 늘릴 수 있는 플랫폼이고, 컨텐츠 기업에겐 자율주행으로 갈 때 탑승자가 필요한 정보를 얻는 플랫폼이다. 그리고 유통기업은 새로운 온라인 쇼핑몰 플랫폼으로 자동차를 활용할 수도 있다. 말 그대로 자동차의 전통 개념 자체가 흔들리는 시대로 변해가는 중이다.

 이런 이유로 자동차에서 4차 산업 혁명은 자동차를 더 이상 운송 수단으로 바라보지 않아야 한다는 시각이 전제되기 마련이다. 움직이는 집, 움직이는 사무실, 움직이는 쇼핑몰, 움직이는 미디어로 자동차를 바라볼 때 새로운 기회가 만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를 두고 최근 만난 카이스트 바이오및뇌공학자 정재승 교수는 이런 말을 했다. "이동수단, 탈 것이었던 자동차의 내부를 거대한 인공지능 플랫폼으로 만들어주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과 완전히 다른 방식의 삶이 만들어지고, 이를 소비자가 경험하게 될텐데 이 때 생존하려면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고...

 권용주 편집장 soo4195@autotimes.co.kr

▶ [하이빔]카셰어링 교통사고, 이제는 관리할 때다
▶ [하이빔]한국지엠의 올란도 캡티바 단종설은 어떻게 나왔나
▶ [기자파일]수입차, 한국 시장이 중요하기는 한 걸까
▶ [칼럼]경유세 인상 대신 휘발유세를 내린다면

Copyright © 오토타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