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농협 총기사건] 총이 돌아다닌다..총기범죄자 절반은 총기 소지자

2017. 4. 2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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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기 범죄 중 46%는 ‘기존 소지 총기’
- 자진 신고에 의존…허가 관리도 허술
- 해외직구 등 밀수 증가…법개정 추진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경북 경산시 농협 강도 사건의 피의자 김(43)모씨가 버렸다고 진술했던 45구경 권총이 주거지 인근에서 발견되면서 김씨의 권총 입수 경로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류의 절반은 이미 범행 당사자가 기존에 소유하고 있던 총기인 것으로 드러나 엄격한 총기 소지 허가와 관리 감독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경찰조사에서 “2003년께 지인의 창고에서 권총을 주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탄두와 탄피 감식결과 1943년 미국에서 제조된 만큼 권총 역시 미군용일 가능성이 높다. 

범죄에 사용되는 총기의 절반 가량은 이미 범죄 피의자가 기존에 소지하고 있던 총기로 관리 강화가 시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북 경산 농협 권총강도 사건에 사용된 권총과 동일 모델인 45구경 권총과 실탄.[사진제공=게티이미지]

문제는 김 씨가 권총을 습득한 이후 10여년 동안 경찰의 불법무기 자진신고 기간 동안 총기 습득 및 보관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고 경찰 역시 이를 밝혀내지 못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같이 습득된 총기는 범행에 자주 사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0년 66건이었던 총기 사용 범죄는 2015년 187건으로 3배 가량 늘어났다. 이중 범행에 사용된 총기를 이전부터 소지했던 경우가 전체의 46%, 90건에 달했다. 절반 가까운 총기 사고의 범인이 이미 총기를 갖고 있었다는 얘기다.

물론 수렵용 공기총 등을 소지 허가를 받고 각 지역 경찰관서에 보관하고 있었던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찰은 이들 총기를 경찰관서 내에 보관하다가 수렵 기간 중 오전 7시에서 오후 7시까지만 반출하고 이를 어길 경우 과태료를 물린다.

문제는 이 총기 소지 허가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 경찰청은 지난 2013년부터 총기관리 시스템을 통해 소지허가와 갱신 업무 처리시 범죄 전력 등 결격 사유를 확인하고 있지만 지난해 감사원 감사 결과 전체 총기 소지 허가자 10만1607명 중 2378명이 주민등록번호나 이름이 잘못 입력됐고 이로 인해 42명의 전과자가 총기 소지를 허가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840명은 사망 등의 이유로 허가 취소 대상자였지만 여전히 소지 허가된 상태였다. 56개 경찰서는 2013년 이후 총기 소지 허가가 만료돼 갱신이 필요한 87명에 대해 별도 갱신 절차도 없이 보관 중인 총기를 내줬는데 이중 31명은 정신질환 치료 경력이 있는 사람들이었다.

게다가 현행법 상 총기 도난이나 분실 시 신고만 하면 주거지 등에 대한 수색만 이뤄질 뿐 소유주가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주거지 수색도 압수수색 영장에 의해 강제되지 않아 총기 은닉이 용이하다. 이같은 법의 맹점을 이용해 지난해 11월 강원도 고성에서 음주운전 적발에 앙심을 품은 60대 남성이 숨겨뒀던 엽총을 파출소에 난사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 남성은 3년전 채무자를 총기로 위협한 혐의로 구속됐지만 경찰은 “총을 분실했다”는 남성의 진술에 분실 처리만 하고 회수하지 못 했다. 


최근에는 해외 직구 등으로 총기를 불법으로 구입하는 경우도 늘었다. 지난해 10월 관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로 몰래 들여오다 적발된 불법 총기가 2013년 140정에서 2015년 180정으로 대폭 늘었다. 대검 통계에서 범죄에 사용된 총기 중 24%는 새로 매입한 것이어서 이렇게 밀수입된 총기가 범죄에 사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경찰청은 지난해 서울 강북구 오패산 터널 총기 사건 이후 무허가 총기의 제조 판매 소지 행위의 형량을 현행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에서 ‘3년 이상, 30년 이하 징역’으로 대폭 강화하기 위해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또한 총기 안전 담당부서를 본청 계 단위에서 과로 격상하고 각 경찰서에서 총기 담당 요원을 지정하기 위해 치안정책연구원에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6개월 간 연구 용역으로 업무 분석, 조직 및 인원 추계가 완료되면 조직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다.

why3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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