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회 백상상영제·아가씨①] "女해방·男조롱" 칼럼리스트 김태훈 입으로 쓴 리뷰

조연경 입력 2017. 4. 24. 08:00 수정 2017. 4. 24.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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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조연경]
제53회 백상예술대상이 꼽은 작품 '아가씨'다.

23일 오후 6시30분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점(부티크 104호)에서는 '제53회 백상예술대상 후보작상영제(이하 '백상 후보작상영제')'가 열렸다.

'백상 후보작상영제'는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개최되는 이벤트로, 이번 상영제는 평론가·칼럼리스트와 함께 53회 백상예술대상 영화부문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작품 상영 및 관객과의 대화(GV·Guest View)가 진행된다.

23일 '아가씨' '아수라'에 이어 26일에는 김태훈 칼럼리스트와 함께 '곡성' 상영제가, 27일에는 신기주 에스콰이어 편집장과 민용준 에스콰이어 에디터 진행으로 '밀정' 상영제가 개최된다.

'백상 후보작상영제'가 소개한 첫 번째 영화는 '아가씨(박찬욱 감독)'. 지난 2016년 6월 1일 개봉한 '아가씨'는 배우 김민희·김태리·하정우·조진웅이 열연, 박찬욱 감독이 탄생시킨 또 한 편의 문제작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최종 누적관객수 428만8318명을 기록했다.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화제를 모은 '아가씨'는 전세계 6개 대륙 175개국에 판매되며 한국영화 역대 최다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 또 6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을 시작으로 1년이 지난 현재까지 각종 해외영화제 초청 및 수상을 독식하며 글로벌 인기를 입증시키고 있다.

이 날 영화 상영 후 이어진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는 김태훈 칼럼리스트의 진행 아래 약 30여 명의 관객들이 '아가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이 작품에 대해서는 워낙 많이 알고 계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개봉 후 수 많은 평론가들이 자신들만의 해석을 내놨고, 박찬욱 감독도 여러 인터뷰를 통해 감독의 입장을 전했다"고 여전히 다양한 의미로 회자되고 있는 '아가씨'에 대해 논했다.

이를 증명하듯 관객들은 1년 후 다시 관람한 '아가씨'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궁금증을 쏟아냈다. 40분이라는 시간동안 십여 가지의 질문이 끊임없이 이어졌고, 김태훈 평론가는 관객들이 납득할 만한 답변을 통해 공감대를 자아냈다.

또 모든 행사가 끝난 후에는 추첨을 통해 4명(1인2매)의 관객에게 53회 백상예술대상 참석 티켓을 증정했다.

# 김태훈 칼럼리스트, 입으로 다시 쓴 '아가씨' 리뷰
"영화 재미있게 잘 보셨냐"며 가벼운 인사말을 전한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여성 분들의 대답은 시원하게 나오는데 남성 분들은 어딘가 걸린 듯한 대답이 나오는 것 같다"며 "'아가씨'는 확실히 여성관의 정점에 있는 영화다. 한국 감독, 그리고 남자 감독 중에서 이토록 여성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그릴 수 있는 감독이 몇 이나 될까 싶다"고 운을 뗐다.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아가씨'를 박찬욱 감독의 전작과도 비교했는데 "'공동경비구역 JSA' 같은 경우도 이영애 씨 캐릭터가 갈등과 비밀을 해결하는 역할을 한다. '아가씨' 전 마지막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할리우드 영화 '스토커'는 아예 여성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꾸린다. 그리고 우리나라 관객들을 만나기 위해 돌아와 선보인 '아가씨'는 성별에 따른 선악 구도가 나눠져 있을 뿐더러 확고한 입장까지 완벽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개봉 후 갑론을박이 펼쳐졌던 정사신에 대한 평가를 하는데도 거침없었다.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아가씨'는 여성에 대한 박찬욱 감독 식의 세계관을 성(性) 즉 섹스를 통해 드러낸다. 위선적인 남성들로부터 해방을 맞게 되는 여성들의 행보를 표현한 상징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그 외 많은 장치들이 있지만 인간의 가장 말초적이고 원초적인 성행위를 빼놓고 이야기 할 수는 없다. 남성들의 태도와도 완벽하게 대비 시키고 있다. 그간 많은 영화에서 음침한 조명 아래 성행위를 보여줬다면 '아가씨'는 적나라하게 밝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에 반해 남성들의 성은 기괴하다. 가장 육체적인 행위를 가장 지적인 행위가 펼쳐져야 할 서가에서 치른다. 남성들은 나비넥타이를 맨 채 히데코(김민희)의 입에서 나오는 구절들을 음미한다. 왜곡돼 있는 성 의식을 나타내는 것이다"며 "이는 과거에 여러 예술작품에서 남성들의 위선과 왜곡을 표현할 때 즐겨 등장했던 장면들이기기도 하다.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식사'를 봐도 벌거벗은 여자와 턱시도 입은 남자가 그려져 있다. 과거 영화 '바보선언(이장호 감독·1984)에서는 남성들이 한 여성을 둘러싸고 파티를 벌이는데 남성들의 상의는 턱시도를 차려입고 있지만 하의는 탈의한 채다. 박찬욱 감독 역시 남성들의 위선을 이 영화 속에 갖고 온 것 아닐까 싶다"고 밝혔다.

영화를 이끈 두 여성 캐릭터 히데코와 숙희(김태리)에 대한 감상평도 이어졌다. '여성들의 연대'를 인상깊게 봤다는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표현하는 감성이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히데코는 자신의 이모부에 의해 기형적으로 보호되고 종속되는 존재로 표현된다. 남성들을 만족시키는 도구로는 손과 입이 이용되는데, 손에 장갑을 낀 채 입으로 구술을 한다. 손과 입은 성 행위를 말할 때 원초적으로 거론되는 부위다"며 "그런 의미에서 숙희가 골무를 낀 채 히데코의 이를 갈아주는 장면이 나온다. 관념적인 관계가 여성들의 관계 속에서는 구체적으로 표현되면서 히데코의 욕망이 해결되는 신이라 볼 수 있다. 이러한 지점이 박찬욱 감독만이 표현할 수 있는 놀라운 부분이자 가장 뛰어난 부분이 아닌가 싶다. 똑같은 장면, 똑같은 부위를 갖고 관계 속에서 변주 시킨다. 남성들에게는 이랬는데, 여성들이 만났을 땐 다르게 표현되는 것이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박찬욱 감독의 인터뷰를 언급하며 "히데코의 감금은 남성에 의해 물리적·육체적으로 감금돼 있었던 것이 아니라 폭압적인 분위기 속에서 심리적으로 억압돼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모부 집에서 탈출할 때 등장하는 담들은 결코 높거나 거대해 보이지 않는다. 본인이 원했다면 나갈 수 있는 공간이었지만 '왜 머무를 수 밖에 없었는지' 질문을 던지게 되는 대목이다. 결국 계급적으로는 아래인 숙희를 통해 자유를 찾는다는 것이 박찬욱 감독이 보여주고 있는 확실한 증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단언했다.

또 "떠나는 배 안에서 보여지는 흥미로운 장면도 있다. 히데코가 숙희의 신발끈을 묶어주는 행위를 보여주는데 사실 처음 히데코와 숙희의 관계는 주종의 관계로 시작된 것이 맞다. 근데 하녀가 주인의 신발끈을 묶어줄 수는 있지만 주인이 하녀의 신발끈을 묶어준다는 것은 더 이상 이들이 주종의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한 대사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으면서 사소하지만 디테일한 장면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의미적으로 영화의 결을 보여줬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디테일의 정점에는 서재 속 뱀머리 형상과 달을 빼놓을 수 없다. "뱀머리 형상을 여성들의 힘으로 깨버리고 나가는 것, 쾌락의 도구로 전환 시키는 장면 같은 경우는 여성의 주체성을 강조하며 남성들의 금기를 스스로의 힘으로 폭력 아닌 쾌락의 도구로 바꾸는 것이라 볼 수 있다"고 말한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박찬욱 감독은 극중 달을 많이 등장시키는데, 여성의 행위를 이야기 할 때 한자어로 많이 쓰이기도 한다"며 "초·중반은 물론 후반까지도 영화 속 달은 온전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구름에 숨겨져 있거나 어둠에 감춰져 있는데 히데코와 숙희가 탈출에 성공한 후에야 하늘에 떠 있는 달을 완벽한 만월의 형태로 보여준다."고 덧붙였다.

김태훈 칼럼리스트는 "이 영화가 개봉했을 때 많은 이야기들이 있었다. 특히 남성 관객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상당히 갈렸다"며 "하지만 이제 이러한 영화를 대놓고 이야기 할 수 있을 정도로 관객들의 수준과 눈높이는 높아졌다. 이 이후에 어떤 작품이 나올지 더 기대되는 대목이기도 하다"고 마무리 지었다.

>>②에서 계속
[53회 백상상영제·아가씨①] "女해방·男조롱" 칼럼리스트 김태훈 입으로 쓴 리뷰[53회 백상상영제·아가씨②] 1년 후 다시보는 '아가씨' 여전한 궁금증 [53회 백상상영제·아가씨③] "히데코♥숙희 정말 사랑했을까요?"

조연경 기자 사진=양광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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