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첩장 전달 '식사 대접'에 등골 휘네요"

신은별 2017. 4. 24.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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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초 결혼을 앞두고 주말마다 '청첩장 모임'(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한 식사모임)을 가지고 있는 예비신부 이모(28)씨는 모임이 끝난 뒤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표정이 굳어진다.

23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 정도(68%)가 '청첩장 모임을 가질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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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부부가 쏘는 날로 모임 인식

지출계획 평균 116만원 조사

부담 줄이려 다과로 대신하거나

청첩장 주기 포기 사례도 많아

“허례허식 모임 지양해야” 지적

게티이미지뱅크

5월 초 결혼을 앞두고 주말마다 ‘청첩장 모임’(청첩장을 전달하기 위한 식사모임)을 가지고 있는 예비신부 이모(28)씨는 모임이 끝난 뒤 계산대 앞에 설 때마다 표정이 굳어진다. 3월 말부터 다섯 차례 모임(30여 명)에 쓴 돈만 벌써 150만원. 앞으로 남은 두세 번의 모임(10여 명)까지 생각하면, 청첩장 전달에만 200만원을 훌쩍 넘겨 가슴이 답답하다. 이씨는 “밥을 사지 않고 청첩장만 주면 ‘섭섭하다’ ‘괘씸하다’는 말이 당장 나와, 부담스럽지만 어쩔 수 없이 (모임을) 할 수밖에 없다”며 “이번 달 월급은 모임에 고스란히 ‘올인’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따뜻한 봄날, 결혼 성수기에 접어들면서 예비신랑신부들이 하자니 “목돈 지출이 부담스럽다”고, 안 하자니 “섭섭하다”는 눈총을 견뎌야 하는 청첩장 모임 딜레마에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기쁨을 함께 나누자’는 의미에서 생겨난 문화가 ‘예비부부가 쏘는 날’로 변질되고 있는 탓이다.

23일 결혼정보회사 가연에 따르면 지난해 회원 34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 10명 중 7명 정도(68%)가 ‘청첩장 모임을 가질 계획이 있다’고 대답했다. 이들이 계획한 평균지출비용은 116만원. 직장인 평균 월급이 270만원 정도(2015년 통계청 집계)인 걸 감안하면, 월급의 40% 이상을 쓰고 있는 셈이다. 실제 ‘청첩장 모임을 하지 않겠다’고 답한 이들의 38%가 ‘비용부담’을 첫 손에 꼽을 정도다.

일부에서는 갈등도 일어난다. ‘당연히 사야지’라는 쪽과 ‘꼭 그래야 하냐’는 충돌이다. 지난해 결혼한 한 주부는 “‘축하한다’는 말이 끝나기 무섭게 당연하다는 듯이 ‘뭐 사줄 거냐’ ‘비싼 거 사달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다”며 “‘호구’가 된 것 같아 기분이 나빴다”고 했다. 반면 직장인 전모(30)씨는 “청첩장을 준다기에 당연히 (신부가) 밥을 사는 줄로 알았는데 갑자기 ‘더치페이’를 하자고 해 당황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직장인 유모(28)씨는 “사적인 행사(결혼)에 시간을 내어 참석해달라고 부탁하는 자리인 만큼 마땅히 예의를 차리고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예비부부들은 “최대한 아껴보자”며 갖가지 방법을 동원한다. 지난해 결혼한 한모(30)씨는 “차나 디저트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1만~2만원대 뷔페에 30여명 지인들을 모아 50만원 정도에 해결했다”고 했다. 일부러 식사 시간대를 피해 약속을 잡아 간단한 다과를 대접하거나, 할인 가격이 적용되는 평일 점심 시간에 모임을 하는 식으로 돈을 아끼는 이들도 있다. 비슷한 시기에 결혼하는 지인들이 있을 경우 합동 모임으로 절반씩 비용을 나눠 내기도 한다.

청첩장 주기를 포기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지난달 결혼한 송모(28)씨는 “직장도 그만두고, 부모님께 손 벌려 결혼하는 형편이어서 밥값에 수백 만원을 쓸 수가 없었다”며 “시간이 없단 핑계로 친한 친구들에게만 모바일 청첩장을 전송했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허례허식을 최소화하고 능력껏 결혼하자는 분위기가 확산되는 만큼, 경제적으로 과도한 부담이 될 수 있는 청첩장 모임은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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