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남겨라"..역사보존에 막힌 잠실5단지

용환진,김강래 2017. 4.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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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현장소위, 조합측에 요구..개별난방 시절 쓴 초대형 배기구
타워동 존치·관통도로도 요청
조합 "아무 가치없어 수용 불가"..본심사 한달도 안남기고 새 변수
서울시가 보존을 요구해 논란이 일고 있는 잠실 주공5단지 내 굴뚝 모습. [사진 = 독자 제공]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산하 현장 소위원회가 잠실주공5단지에 대해 역사 흔적 남기기 일환으로 굴뚝과 단지 내 타워형 주동을 보존하라고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합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음달로 예정된 재건축 승인을 위한 도계위 본회의를 한 달도 채 남기지 않고 돌출한 '역사 보존' 변수가 잠실5단지 재건축에 어떤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잠실5단지 조합이 지난 21일 조합원들에게 보낸 주간업무보고에 따르면 현장 소위원회는 준주거지 내 관광객을 고려한 파급력 있는 시설을 단지 내에 도입하고 단지 내 타워형 주동과 굴뚝 보존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또 장미아파트 앞 도로부터 리센츠아파트까지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시계획도로를 내라고 요구했다. 서울시는 지난 11일 잠실5단지를 방문해 도계위 소위원회를 진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조합은 현장 소위원회가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시간이 걸리는 사안을 요구해 당혹스럽다는 반응이다. 정복문 잠실5단지 조합장은 굴뚝 보존 요구에 대해 "굴뚝 자체가 보존할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단지 내 중앙부 북측에 위치한 대형 굴뚝은 과거 개별난방 시절에 사용됐다. 15층의 단지 내 아파트를 능가하는 높이로 지금은 난방 방식이 바뀌어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조합 측은 또 단지 중앙부에 위치한 타워형 주동 5개 중 1개를 남겨두라는 요구도 기존에 짠 설계를 전면 수정해야 하기 때문에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조합장은 "타워형 주동을 남기는 것은 어렵지만 아파트 단지 외곽에 있는 일부 동에 기념관을 만드는 것은 기존 설계안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에 대해서도 조건부 수용 입장을 밝혔다. 연내 관리처분 신청만 가능하다면 웬만한 서울시 요구는 모두 수용하겠다는 기존 입장에서 크게 변화한 모습이다. 단지를 관통하는 도로가 들어서면 단지가 둘로 나눠지는 꼴이어서 재건축 수익성이 떨어지게 된다. 정 조합장은 "일단 조합원들의 의사를 확인해봐야 한다"며 "단지 중앙에 도로를 내는 대신 서울시가 어떤 인센티브를 주는지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굴뚝과 타워형 주동 등 '흔적 남기기' 차원에서 예전 모습을 보존·활용할 수 있는지 가능성을 검토하라고 한 것"이라며 "소위원회에서도 굴뚝의 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점은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다음달 17일로 예정된 도계위 본회의에 잠실5단지 재건축안을 상정할 수 있을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도계위 본회의는 통상 매월 첫째·셋째주 수요일에 열리는데 5월 첫째주 수요일이 공휴일이어서 조합은 그동안 5월 17일 상정을 목표로 해왔다. 조합 관계자는 "도계위 본회의 전에 현장 소위원회 요구에 대한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며 "조합과 협력 업체가 해당 심의위원들을 상대로 협의를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가 재건축 아파트에 대해 단지 내 관통도로 건설 및 역사 흔적 남기기를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서울 반포주공1단지는 전체 66개동 중에서 1개동만 남겨두고 재건축을 추진하기로 했다. 남은 1개동은 원형을 보존해 주거역사박물관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단지 내 도로 개설은 반포, 개포, 은마 등 재건축 단지에 대해서도 요구한 바 있다. 서울 잠원동 한신4지구 아파트는 주변 도로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단지 내 차량 진출입로를 연장하기로 했다. 은마아파트에 대해서는 당초 폭 15m의 관통 도로 개설을 요구했으나 2015년 빗물 저류시설 설치와 공원 기부채납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도 역사 가치 보존이나 공공시설 등을 요구한 사례는 있지만 잠실5단지의 경우 조합원들이 미처 생각지 못한 새로운 이슈라 논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를 피하는 것도 더욱 힘들어졌다"고 덧붙였다.

돌발 악재가 불거지면서 잠실주공5단지 매매도 악영향을 받고 있다. 전용면적 112㎡의 시세는 지난달 14억8000만∼14억9000만원에서 이달 현재 14억9000만~15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다. 지난 2월 15건, 지난달 12건이었던 거래량은 이달 현재 7건 수준에 그치고 있다.

[용환진 기자 / 김강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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