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우조선 2.9조 넣어도 2019년부터 또 적자

정석우,문지웅 2017. 4. 24. 0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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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20년 2000억원대 순손실 추정..수주회복 전제 2021년 흑자 기대
회복세 더디면 장기적자 늪 빠질수도 과도한 공적자금 회수 집착하거나
회사 자구노력 미흡땐 '좌초' 경고

삼정KPMG 실사보고서 단독 입수

진통 끝에 사채권자와의 채무 재조정까지 완료하면서 대우조선해양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23일 매일경제신문이 단독 입수한 삼정KPMG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에 따르면 2조9000억원에 달하는 신규 자금이 수혈되더라도 2019~2020년에 다시 적자로 돌아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선 분야를 중심으로 수주가 줄어들면서 매출액이 올해 추정치의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등 또 한 차례 고비를 맞을 것으로 삼정KPMG는 추정했다. 대우조선해양 자구노력이 미흡하거나 산업은행과 정부가 공적자금 회수 원칙에 집착할 경우 마지막이나 다름없는 대우조선해양 경영 정상화 시도가 좌초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오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이 국민연금 등 주요 사채권자와 KEB하나은행 등 시중은행들에 보낸 삼정KPMG의 대우조선해양 실사보고서 요약본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은 다음달 이후 한도성 여신 2조9000억원을 지원받아도 2019~2020년 또다시 적자기업으로 바뀐다. 올해와 내년에 반짝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2019년 이후에는 또다시 재무 상황이 나빠질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달 23일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방안을 발표할 때 이 같은 내용은 언론과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 대신 2021년 말 기준으로 재무·수익구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작고 단단한 기업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는 부분만 강조했다. 삼정KPMG는 대우조선해양이 올해 영업이익 5391억원, 당기순이익 5649억원을 올릴 것으로 봤다. 실제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말 결산 때 회계법인이 보수적 잣대를 들이대면서 손실을 대폭 반영한 뒤라 1분기 흑자 전환 가능성이 높다. 삼정KPMG는 내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을 각각 875억원, 1493억원으로 추정하는 등 대우조선해양이 2년 연속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2019년부터다. 삼정은 2019년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손실 1513억원, 당기순손실 136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진단했다. 올해 10조원에 이르는 매출액이 2019년 4조5000억원대로 반 토막 나고 영업이익률도 올해 5.29%에서 2019년에는 -3.3% 손실 전환하는 것으로 내다봤다. 2020년에도 대우조선해양은 영업손실 854억원, 당기순손실 664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대우조선해양 실적이 다시 회복되는 시점은 2021년이다. 삼정은 2021년 대우조선해양이 영업이익 471억원, 당기순이익 459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률도 미미한 수준(0.8%)이지만 플러스 전환될 것으로 기대했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도 지난해 말 부채비율 2732%였던 대우조선해양이 2021년에는 부채비율 257%로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매출 6조~7조원 수준에서도 이익 창출이 가능한 수익구조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2021년에 대우조선해양이 흑자기업으로 재탄생할지는 미지수다. 삼정KPMG의 신규 수주 전망이 달성될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삼정KPMG는 올해 20억달러인 대우조선해양 신규 수주액이 △2018년 54억1000만달러 △2019년 71억9000만달러 △2020년 74억1000만달러 △2021년 76억7000만달러 등으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가정했다. 대우조선해양이 제시한 수주 전망치에 비해 보수적이지만 지난해(15억5000만달러)와 올해 1분기 수주실적을 보면 이 같은 수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이 같은 수주 회복세를 전제로 올해 -3조1842억원인 영업현금흐름이 △2019년 1조8784억원 △2020년 1조4094억원으로 개선될 것으로 진단했지만 수주 회복세가 더딜 경우 장기 적자 늪에 빠질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흑자 전환이 불투명할 경우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M&A)도 시계제로 상태에 빠질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은 내년부터 대우조선해양 주인 찾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방침이다. 금융당국과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매각을 본격화하는 내년부터 2021년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Firm·FCFF)이 잇단 선박 인도에 따라 꾸준히 플러스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호재다. 하지만 공적자금 최대 회수 원칙에 매여 또다시 매각 시기를 놓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회사 자구노력이 실패하거나 산업은행이 더 좋은 매각가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할 경우 모든 구조조정이 원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석우 기자 / 문지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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