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남북] 3黨 연대가 안 되는 이유

이동훈 정치부 차장 2017. 4.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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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정치부 차장

대선 반전 카드로 꼽혀온 자유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 3당 후보 연대가 물 건너가는 분위기다. 연대를 통한 반전 모색이 없다면 이번 대선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승리로 굳어질 가능성이 크다.

3당 연대의 가장 큰 장애물은 다름 아닌 3당 의원들이다. 선거 현장을 들여다보면 그렇다. 의원들은 연대의 이유나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나아가 내년 지방선거, 다음 총선을 생각하면 연대를 하지 않는 게 그들 이해에 부합한다.

이번 대선의 특이점 가운데 하나가 한국당과 민주당 사이에 흐르는 온기(溫氣)다. 선거마다 악다구니를 치던 두 당이 이번엔 최소한의 공방만 벌인다. 혹자는 이런 상황을 두고 "한시적으로나마 여야 화합을 이뤘다"고 농담 아닌 농담을 한다.

민주당 문 후보 입장에선 한국당 홍준표 후보가 잘해줘야 보수층의 '안철수 쏠림'을 막을 수 있다. 여기까지는 그럴 수 있다. 한국당 관계자들의 솔직한 속내를 들어보면 가관이다. "가장 좋은 대선 결과는 홍 후보 승리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 그 가능성이 높지 않다. 그러면 안철수보다 문재인이 승리하는 게 낫다. 대선 이후 영남을 근거지로 강력한 야당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한국당 입장이 애매모호해진다. 비유하자면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꼴이 된다."

23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19대 대선 후보들이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뉴시스 국회사진기자단

한국당 의원들 마음은 승산 낮은 대선보다 내년 6월 지방선거에 벌써 가 있는 것 같다. 선명한 좌파 정부가 들어서야 지방선거가 쉬워지고, 지방선거를 이겨야 총선에서 살아남는다는 계산서가 나와 있다. '홍준표를 찍어야 자유 대한민국을 지킨다'고 외치는 한국당 의원들 머릿속에 '문재인이 돼야 내 선거가 쉬워진다'는 생각이 들어차 있을 개연성이 높다. 보수 논객들이 "국민의당과 연대해 좌파 정권만은 막아야 한다"고 외쳐도 의원들에겐 후(後)순위다.

연대에 관심 없기는 국민의당 의원들도 마찬가지다. 한 관계자의 얘기다. "문재인이 대통령 되면 민주당만으론 정국 운영이 불가능하다. 국민의당 의원부터 끌어들이려 할 것이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양손에 떡을 들고 있다." 국민의당 의원들은 안철수가 대통령이 되면 좋지만 문재인이 돼도 나쁘지 않다. 보수와의 연대로 굳이 지지층(호남)으로부터 비난받는 위험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내년 호남에서의 지방선거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바른정당은 "연대하자"는 의원들 목소리가 개중 크긴 하다. 그런데 이 역시 의원들 이해타산 때문이다. 바른정당 관계자의 얘기다. "현장에서 선거운동이 안 된다고 난리다. 내년 지방선거 걱정에 기초의원 등 바닥 조직이 움직이지 않는다. 영남에서 바른정당 낙인이 찍혀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다. 이걸 보면서 의원들 몸이 달아 있다." 유승민 후보 사퇴론에 탈당설 등으로 바른정당이 뒤숭숭한 이유다.

"악무한의 여야 대립을 끊고 상생의 정치를 구현하자"는 설교의 목소리가 한때 높았다. 연정·협치·분권이란 단어가 복음처럼 등장했고, 제3세력은 메시아를 자처했다. 하지만 지금 흘러가는 형국으로 봐선 대선 이후 우리 국민은 다시 날 선 여야 대결 구도를 마주해야 할 것 같다. 죽일 듯 싸우지만 실제론 '그가 있어서 내가 존재하는' 적대적 공생 정치가 재림(再臨)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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