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했죠, 무대서 '아니다' 싶을 땐 도넛 가게 열자고"

최보윤 기자 2017. 4. 24.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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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부 무용가 김용걸·김미애
'볼레로' 주제인 두 작품으로 비슷한 시기에 무대 올라

발레리노이자 안무가 김용걸(44·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교수)과 국립무용단 수석 무용수 김미애(45)는 무용계에서 알아주는 스타 부부다. 10년 연애하고 2007년 결혼한 이들은 서로에게 둘도 없는 조언자다. 2012년 김용걸이 창작한 '비애모'에서 함께 주역을 맡은 이래 오랜만에 서로의 작품에 '한 소리' 할 기회가 생겼다.

서양 발레와 한국 고전 무용을 대표하는 무용계 스타 부부 김용걸(왼쪽)·김미애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포즈를 취했다. /장련성 객원기자

김미애는 국립무용단의 '시간의 나이'(안무 조세 몽탈보·27~29일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주역을 맡고, 김용걸은 국립현대무용단 창작 무용 '쓰리 볼레로'(6월 2~4일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를 무대에 올린다. '시간의 나이' 마지막 부분은 '볼레로' 음악에 맞춰 한국적 제의를 재해석한 '포옹'. 두 사람 모두 프랑스 작곡가 모리스 라벨(1875~1937)의 춤곡 '볼레로'에 뿌리 둔 작품을 하게 됐다.

"걸출한 안무가인 모리스 베자르(1927~2007)가 완벽한 '볼레로'(1960)를 만들어놔서 뛰어넘기란 쉽지 않죠. 4개 악절의 반복을 치열한 박자로 쪼갠 뒤 '펑!' 하고 터뜨려 보려 합니다." 아내가 거들었다. "용걸씨가 만든 볼레로는 음표들이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아요."

한국무용을 전공한 김미애는 "몽탈보가 볼레로 음악에 즉흥적인 시나위풍으로 춤을 춰보라고 조언했다. 묘하게 문화가 합쳐지는 것을 느끼게 됐다"고 했다.

김용걸이 국립극장 '문을 열고 들어오는' 신입 단원 김미애에게 한눈에 반해 몇 달간 구애(求愛)했다. 콧대 높던 김미애의 마음을 뒤흔든 건 역시 무대. 1997년 김용걸 주연 발레 '파키타'를 보고 심장이 덜컹거려 승낙의 '삐삐'를 쳤다. 김용걸은 "이제야 말하지만 객석에 있는 미애씨를 보고 엔도르핀이 흘렀다"고 말했다. 지금도 상대방 공연을 보고 집에 오면 그날은 특히 에너지가 샘솟는단다. 아티스트의 예민함은 아홉 살난 아들 현재 앞에서 사르르 녹는다. 이미 다섯살 때부터 소고 춤을 따라 출 정도로 재능을 타고났다.

부부는 저 멀리 파리에서 우리 것에 눈 돌리기 시작했다. 김용걸은 2000년 동양인 발레리노로는 처음으로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입단해 2009년까지 활약했다. "파리에서 한번은 국립국악원 무용을 봤는데 새삼 충격을 받았어요. 도도함과 절도에 주저앉게 하더군요." 이번 안무에 한국 춤사위를 집어넣은 이유다.

파리 생활에 뒤늦게 합류한 김미애도 마찬가지. "제가 그저 국립무용단이란 울타리에서 큰 온실 속 화초란 걸 알았어요. 저만의 것이 없었던 거지요." 한국으로 돌아온 뒤 김미애는 교방굿거리춤의 대가 김경란 선생을 찾아 춤과 철학 공부를 새로 했다.

부부는 무용수 절정이 지났다는 마흔을 넘겼다. "우리끼리 약속했어요. 무대에서 '아니다' 싶으면 객관적으로 얘기해주자. 헉헉거리고 나이 든 티 내면 관객에게 실례잖아요. 마음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하죠." 아내 이야기에 남편이 맞장구다. "때가 되면 말할 거에요. '우리 이제 도넛 가게 열 때 됐어요.'(웃음)" 둘 사이 '퇴장'을 말하는 '암호'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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