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산이 들어 앉은 캔버스 토속적 생명력 뿜어낸다.. '박고석과 산' 전

손영옥 선임기자 2017. 4. 2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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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고석(1917∼2002)은 '산의 화가'이다.

쉰 한 살이던 1968년 산행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산이 들어 앉았다.

그의 산은 두터운 마티에르, 강렬한 색채 대비, 격정적인 붓 터치에 힘입어 토속적 생명력을 뿜어낸다.

가슴으로 산이 다가올 때만 그렸던 화가 박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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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설악, 1984, 캔버스에 유채
범일동 풍경, 1951, 캔버스에 유채

“집에 가보면 팔아 줄 그림은 안 걸려 있고 등산 장비만 잔뜩 널려 있지 뭡니까.”(현대화랑 박명자 회장)

박고석(1917∼2002)은 ‘산의 화가’이다. 쉰 한 살이던 1968년 산행을 시작한 뒤 자연스럽게 캔버스에 산이 들어 앉았다. 그의 산은 두터운 마티에르, 강렬한 색채 대비, 격정적인 붓 터치에 힘입어 토속적 생명력을 뿜어낸다. 미술 평론가 서성록 안동대 교수는 이를 “자연의 생동감을 전달하려는 그가 궁리 끝에 찾아낸 ‘육체의 리듬’”이라고 표현한다. 유영국(1916∼2002)과 함께 ‘산 작가’로 꼽히지만 유영국의 산이 추상화된 이미지로 숭고미를 표출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박고석의 산 그림은 찾는 사람이 많았지만, 과작(寡作)인 탓에 그가 세상에 남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 작가는 스케치북을 들고 전국의 명산을 누볐다. 특히 설악산은 많으면 1년에 7∼8회 오를 정도로 좋아했다. 하지만 스케치가 캔버스로 옮겨져 돈이 되는 유화가 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아내 김순자(90)씨는 그를 ‘게으른 남편’이라고 타박했고, 절친 황염수(1917∼2008) 작가도 “고석인 그림을 잘 안 그려”하며 안타까워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과묵하기로 유명한 그는 한마디 툭 던질 뿐이었다. “감동이 없는데 어떻게 그리나….”

박고석 탄생 100주년을 기리는 ‘박고석과 산’ 전이 서울 종로구 삼청로 현대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 21일 고인의 아내와 막내인 박기호 사진작가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김씨는 유명 건축가 고(故) 김수근의 누나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여러 화랑과 미술관의 도움을 받아 산재했던 작품을 대규모로 한자리에 모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1930년대 일본 유학 이후 부산 피난지 및 전후의 암울한 삶을 야수파적인 거친 윤곽선과 표현주의적 터치로 표현한 50년대 초중반 작품, 한묵 황염수 유영국과 함께 사실주의에 반기를 들고 창립한 모던아트협회 시절 50년대 후반 추상적 경향의 작품, 68∼92년까지 본격적인 산 그림 시기의 작품 등 전 시기를 망라해 엄선된 40여점이 나왔다.

평양 출신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난 그의 본명은 요셉이지만 아호 고석으로 더 알려졌다. 사람이 좋아 집에는 화가들뿐 아니라 소설가 박경리 시인 고은 등 문인들도 들끓었다.

박고석은 이중섭 한묵과 알아주는 삼총사였다. 11살 연하의 아내 김씨는 사정사정해 외상술을 받아 왔더니 방안에서 이들이 오드리 햅번 얘기를 하고 있어 울컥했던 일화를 꺼내기도 했다. 그런 누나를 위해 건축가 김수근은 서울 명륜동에 집을 지어주기도 했다.

“산이 보인다는 것은 산 자체나 산의 명암, 광선, 산세들이 드라마틱하게 나와 만난다는 얘기다. 거기서 보이는 산을 가슴에 오는 산이라고 할 수도 있다.”

가슴으로 산이 다가올 때만 그렸던 화가 박고석. 3000여점의 드로잉과 수채화를 그렸지만 유화는 평생 300점이 안 되는 드물게 과작인 화가. 산과 합일한 그의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5월 23일까지(02-2287-3591).

손영옥 선임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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