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열의 하프타임] 손흥민의 역사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

조회수 2017. 4. 24. 01:0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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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부족해요. 더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고 앞으로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런던은 화창한 봄날이었습니다. 다른때 보다 설레는 마음으로 웸블리로 향했습니다. 흥미로운 경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FA컵 준결승이자 리그우승을 다투는 1,2위 팀인 첼시와 토트넘의 런던더비. 이 경기는 많은 축구팬들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습니다. 

웸블리로 향하는 팬들


FA컵에 대한 설렘과 불안함

저는 그런 이유보다 더 설레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바로 손흥민 선수의 득점입니다. 요즘 폼이 좋은 손흥민 선수가 득점을 기록할 수도 있겠다는 기대감이었습니다. 유럽 리그 아시아 선수 한 시즌 최다골 기록갱신을 눈 앞에서 볼 수도 있다는 바로 그 기대감 때문에 설레임을 안고 경기장으로 향했습니다.

설레는 기대감 한편으로 불길한 예감도 들었습니다. ‘손흥민 선수가 웸블리에서는 득점을 기록하지 못했을 뿐더러 좋은 활약을 보이지 못했는데… 웸블리가 그에게는 좋은 기억의 장소는 아닌것 같은데 혹시 오늘도…’ 그리고 문득 지난 훈련의 모습이 떠 올랐습니다. 윙백포지션으로 연습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불어 ‘설마 맞지도 않는 옷을 입힐까? 내가 잘못 본거겠지. 최고의 공격수가 윙백이라니 그건 아닐거야’ 라는 생각도…


팬들에게 듣고 싶었던 SON의 존재감

웸블리파크역에서 스타디움까지 이어진 파란색과 하얀색의 행렬은 장관이었습니다. 주변 환경도 FA컵에 관련된 것들이었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는 소리가 거리를 가득 채웠습니다. 이미 거리는 축제분위기였습니다. 축제를 즐기기 위해 그리고 자신의 팀을 응원하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을 여느 때보다 많이 만났습니다. 그들을 통해 요즘 최고의 활약을 보이고 있는 손흥민 선수에 대한 생각을 듣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먼저 토트넘 팬들을 만났습니다. 여느 때와는 다른 내용으로 만나는 팬들에게 동일한 질문들을 했습니다.

자신의 팀에서 가장 중요한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오늘 경기에서 득점이 기대되는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

‘손흥민 선수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해달라’ 

기대감으로 가득 찬 토트넘팬들

매튜씨는 망설임없이 “알리”라고 말한 뒤 웃으면서 “케인, 에릭센 그리고 쏜”이라고 대답합니다. 다음 질문에 대해서도 “케인과 알리”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 “쏜은 이번 시즌에 많이 발전했다. 계속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선수다.”라며 이번 시즌의 좋은 활약과 앞으로에 대한 기대를 표현합니다.

그 외에 만났던 대부분의 팬들도 손흥민 선수를 “열심히 하는 선수다.” ,“팀에 필요한 선수다.”,”잘하고 있다.”절대적으로 팀에 남아 있어야 한다.” “큰 발전을 보이는 선수다. 앞으로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등 손흥민 선수가 잘하고 있다는 것과 발전하고 있으며 팀에 필요한 선수라는 사실은 인정합니다. 한 마디로 진행형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선수로는 ‘알리와 케인 그리고 에릭센’을 먼저 꼽았고 득점이 기대되는 선수도 “케인과 알리”가 대부분이었습니다. 요즘 4경기 연속 득점을 기록하며 물오른 득점력을 보이는 손흥민 선수의 이름이 나올 줄 알았는데, 경기장에서 만난 30여명의 현지 축구팬들의 생각은 한국 언론에서 보도하는 내용, 그리고 제가 내심 기대했던 생각과는 달랐습니다. 

질문에 솔직하게 대답해주는 토트넘 팬들

첼시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첼시 팬들에게는 ‘토트넘 선수 중 가장 위협적인 선수는 누구라고 생각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해 보았는데 역시 대부분이 ‘케인과 알리, 에릭센, 뎀벨레 그리고 손흥민’ 순이었습니다. 토트넘 팬들이 자신의 팀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선수들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질문에 응답한 뒤 포즈를 취하는 첼시 팬들

‘나는 손흥민선수가 득점하며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장면을 목격하고 싶었는데…’ ‘오늘 만난 팬들은 다들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걸까?’,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는 내 욕심이 과한 것인가?’ 등등 많은 생각이이 드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축제 분위기의 토트넘팬존(Fan Zone)

웸블리를 자주 왔지만 쉽게 볼 수 없었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스타디움 근처 아레나에 토트넘 천막과 깃발들이 나부끼고 있었고, 많은 팬들이 함성을 지르며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습니다. 팬 존이었습니다. 흥겨웠습니다. 아쉬운 생각은 잊고 그들과 함께 했습니다. ‘이 기분에 경기장을 찾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토트넘 팬존에서 토트넘 팬들의 응원 모습을 지켜보는 한국팬을 만났습니다.

“서울에 살아요. 여행을 왔어요. 손흥민 선수를 좋아해서 여행일정을 경기를 볼 수 있게 했어요. 지난 본머스전도 봤어요.손흥민 선수가 폼이 너무 좋아서 사실 오늘도 득점이 가장 기대됩니다. 진짜 잘하는 것 같아요.”

오늘 손흥민 선수의 득점을 기대한다고 하는 말을 들으며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위안이 되었습니다.

손흥민 선수를 응원하기 위해 웸블리를 찾은 한국 팬 김현우씨


실력 뿐 아니라 인격도 성숙해지는 쏜(SON)

그런 와중에 손흥민 선수가 엊그제 했던 말이 떠 올랐습니다.

“아직은 부족해요. 지금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것은 제 능력보다는 동료들의 도움이 큰 것 같아요.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더 발전해 나가는 과정이고 앞으로 스스로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개인 욕심보다는 팀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는데 희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성용이형, 청용이형, 자철이형 등은 내게 우상같은 존재였어요."

"나보다 먼저 유럽에 와서 자리잡고 내게 길을 터 준 분들이에요. 지성이형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런 형들이 있어서 나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유럽에 나올 수 있는 길이 만들어 진 것 같아요. 형들 덕분이에요.”

19일 트레이닝센터에서 인터뷰하는 손흥민 선수의 모습

손흥민 선수는 현재 충분히 잘 하고 있음에도 부족하다고 합니다. 아직 더 보여줄 게 많다고 합니다. 팀을 위해 희생도 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이 지금의 위치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형들 때문이라고 합니다.‘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는 속담처럼 그는 시간이 흐르면서 발전할 수록 겸손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그래서인지 토트넘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수로 인정받지 못한다 할지라도 실망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야유도 듣던 그가 이제는 그래도 팬들에게 좋은 선수, 발전하고 있는 선수, 팀에 남기를 바라는 선수로 인정받고 있으니까요. 자신의 말대로 인성도 실력도 이제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니까요…

인터뷰 후에 환하게 웃고 있는 손흥민 선수


기대를 깨트린 것은 그의 책임은 아니다

스타디움의 응원도 열정적이었습니다. 손흥민 선수는 선발출전이었습니다. 첼시는 아자르와 코스타와 케이힐이 빠져 있었습니다. 요즘 분위기도 그렇고 출전선수명단도 토트넘이 우세해 보였습니다. 그래서인지 손흥민 선수가 웸블리만 오면 부진한 징크스도 깨고 득점도 기록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습니다.

경기가 시작되고 선수들의 포지션을 보자 ‘설마 지난 수요일에 훈련장에 본 전술훈련이 맞는거야? 손흥민이 진짜 윙백으로 뛰는 거야?’라는 생각이 떠오르면서그 기대는 불안으로 바뀌었습니다. 불길한 예감은 잘 맞는 것 같습니다. 경기내용은 흥미로웠습니다. 팬들의 예상처럼 알리와 케인과 에릭센은 존재감을 드러냈습니다. 하지만 손흥민 선수의 플레이는 지난 경기까지 보여주었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느낌이랄까?’ 그의 플레이는 어색해 보였고, 존재감을 찾을 수 없는 경기력이었습니다. 불타오르던 손흥민 선수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FA컵 4강전 경기장 모습


그의 축구는 여전히 진행중…

경기 후에 믹스트존을 힘없이 빠져나가는 그의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생각과 더불어 기대가 되었습니다. 패배가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 실력이 부족하다고 생각 할 수도 있습니다. 경기력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좌절하거나 부담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오늘의 결과는 그의 책임이 아니라 맞지 않는 옷을 입힌 분에게 있는 것이 아닐까요?

이 경기도 자신이 말했던 것처럼 발전하고 있는 과정의 한 부분입니다. 그 과정들이 더 큰 선수로 만드는 밑거름이 될테니까요. 지금까지도 실수와 실패를 경험삼아 더 강한 모습으로 돌아 왔고, 분명 팬들에게 가장 중요한 선수이자 기대되는 선수, 상대팀이 가장 두려워하는 선수, 자신의 포지션을 확실히 지키는 선수.. 그리고 늘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선수의 모습을 보여줄테까요.

이벤트 중에 웃는 손흥민 선수. 늘 웃을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그의 대기록은 다음 경기로 미루어졌습니다. 하지만 그의 새로운 기록의 역사는 진행중입니다. 본인이 믿고 있는 것처럼 실력도 발전하며 진행중입니다. 무엇보다 젊은 그의 축구인생은 여전히 진행중입니다. 그래서 난 오늘 그에게 더 큰 기대가 생깁니다. 여전히 그의 축구는 진행중이기에…

앞으로 더 큰 선수가 되어 많은 후배들에게 길라잡이가 되어주고, 대한민국축구를 이끌어 가는 중심이 되길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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