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TV토론회] 주제와 무관한 난타전.. '최악의 토론회'

전형민 기자 2017. 4. 24.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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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안 = 전형민 기자]23일 저녁 열린 120분 간의 TV토론회는 '아무말 대잔치'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 번째 TV토론이자, 두 번째 스탠딩 토론이었던 이날 토론은 '정치분야'라는 대전제 아래 '외교정책 및 대북정책'과 '권력기관 및 정치개혁 방안' 등 두 개의 세부주제로 나뉘어 진행됐다. 하지만 다섯 명의 후보들은 세부주제와 관련된 공통질문 직후 주어진 1분간의 정견 발표 시간에만 자신의 정견을 밝혔을 뿐, 이후로는 사실상 주제와 상관 없는 난타전을 벌였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토론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강간미수 공범" vs "제가 사퇴하는게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와 상관 없는 발언은 자유토론 첫 발언자였던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발언에서부터 나왔다. 유 후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돼지흥분제를 이용한 강간미수 공범"이라고 비난했다.

홍 후보는 이에 사과하고 사회자는 "주제에 유념해달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다음 발언자였던 안 후보는 다시 한 번 홍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고, 홍 후보는 이번에는 "제가 사퇴하는 게 안 후보께 많이 도움이 되는 모양이죠?"라고 응수했다.

"제가 갑철숩니까, 안철숩니까"

외교정책 및 대북정책을 토론하는 자리에 상대방의 네거티브에 대한 하소연도 등장했다. 안철수 후보는 토론 중간에 민주당 내부 문서라면서 준비한 판넬을 들고 문재인 후보에게 자신이 '갑철수인지, 안철수인지' 대답을 강요해 빈축을 샀다. 그러면서 "카이스트 교수가 서울대 교수로 채용되는 게 특혜인지, 권력실세 아버지를 두고 있는 아들이 공공기관 5급 직원으로 채용된게 특혜인지 국회 상임위원회를 열어서 따져보자"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이에 대해 "안 후보는 미래를 이야기하자면서 과거 이야기, 주제에서도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한숨 섞인 웃음을 짓고는 거듭 국회 상임위를 통해 서로의 의혹을 증명하자는 안 후보의 제안에 "안 후보님 열심히 해명하세요. 국회에 상임위 개최를 어떻게 요구합니까"라고 답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오늘따라 유난히 '실망스러운' 유승민 후보?

이날 토론에서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문재인·안철수 두 명의 후보로부터 "실망입니다"라는 핀잔을 각각 들었다. 두 후보의 '실망 발언'은 모두 유 후보가 집요한 질문으로 두 후보를 물고 늘어지는 상황 속에서 나왔다.

먼저 유 후보에게 '실망한' 후보는 문재인 후보였다. 문 후보는 유 후보가 최근 재점화된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속 '대북결재'와 관련 집요하게 질문하자 "유승민 후보님, 합리적 개혁적 보수라고 봤는데 대선 길목에서 또 다시 구태의연한 색깔론을 펼치십니다"라며 "실망스럽단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뒤이어 안철수 후보는 유 후보가 박지원 상임선대위원장의 평양특사 발언을 문제 삼자 "실망입니다"라고 했다. 유 후보가 '어떻게 후보와 상의도 없이 자신이 평양특사고 다른 동료의원은 장관이라고 말할 수 있느냐'면서 이른바 '안찍박(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사실상 대통령이라는 루머)'을 거론하자 안 후보는 "그 분은 조금 전에 제가 집권하면 어떤 공직도 맡지 않겠다고 밝히신 분"이라며 연거푸 "실망입니다"라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성완종 사면 맨입으로 했어요?", "조잡스럽다고 생각합니다", "초등학생도 아니고"

이날 '아무말' 토론회의 끝판왕은 '홍트럼프'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였다. 홍 후보는 토론회 내내 다른 후보들이 거의 질문을 하거나 말을 걸지 않아 침묵을 지켰다. 종종 '빙긋' 웃는 모습만 TV화면에 잡힐 뿐이었다. 하지만 '홍트럼프'의 명성은 역시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토론 막판에 보유한 시간이 가장 많아 반자동적으로 발언권을 얻은 홍 후보는 위키리스크에 폭로된 버시바우 전 주한 미 대사의 보고 내용을 문제삼았다. 홍 후보는 과거 노무현 정부 당시 간첩 사건 총 7건이 국정원의 조사를 받았으나 사건에 관련된 사람 중 "문재인 후보 진영 사람"이 많아서 (정권에서) 수사를 못하게 했고, 결국 당시 김성규 국정원장이 그만 뒀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후보는 즉시 "가짜 뉴스입니다. 사실이 아니고 참여 정부는 검찰의 수사에 관여하거나 통제한 바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재차 홍 후보가 "위키리스크에 폭로된 내용이다. 버시바우가 당시 미국에 보고한 게 다 폭로됐다"고 말했고, 문 후보는 이에 대해 "성완종 메모에 이름이 올라갔으면 홍 후보는 유죄인가"라고 받아쳤다.

이후부터는 문 후보와 홍 후보의 이전투구(泥田鬪狗)였다. 홍 후보는 "그런 식으로 공격한다고 들었다"며 "그럼 문 후보는 성완종 사면을 왜 2번이나 해줬느냐"며 따졌고 문 후보는 "기가 막힌다"고 대응했다. 문 후보의 대응에 홍 후보는 다시 "또 거짓말 하느냐. 지금 또 이야기를 얼버무리려 한다"면서 "문 후보 천주교 믿죠? 신부님 앞에 가면 죽을 죄 용서 한다고 하더라. 저는 18세때 일을 제 스스로 12년 전에 밝히고 용서를 구했다. 문 후보는 성완종 사면할 때 맨입으로 하셨느냐"고 말했다.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KBS 본관에서 열린 중앙선관위 주최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가 스탠딩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홍 후보는 토론 중간중간에도 "안철수 문재인 두 후보가 토론하는 것을 보니 이게 초등학생 싸움인지 대통령 후보 토론인지 알 길이 없다"며 비꼬았고, 토론회 끝무렵에 안 후보가 홍 후보를 후보로 인정하지 않는다며 바라보지 않고 질문할 때는 "보고 말씀하시죠. 국민이 조잡스럽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최악의 토론회'였다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 평론가는 이날 토론회에 대해 "새로운 점도 없고, 대안 없는 공방만 있었으며 공방조차 주제와 상관없는 내용으로만 이어졌다"면서 "주자들 모두 토론회를 대하는 자세가 전혀 아니었다"고 혹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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