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신화' 흔들, 알짜 사업 줄줄이 매물로

노정연 기자 입력 2017. 4. 23.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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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중국 사업 정체로 유동성 위기…‘반전 결말’ 쓸 수 있을까

이랜드그룹이 창업 이래 최대 위기에 처해 있다. 중국사업 정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와중에 아르바이트생 임금체불 문제까지 불거졌다. 그럼에도 레저와 유통 부문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박성수 회장(사진)의 ‘이랜드 신화’가 어떤 결말을 보여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랜드그룹은 최근 그룹의 주요 ‘캐시카우’(수입 창출원)들을 매물로 내놓고 있다. 얼마 전 패밀리레스토랑 ‘애슐리’와 한식 샐러드바 ‘자연별곡’ 등 이랜드파크의 외식사업부 18개 브랜드를 내놓은 데 이어, 지난 18일 생활용품 전문점 ‘모던하우스’를 매각 대상 목록에 올렸다. 상대는 국내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MBK파트너스다.

모던하우스는 연평균 10% 이상의 성장세를 보이는 알짜배기 사업부로, 지난해 매출액 3000억원을 돌파했다. 외식사업부 역시 이랜드파크 매출 8000여억원 가운데 7000여억원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부다.

앞서 이랜드그룹은 올해 초 중국에서 오랫동안 ‘효자’ 역할을 했던 ‘티니위니’를 중국 업체에 매각한 바 있다. 또 대표 여성복 브랜드인 ‘EnC’도 싱가포르 기업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랜드그룹은 박성수 회장이 1980년 이화여대 앞 2평짜리 보세 옷가게에서 시작해 연매출 7조원대 기업으로 성장하기까지 승승장구했다. ‘박성수 신화’에 위기가 찾아온 건 2015년부터다. 국내외 패션사업 부문의 실적 저하로 영업현금창출력이 떨어지기 시작했고, 2000년대 초부터 ‘올인’해오던 중국에서도 성장 정체가 이어졌다. 영업이익의 60% 안팎을 차지하던 패션 부문의 영업경쟁력이 약화되면서 2010년 2조5000억원 수준이던 순차입금이 2015년 말 4조5000억원으로 급증했다. 올 초 ‘티니위니’와 부동산을 매각한 대금이 들어오면서 1분기 말 기준 부채비율이 240%로 떨어지긴 했지만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될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유동성 위기 때문에 그룹 성장의 발판이던 주요 브랜드들을 내놓고 있는 상황이지만 레저사업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고 있다. 이랜드파크는 2014년 제주 중문관광단지에 켄싱턴제주호텔을 연 데 이어 2015년 사이판 팜스리조트를 켄싱턴호텔로 리뉴얼하는 등 호텔·리조트 체인화 사업에 적지 않은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같은 해 건영의 글로리콘도 사업 부문을 20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레저사업은 미래성장동력이기 때문에 투자를 축소할 계획이 없다는 것이다. 박성경 부회장은 “2020년까지 호텔·레저사업을 육성해 150개 지점과 1만8000개 객실을 갖춰 세계 10대 글로벌 호텔·레저그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호텔·레저사업의 연매출 목표는 2020년까지 5조원이다.

유통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의지도 강하다. 이규진 이랜드그룹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지난 3일 그룹 기자간담회에서 “이랜드리테일이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유통 이외 부문 사업을 떼어내고 온전히 유통사업만 가지고 상장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알짜’ 사업부를 팔아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것에 대해 얼마 지나지 않아 성장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시장 가치가 높은 대표 브랜드를 매각하는 방법이 빠른 시일 내 자금을 확보하는 효과는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좋은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노정연 기자 dana_f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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