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징계 있다" 이관희-이정현 충돌 둘러싼 사건의 재구성

맹봉주 입력 2017. 4. 23. 19:01 수정 2017. 4. 23. 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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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안양/맹봉주 기자] 교체선수, 제외된 선수, 또는 팀 벤치의 다른 인원이 싸움 기간 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 동안 팀 벤치구역을 떠나면 실격퇴장이 된다. - 2016~2017 KBL 경기규칙 39조 2항 1 -

경기는 끝났지만 후유증은 오래 갈 듯하다.

서울 삼성이 23일 안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KCC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2차전에서 안양 KGC인삼공사에 75-61로 이겼다. 지난 1차전서 패한 삼성은 시리즈를 동률로 만들며 홈인 잠실에서 3차전을 갖게 됐다. 반면 KGC는 발목 부상으로 2차전 결장한 키퍼 사익스의 공백을 끝내 메우지 못했다.  

승패를 떠나 한동안 경기 안팎으로 시끄러울 전망이다. 1쿼터 중반에 나온 이관희와 이정현의 충돌 때문이다.

▲ 사건의 재구성
이날 삼성의 선발 슈팅가드는 임동섭이었다. 임동섭은 경기 초반부터 이정현에게 2개의 반칙을 범하며 파울트러블에 빠졌다. 1쿼터 4분 45초, 삼성 이상민 감독은 임동섭 대신 이관희를 코트에 내보냈다.

교체 투입된 이관희는 곧바로 이정현을 밀착 수비했다. 사이드라인에서 이정현이 데이비드 사이먼에게 패스를 건넨 뒤 다시 공을 잡기 위해 움직였지만 이관희의 수비에 막혔다. 사이먼은 어쩔 수 없이 오세근에게 패스를 건넨 뒤 이정현에게 스크린을 걸어줬다.

하지만 이번에도 이정현은 이관희의 강력한 수비에 막히며 움직임이 봉쇄됐다. 억지로 이관희를 뚫으려 한 이정현은 이 과정에서 팔로 이관희의 목을 가격했다.

두 선수의 충돌과정을 본 심판은 이관희에게 수비자 반칙을 불었다. 이에 흥분한 이관희가 이정현을 향해 달려들며 팔로 이정현의 가슴팍을 밀쳤다. 이정현은 코트 위에 넘어졌다. 

경기장 분위기는 순간 과열됐다. 양 팀 벤치는 일제히 일어섰다. 코트 위에 있는 양 팀 선수들은 이관희와 이정현을 에워쌌다. 원정 온 삼성 팬들과 KGC를 응원하는 안양 홈팬들은 서로 이관희와 이정현의 이름을 연호했다.

경기를 잠시 중단 시킨 심판진은 비디오 판독에 들어갔다. 판독 결과 이관희에게는 수비자 반칙을, 이정현에게는 언스포츠맨라이크파울(U-파울)을 선언했다. 이어 이관희의 이정현 가격에 대해선 부적절한 행위로 간주하고 곧바로 퇴장명령을 내렸다.

 

▲ 코트로 난입한 양 팀 벤치선수들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정현과 이관희의 충돌 이후 양 팀 벤치선수들이 코트 안으로 들어온 것이다(영상 참고). KBL이 시즌 전 발행한 2016-2017 KBL 경기규정집 39조 2항을 보면 싸움 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벤치에 있는 선수는 코트로 들어올 수 없다(아래 규정 참고).

39.2.1
교체선수, 제외된 선수, 또는 팀 벤치의 다른 인원이 싸움 기간 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 동안 팀 벤치구역을 떠나면 실격퇴장이 된다.

39.2.2
감독 또는 어시스턴트 코치만이 싸움기간 또는 싸움으로 이어지는 상황 동안 심판을 도와 질서를 유지하거나 회복하기 위해 팀 벤치구역을 이탈하는 것이 혀용된다. 이 경우 이들은 실격퇴장 처리되지 않는다.

39.3.1
팀 벤치구역을 이탈하여 실격퇴장 처리된 인원의 수와 관계없이 한 개의 테크니컬 파울이 감독에게 부과된다.

KBL 규칙 상 코트 안으로 들어온 양 팀 벤치선수들에게 모두 실격퇴장을 주는 게 맞다. 하지만 심판들은 아무런 조치 없이 경기를 속개시켰다.

경기가 끝나고서야 KBL도 뒤늦게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했다. 장준혁 심판부장은 코트로 들어온 벤치선수들의 징계여부를 묻는 질문에 “추가징계가 있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관희와 이정현의 충돌이 싸움은 아니라고 밝혔다. 하지만 싸움이 아니더라도 경기에 뛰지 않는 선수가 벤치구역을 벗어난 것은 명백한 규정 위반이다.

KBL 관계자는 “영상을 통해 벤치 구역을 벗어난 양 팀 선수들을 확인했다. 현재까지 KGC엔 7명, 삼성엔 3명의 선수가 벤치구역을 벗어났다”며 이들에 대한 추가징계 가능성을 알렸다.

 

▲ 경기 후 양 팀 감독들의 반응은?
경기가 끝나고 KGC 김승기 감독에게 위와 같은 사실을 전했다. 김승기 감독은 “벤치에 있는 선수들이 나와서 몸을 부딪힌 게 아니다. 싸움이 안 나게 말렸을 뿐이다. 벤치 선수들이 이정현이 있는 데까지만 나갔기 때문에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규정집에 나와 있는 규칙을 설명하자 “나는 모른다. KBL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징계가 나오면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프로농구에서 후배가 선배를 가격하는 건 정말 아니라고 본다. 이해가 안 간다. 정해진 룰 안에서 반칙을 하는 건 상관없다. 어제(1차전)경기에서 우리가 (심판 콜에서)손해를 엄청 봤지만 아무 얘기 안 했다”고 다소 격양된 어조로 말했다.

삼성 이상민 감독은 “(이)관희를 옹호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본인 입장에선 먼저 가격을 당하며 화가 났을 것이다. KGC와의 경기를 하다보면 우리 선수들이 늘 (이)정현이에게 당한다. 오늘(2차전)도 정현이의 그런 플레이(파울 유도)가 나왔고 당했는데 관희가 폭발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당시 팀 내 분위기에 대해선 “1패를 안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기 상 썩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고의적인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삼성은 이관희의 퇴장 이후 나머지 선수들의 집중력이 올라가며 역전을 이끌었다. 리카르도 라틀리프는 경기 후 “이관희가 퇴장 당한 건 동료로서 안타깝다. 하지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가 확실히 됐다”고 전했다.

이틀 연속 경기를 치른 양 팀은 이틀 휴식 후 26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챔피언결정전 3차전을 갖는다. 이 이틀간의 휴식동안 KBL은 이관희, 이정현 충돌 사건에 대한 추가징계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_문복주 기자
영상 촬영 및 편집_김남승 기자

  2017-04-23   맹봉주(realdeal@jumpba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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