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욱의 증상과 정상] 문제는 사람이야, 바보야!

2017. 4. 23. 18: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대선 후보 토론을 보니 기가 찬다.

그 '인재' 기준은 대체로 창의적인 사람을 가장 윗길에 놓는 것 같다.

지방자치단체들과 교육지원청은 온갖 예산 끌어다 교실에 최신 기자재 장착하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만들어 과외에 가까운 보충수업도 시켜준다.

자꾸 창의 인재만 얘기하는 그 후보들은 이런 사정은 안중에도 없을뿐더러, 교육을 1도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겨레]

이승욱
닛부타의숲 정신분석클리닉 대표

대선 후보 토론을 보니 기가 찬다. 다들 공부 잘한 양반들이라 그런지 교육을 통해 인재만 육성하겠단다. 그 ‘인재’ 기준은 대체로 창의적인 사람을 가장 윗길에 놓는 것 같다. 창의적 인재의 육성이라…. 뛰어난 인재 한 명이 10만명을 먹여 살린다는 삼성의 가치와 어쩜 그리도 철저히 부합하는지. 사실은 10만명의 직원들이 한 명을 먹여 살리는데 말이다.

지방의 멸종! 조금 위협적으로 들리겠지만 사실이므로 여기에서부터 교육 얘기를 풀어 나가야겠다. 충청, 전라, 경상 6도의 통계를 보면 도별 인구 5만 이하의 시군이 적어도 20%에서 많게는 40% 정도가 된다. 강원도는 더 심각해서 16개 시군이 인구 5만 이하이고, 고작 강릉 원주, 춘천 3개의 시만 인구 5만이 넘는다. 그나마 군인과 그 가족들을 제외하면 사정은 더 나빠진다.

생태학에서는 한 종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5만의 개체가 필요하다고 한다. 물론 생물종의 지속 가능 개체수를 지방자치단체의 지속가능성에 대입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한 언어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도 그 언어를 사용하는 종족이 5만명은 되어야 한다는 원리를 더해보면, 5만은 한 공동체가 그 습속과 문화를 유지하며 사는 데 최소 숫자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더 문제는 이렇게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의 초초고령 인구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앞으로 두 세대 정도만 더 지나면 곧 폐허가 될 그 땅을 지킬 사람은 누구인가?

해답은 엉뚱한 데서 찾아진다. 매년 3만명에서 3만5천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학업을 중단하는데 (유학 등을 제외하고) 학교 부적응 등 이유로 학교를 떠나는 비율은 80%가 넘는다. 즉, 매년 2만5천명 이상 아이들이 학교와 완전히 인연을 끊으며, 현재 한국 땅에는 적게 잡아도 매년 고등학생 나이 아이 약 7만~8만명이 학교 밖에서 서성인다는 뜻이다. 강원, 충청, 전라, 경상도의 학업 중단 고등학생은 매년 약 8천명 이상이다. 적어도 2만명 이상의 고등학생 연령 아이들이 지금 시골 동네 어딘가를 떠돌고 있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장차 멸종하는 고향을 지킬 사람들은 대부분 이 아이들이다. 몇 년 전 청소년 연구를 수행하기 위해 10여개의 작은 읍, 면 단위 학교를 찾아다닌 적이 있다. 그런데 그런 읍내 중심가 골목길에는 학교를 그만둔 아이들이 읍내 번화가 골목에 모여 담배를 피우며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여지없이 볼 수 있었다. 선생님들의 얘기인즉, 그 아이들은 기술도 없고 돈도 없고, 게다가 고향을 떠나는 것이 겁나서 도청 소재지 도시로도 나가지 못하고 고향 땅에서 계속 뭉갠다(?)는 것이다. 결국 이 아이들이 고향을 지킨다.

지방자치단체들과 교육지원청은 온갖 예산 끌어다 교실에 최신 기자재 장착하고,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 만들어 과외에 가까운 보충수업도 시켜준다. 하지만 그렇게 공부시켜서 성적 좋은 아이들, 이른바 ‘창의 인재’가 될 만한 아이들은 고등학교만 졸업하면 다 어디로 가는가? 그런데도 장차 고향을 지킬 아이들에게 지방자치단체며 중앙정부는 눈길도 주지 않는다.

자꾸 창의 인재만 얘기하는 그 후보들은 이런 사정은 안중에도 없을뿐더러, 교육을 1도 모르는 사람들인 것 같다. 교육은 사람을 돌보는 일이다. 문제는 사람이야, 바보야! 공부 좀 해!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 대선 팩트체크][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