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북-미 치킨게임과 중-미 관계 / 진징이

2017. 4. 23. 1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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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해마다 이맘쯤 되면 북한과 한·미 사이에는 예의 치킨게임이 펼쳐져왔다. 거기에 미국의 정권 교체가 겹치면 게임은 더더욱 점입가경으로 흘렀다. 버락 오바마 1기 정부 출범 시에는 북한의 2차 핵실험이, 2기 정부 출범 시에는 3차 핵실험이 치킨게임을 고조로 끌어올렸다.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출범에도 치킨게임은 예외가 없다.

금번에 맞붙은 두 적수는 치킨게임의 고수이다. 그리하여 연출된 것이 치킨게임의 극치다. 김정은은 예의 ‘벼랑 끝 전술’로 6차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를 밀어붙이려 한다. 트럼프는 그 특유의 불확실성으로 최대한 ‘미친 듯한’ 행위를 드러낸다. 느닷없이 미사일로 시리아를 폭격하는가 하면, 아프가니스탄의 이슬람국가(IS) 근거지도 폭격했다. 한반도에 항모를 출동시키며 선제타격 분위기를 무르익혔다. 북한이 핵실험이나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를 하면 가차없이 타격한다는 태세다.

게임은 김일성 출생 105주년 기념일을 계기로 1라운드 결과를 보여주었다. 북한이 이날 예측대로 6차 핵실험을 강행하였다면 어떻게 됐을까? 천하의 트럼프라 해도 20만명 재한 자국민의 생사까지 무시하며 한반도라는 화약고에 불을 달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고 다시 유엔 안보리에 회부해 제재결의를 하는 패턴을 밟는다면, 1라운드 게임은 트럼프의 실점으로 끝날 것이고 김정은은 엄청난 점수를 땄을 것이다. 트럼프에게는 더 큰 악몽일 수 있다. 다행히 트럼프 말대로 북한의 핵실험과 같은 일은 없었다. 이제 2라운드는 어떻게 되는 걸까?

집권한 지 불과 몇달 안에 트럼프 정권의 국방장관, 국무장관, 부통령이 줄줄이 한국을 다녀갔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트럼프의 외교에서 우선순위에 올랐다는 방증이다. 오바마 8년 북한의 4차례 핵실험에도 꿈쩍 않던 미국이다. 어찌 보면 북한이 그동안 오매불망 바라던 미국의 ‘관심’이 다시 찾아온 것이 아닐까.

북한은 출범 석달밖에 안 되는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너무 모른다고 한다. 모르기 때문에 트럼프가 선제타격과 같은 무모한 짓을 더더욱 감행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북한은 이제 6차 핵실험을 하고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로 미국 본토 타격능력을 갖추면 미국이 결국 ‘굴복’할 것이라고 믿는다. ‘강경 대 초강경’이야말로 미국을 이기는 비법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북한 말대로 “범 무서운 줄 모르는 햇강아지” 트럼프에게 통할까? 그렇잖아도 ‘미치광이’로 불리는 트럼프이다. 그 밑의 국방장관은 아예 별명이 ‘미친개’이다. 정말로 북한의 ‘전략적 지위’를 ‘개떡’처럼 여긴다면 어떻게 되는 걸까?

트럼프가 ‘미치광이’인지, 아니면 ‘대지약우’(大智若愚·큰 지혜는 얼핏 어리석은 것처럼 보임)인지는 아직 알기 힘들다. 확실한 것은 북핵 문제 해결 의지를 어느 대통령보다 더 강하게 내비치고 있다는 것이다. 어느 대통령보다도 더 중국과의 관계를 북핵 문제에 연결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중국과 전례없는 방식의 협력을 추진할지도 모른다. 그만큼 미·중 모두 북핵 문제가 임계점에 도달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대선 때부터 집요하게 중국을 북핵에 연결시켜왔다. 중국이 북핵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무역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 중-미 간에 무역전쟁이 일어나면 중국 경제는 천문학적인 손실을 입게 된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만 가해도 중국은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집권 뒤에도 트럼프는 중국에 대한 압박을 끈질기게 북핵에 얽매고 있다. 결국 북핵 문제는 이제 북-미 갈등을 넘어 중-미 갈등의 핵으로 떠올랐다.

트럼프가 중국에 대한 견제용으로 북핵 문제에 접근하는지, 아니면 중국과의 협력을 북핵 문제 해결에서 구현하려는 것인지는 아직 모른다. 분명한 것은 시진핑이나 트럼프가 서로를 이해하려 하고, 서로를 설득하고 접점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목표는 평화적 해결이다. 결국 치킨게임이 몰고온 최대의 위기가 최대의 기회로 다가올 수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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