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팔리는 쌀·설탕·간장.. '집밥 시대' 끝?

김충령 기자 2017. 4. 23.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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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에 사는 맞벌이 민모(33)씨 부부의 주방용품은 전기밥솥과 가스레인지, 프라이팬, 냄비 몇 개가 전부다. 고기를 구워먹을 때 쓸 쌈장은 있지만 설탕·간장·고추장 등 기본적인 양념류도 없다. 작년 말 결혼 후 집에서 함께 식사를 한 것이 일주일에 2~3번 정도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배달 음식이나 데우기만 하면 바로 먹는 가정 간편식(HMR)을 이용하기 때문에 ‘집밥’을 해 먹는 경우는 거의 없다. 민씨는 “결혼 직후엔 대형마트에 가 요리 때 쓸려고 고추나 양배추·당근 등도 사다가 냉장고에 넣어뒀지만 한 달 넘게 방치하다 내다버린 게 대부분”이라고 했다.

◇쌀·밀가루부터 설탕·소금·간장·고추장 1년 새 10~20% 판매 줄어

1인 가구 증가 등으로 요리하지 않는 집들이 증가하면서 ‘집밥’의 위상은 점점 축소되고 있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줄었고, 밀가루는 18% 감소했다. 같은 기간 1인당 쌀 소비량이 2% 감소한 것에 비하면 ‘집에서 밥을 하기 위한 쌀’의 매출 감소 폭은 상상 이상이다. 요리에 필수적으로 쓰이는 양념·조미료도 마찬가지이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된장·고추장·간장 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0%, 14%, 13% 줄었다. 3년 전인 2013년과 비교하면 각각 18%, 19%, 24% 급감한 수치다. 설탕은 3년간 28% 감소했고, 소금도 14% 줄었다.

식재료뿐만 아니다. 요리용 주방용품의 판매도 급감하고 있다. 이마트의 올해 1분기 칼(식도) 매출은 2년 전과 비교해 22% 줄었고, 각종 냄비류는 같은 기간 11% 감소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결혼도 줄고, 1인 가구들이 집에서 요리도 적게 하다 보니 주방용품 구입이나 교체가 모두 줄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집에서 요리를 하지 않으면서 HMR 시장은 급성장 중이다. 한국농식품유통교육원에 따르면 2009년 7100억원 규모이던 HMR 시장은 지난해 2조3000억원으로 7년 만에 3배 이상 성장했다. 이 때문에 유통·식품 업체들은 앞다퉈 HMR 제품을 내놓으며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이마트의 HMR 브랜드 피코크(Peacock)의 경우 각종 찌개·구이 제품이 1000종에 이른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와 ‘컵반’, 동원F&B에선 ‘더반찬’ 등의 브랜드로 HMR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불고기 양념, 가쓰오 육수 늘고…1인용 고등어·계란말이 매출도 늘어

소불고기 양념, 함박스테이크 소스, 나물 무침용 간장, 가쓰오 육수 같은 ‘조리(Ready-made) 소스’ 시장 역시 급성장세이다.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조리 소스류 판매는 2년 전과 비교해 87% 성장했다. 롯데마트의 지난해 컵밥·즉석밥류 매출은 2년 전과 비교해 각각 114%·27% 증가했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1인용 고등어·계란말이 등의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47% 늘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일본 식품산업에서 HMR의 비중은 13%인 반면 우리는 1%대 수준”이라며 “요리 원재료의 매출은 줄어도 간편 조리가 가능한 식재료·양념의 매출은 꾸준히 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외식산업 규모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한국외식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83조8200억원이던 국내 외식산업 매출액은 2015년 87조9000억원, 지난해 92조원(추정)으로 2년간 10% 성장했다. 박상현 음식칼럼니스트는 “젊은 층에서 요리를 하기 귀찮아하는 측면도 있겠지만, 1~2명을 위해 요리를 하다 보면 사놓은 식재료를 장기 보관해야 하고 버려지는 것도 많아 오히려 비효율적이라 자연스럽게 HMR 등을 이용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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