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자씨] 어색한 신토불이(身土不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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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막 배우던 어린 시절, 퍽 배우기 힘들었던 것이 세 자리마다 찍던 콤마(comma)였습니다.
네 자리 숫자인 만 단위마다 그 이름을 달리합니다.
그런데 왜 누가 말도 안 되게 세자리마다 콤마를 찍은 것일까요.
즉 세 자리 콤마는 우리 숫자 체계와 정확하게 어울리지 않고 문제를 일으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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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를 막 배우던 어린 시절, 퍽 배우기 힘들었던 것이 세 자리마다 찍던 콤마(comma)였습니다. 우리는 자주 ‘1,000’을 만으로 읽고 ‘10,000’을 10만으로 읽는 실수를 했습니다. 우리의 숫자 단위는 일-십-백-천-만-십만-백만-천만-억-조-경입니다. 네 자리 숫자인 만 단위마다 그 이름을 달리합니다. 만이 백 개면 백만, 천개면 천만이지만 만이 만개가 되면 만만이라 하지 않고 새로운 단위 ‘억’이 등장합니다. 마찬가지로 억이 만개면 만억이 아니라 ‘조’가 되고 조가 만개면 ‘경’이 되는 것이지요. 그러므로 초등학교 시절 십만을 ‘10,0000’으로, 1억을 ‘1,0000,0000’으로 쓰면 편리하겠다고 생각을 했었지요.
그런데 왜 누가 말도 안 되게 세자리마다 콤마를 찍은 것일까요. 영어를 배우며 그 이유를 알게 됐습니다. thousand-million-billion, 1,000-1,000,000-1,000,000,000, 눈치 채셨습니까. 서양 숫자는 세 자리 단위로 새로운 단위가 등장합니다. 즉 세 자리 콤마는 우리 숫자 체계와 정확하게 어울리지 않고 문제를 일으킵니다.
이뿐이겠습니까. 돼지고기는 600g으로, 금은 1.75g으로, 아파트는 3.3㎡로, 집 주소는 ‘000로’로 사용하는 이 어색함. 대한민국 백성들은 참 착합니다. 하지만 서양 것 너무 좋아하는 바람에 자긍심을 넘어 자존심마저 잃어버려서는 안 되겠지요.
글=안성국 목사(익산 평안교회), 삽화=이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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