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제와 균형 통해 투명경영..한국형 국민기업 '씨앗' 속속

홍장원,김대기,배미정,윤진호 입력 2017. 4. 23.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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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의장직을 변대규 휴맥스 회장에게 넘기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최대주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한국 기업의 폐쇄적 이미지를 벗고 균형과 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기업 안팎에서 지지를 받는 선진 기업 사례가 관측되는 것이다.

당시 외국인 주주와 사외이사 간 가교 역할을 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투명하지 못한 한국 지배구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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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창업자, 의장넘기고 신사업
KSS해운..승계 대신 전문경영인 발탁

◆ 한국형 국민기업 키우자 ④ / 전문경영인에게 맡겨도 된다 ◆

최근 이해진 전 네이버 이사회 의장은 의장직을 변대규 휴맥스 회장에게 넘기고 '백의종군'을 선언했다. 창업자 중 한 명인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4.64%로 국민연금, 블랙록에 이어 3대 주주다. 개인 자격으로는 최대주주다. 최근 글로벌 메신저 '라인'까지 성공시켜 조직 내 그의 입지는 탄탄하다. 하지만 과감히 의장직을 내려놓고 유럽으로 신사업을 개발하러 떠났다. 이 전 의장은 두 명의 자녀가 있지만 경영권을 승계할 의사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대주주와 이사회 의장, 개인 최대주주를 서로 분리해 '견제와 균형'이 이뤄지는 투명경영을 하겠다는 게 그의 목표다.

한국에서도 존경받는 국민기업이 될 만한 씨앗이 속속 나오고 있다. 최대주주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한국 기업의 폐쇄적 이미지를 벗고 균형과 승계 과정의 투명성을 강조해 기업 안팎에서 지지를 받는 선진 기업 사례가 관측되는 것이다.

KSS해운을 창업한 뒤 17년간 경영하다 1995년 전문경영인에게 회사를 맡기고 물러난 박종규 씨도 존경받는 기업인으로 꼽힌다. 그는 세 아들이 있었지만 경영권 상속 불가 원칙을 세웠다. 실제로 두 아들은 미국에서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한 명은 해운과 전혀 관련 없는 분야를 개척해 회사를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한국에도 존경받을 수 있는 기업 사례가 여럿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기업을 바라보는 인식도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한양행을 창업한 뒤 국내 최초로 종업원 지주제도를 도입한 유일한 박사도 널리 알려진 사례다. 그는 전 재산을 재단에 기부하고 세상을 떠났다. 국내 최초로 전문경영인 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뿌리를 내렸다. 현재 유한양행 내부에 유일한 박사 친족은 한 명도 없다.

이 같은 사례는 한국 기업 지배구조가 얼마든지 더 나아질 여지가 있다는 걸 보여준다. 승계 과정에서 꼼수를 부리며 제도적 허점을 노리는 기업도 물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많다는 얘기다. 잘 알려진 몇몇 대기업 승계를 둘러싼 잡음으로 한국의 저력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는 "열린 마음으로 사회 기대에 부응하려는 훌륭한 창업자도 한국에 많다"며 "사회적 대타협에 기반한 '빅딜'을 가로막는 경직된 한국 지배구조 관련 세제와 제도를 조금만 더 손보면 존경받는 기업이 더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스웨덴 정부와 사회적 대타협을 시도해 가문이 주도하는 재단 형태로 경영권을 물려받는 지배구조를 짠 발렌베리 역시 국민적 존경을 기반으로 승계 과정에 물꼬를 터준 정부 노력이 결정적인 도움을 줬다.

물론 여전히 '폐쇄적'인 이미지로 일관하는 기업도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최근 한국 굴지의 대기업 A사의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경험한 황당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사외이사 면담을 위해 소액주주끼리 연합해 지분 1%를 모아 이 회사 사외이사 면담요청을 했는데, 만나기로 한 사외이사가 만남 3일 전에 돌연 약속을 취소했다. 회사 측과 상의한 결과 잡음을 우려한 A사가 "가급적 만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히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당시 외국인 주주와 사외이사 간 가교 역할을 했던 한 중소기업 대표는 "투명하지 못한 한국 지배구조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 예"라고 평가했다.

[기획취재팀 : 스웨덴·이스라엘 = 홍장원 기자(팀장) / 중국 = 김대기 기자 / 독일·홍콩 = 배미정 기자 / 독일 = 윤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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