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한국호' 새 리더가 갖춰야할 것

입력 2017. 4.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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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장준연 KIST 차세대반도체연구소장

이제 10여일 후면 대한민국의 제19대 대통령이 선출된다. 조기 대통령 선거 개최로 인한 짧은 선거운동 기간으로 지난 17일부터 5명의 주요 대선주자들은 쪽잠을 이루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대선주자들은 과학기술에 기반한 4차 산업혁명 대비, 과학기술 관련 독립부처 설치, 미래부 세종시 이전 등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약속을 제시하고 있다.

실제로 국민들이 과학기술 변혁에 대해 거는 기대 또한 크다. 우리 삶의 모습을 완전히 변화시킬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차, 양자컴퓨팅 그리고 새로운 기후변화체제 등은 미래 산업계의 지형을 완전히 바꿀 것이다. 선진국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미래의 변화를 주도해 나가기 위해서는 국가 리더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에 필자는 새로운 국가 리더에게 바라는 몇 가지 소견을 전하고자 한다.

우선 과학기술계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국민의 혈세로 이뤄지는 정부 R&D 투자는 국민의 폭넓은 공감대 위에서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있다. 국가의 리더가 미래 국민의 삶과 국가 경쟁력 확보에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식할 때, 국가 R&D 투자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이를 위해 새로운 정부는 국민 삶의 니즈를 과학기술에 투영하고, 이것을 연구개발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과를 기반으로 과학기술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지원이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야만 한다.

둘째, 과학기술 혁신의 성과물이 시장 및 일자리 창출로 신속히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시급하다. 자율주행 자동차, 드론, 인공지능 등 첨단 분야는 이제 기술개발을 넘어 생태계 조성 경쟁이 한창이다. 기술을 먼저 사업화하고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움직임은 더 이상 기업만의 경쟁이 아니다. 이미 미국은 캘리포니아와 네바다 주에서 아직 개발 중인 자율주행차의 일반 도로주행을 허가했고, 중국, 영국, 독일 등도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있다. 우리도 불필요한 절차적인 규제나 법령에 묶여 혁신의 경쟁에서 뒤처지면 안 된다. 창의적 혁신은 그것이 꽃 피울 수 있는 토양 위에서 만개할 수 있다.

셋째, 대한민국 헌법에 명시된 것처럼 중소기업을 보호·육성해야 한다. 우리사회가 직면한 성장·일자리 정체, 일자리 절벽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전체 기업의 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의 경쟁력 확보가 필수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과학기술계의 지원은 더 이상 고유임무가 아닌 사회적 책무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그 답은 그간 전통적 방식의 중소기업을 혁신형으로 리모델링해나가는 것에 있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중소기업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산업계 단독으로는 할 수 없다. 산·학·연이 협력해 중소기업의 스마트화를 구현하고, 이를 고부가가치형 일자리 창출로 연계하는 새로운 차원의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 때 다양한 주체들 간의 의견을 모으고 현실적인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 리더가 적극 나서야 한다. 강소기업의 천국인 독일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중소기업 지원은 비단 과학기술과 산업계를 넘어 국가의 미래와 직결돼 있다.

마지막으로, 창의적 융합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 조성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지금 전 세계는 국가 미래 경쟁력의 핵심이 될 통섭형 인재 양성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우리의 인재들이 융합적 사고를 지니고, 또 그러한 환경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대학은 물론 연구소와 기업들까지 경계를 허물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협업할 수 있는 프로그램과 이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창의적 융합인재가 탄생할 수 있는 제도 마련과 지원이 필요하다. 그간 산학연촉진법이 개정되면서 교육과 연구의 연계를 위한 기반이 어느 정도 마련됐지만, 창의적인 융합인재 양성을 위한 기관 간 협력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체계와 지원이 필요하다. 더 근본적으로는 창의적 사고를 할 수 있는 교육시스템이 시대 흐름에 맞게 대대적으로 개혁돼야 한다.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 등으로 입시에 특화된 일관된 사고방식을 지닌 인재 육성이 아닌 10명이 10가지 서로 다른 생각들을 할 수 있는 자유로운 환경을 만들어 줘야만 한다. 교육자와 인재들이 희망과 패기를 잃은 나라는 미래가 없다. 한번 실패해도 또 도전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로 넘쳐나는 활기 있는 사회를 만들 의무가 새로운 리더에게 있다.

우리는 이미 미래 글로벌 국가로의 대한민국을 향한 길을 나섰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지는 우리 모두에게 달려있다. 과학기술계를 넘어 국가, 사회, 그리고 국민과 함께 지혜와 힘을 모아야만 한다. 과학이 민의를 만나 소통이 이루어질 때 대한민국은 새로운 미래로 나아갈 수 있다.

5월 9일, 우리는 정파와 개인의 이익을 초월해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하는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또한, 새로운 대통령은 국가의 리더로서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하기 위해 과학기술에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 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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