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해외자원개발, '큰 그림'부터 그려라

2017. 4. 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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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신현돈 인하대 에너지자원공학과 교수

우리는 매년 도입하는 원유량만 10억 배럴이 넘는다. 이를 돈으로 환산하면 현재의 유가 배러당 50불 기준으로 매년 50조원이 넘는 금액이며 고유가시엔 100조원이 넘는다. 에너지자원의 97% 이상을 수입하고 있고 국내기업을 통한 석유가스 자주개발율은 전체 수입량의 14%에 해당된다. 국내 석유 비축량은 국내 사용량의 60일치에 해당되며 이는 국내 석유도입에 문제가 생길 경우 2개월 밖에 버틸 수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2004년부터 국내 대륙붕에서의 가스 생산으로 산유국 대열에 이름을 올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2년 후면 생산이 종료될 예정이다. 이것이 우리가 처한 에너지자원의 현실이다.

에너지원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미세먼지와 기후 변화에 적응하기 위한 신재생에너지 및 전기자동차의 증가로 전체 에너지원 중 화석연료가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의 85% 수준에서 2035년 경엔 75%로 수준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즉, 여전히 화석연료가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며 화석연료의 절대 사용량은 증가한다는 것이다. 더욱이 대부분의 에너지원을 석탄에 의존하는 저개발국가인 중국과 인도의 25억 인구가 향후 경제성장 단계에서 사용하게 될 에너지 소비량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지도 모른다.

이와 같은 에너지 외부 환경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에너지자원 확보와 안정적 공급은 국가 기간산업의 유지 및 미래 성장을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문제이다. 그러기에 우리보다 상대적으로 에너지자원확보율이 2~3배 높은 일본, 중국, 인도 등이 국가적 차원에서 꾸준히 적극적인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하는 이유일 것이다.

우리 정부는 지난 10년의 고유가시기에 에너지 공기업을 활용해 단기간에 에너지자원확보를 위해 차입에 의한 생산광구 매입이라는 쉬운 방법을 선택해 해외자원개발에 적극적인 투자에 나섰다가 불행하게도 참여한 사업의 생산성이 예상보다 저하되고 결정적으로 유가가 급락하면서 자원공기업은 엄청난 어려움에 처하게 됐고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 중에 있다. 이는 준비가 덜된 상태에서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조급한 심정으로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 당연한 결과인지도 모른다. 지난 일만 탓하기에 안타까운 것은 지금의 저유가가 한국과 같은 자원 부족국가에게는 자원을 확보할 수 있는 자주 오지 않을 좋은 기회라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비산유국의 입장에서 국가적 차원의 안정적인 에너지자원 확보를 위한 올바른 해외자원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사업의 불확실성과 고위험성을 극복하기 위한 기술력 확보, 다수의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고 일부 사업이 실패하더라도 생존할 수 있는 사업 추진 기업의 대형화 및 사업 추진의 장기적 접근이 필요하다. 이제 겨우 한국의 자원공기업은 선순환 구조가 가능한 외형적 규모는 갖춰진 '모래위의 성'에 불과하다. 이제 그들에게는 지금의 어려운 저유가시기를 잘 버텨낼 생존전략과 역량강화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지난 10년간 이뤄졌던 차입에 의한 몸집 불리기용 부채를 해결하지 않고는 자발적인 생존 전략은 한계가 있으며 그동안 35년 넘게 쌓아온 기술 축적 및 사업운영 노하우가 사장될뿐더러 에너지자원 안보는 더욱 소원해질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의 '모래성'이 튼튼한 '시멘트 성'이 될 수 있도록 정부의 장기적인 원타임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올바른 해외자원개발을 위해서는 정부의 일관성 있는 정책과 지원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사업의 추진 주체인 기업이 올바른 비전을 갖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통해 책임 있는 자세로 사업을 추진하는 주인의식과 책임의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기술역량, 효율적 시스템 구축, 정책의 일관성 등을 확보하는 것은 단지 해외자원개발이 성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요건이지 사업의 성공을 보장하지는 못한다.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자본과 시간의 절대적 축적이 성공의 문턱에 도달한 지금 자원가격의 큰 싸이클을 활용할 줄 아는 현명한 정책의 집행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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