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봅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3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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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6일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3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인명 사고, 자연환경 방사능 노출 등 피해가 컸던 체르노빌 현장이 점차 복원되고 있다고 합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현장을 관광상품화 한다는 점에 찬·반 이견이 있겠으나 피해 현장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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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붉은 숲'이 야생 천국으로
세슘137 절반으로 줄어 방문객 접근 가능
늑대 7배 늘고 동물 수 국립공원 맞먹어
2011년부터 일부지역 관광상품으로 공개
오는 26일은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31년이 되는 날입니다. 인명 사고, 자연환경 방사능 노출 등 피해가 컸던 체르노빌 현장이 점차 복원되고 있다고 합니다.
한국원자력문화재단에 따르면 사고현장으로부터 반경 30㎞ 지역은 여전히 통제구역이지만 주변 도시로는 사람들이 발길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고 합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유령도시가 된 프리피야트와 체르노빌 발전소 인근 일부 지역의 출입제한을 2011년부터 풀고 관광상품으로 공개하고 있습니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현장을 관광상품화 한다는 점에 찬·반 이견이 있겠으나 피해 현장의 환경이 개선되고 있는 것은 사실인듯합니다. 2000년대 초반에 광범위하게 이뤄진 현장 조사 결과 이곳은 야생동물의 천국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마치 한국의 비무장지대(DMZ)처럼 오랜 시간 사람의 출입이 통제되면서 유럽의 희귀 동식물들이 이곳으로 모여든 것이라고 하네요. 체르노빌 생태계의 소식이 내셔널 지오그래픽 등의 매체를 통해서도 속속 공개됐는데, 생태계 회복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체르노빌 세슘 137은 절반으로 줄었습니다. 또 오염제거 노력으로 원자로는 작업자와 방문객이 접근할 수 있다고 합니다.
영국 포츠머스대학교와 사바나 강 생태학연구소가 공동으로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체르노빌 원전사고 때 방사능에 노출돼 나무들이 죽은 채 썩지도 않아 이름 붙여진 '붉은 숲'의 늑대 개체 수는 사고 전보다 7배 늘어났고 발굽 동물의 숫자는 국립공원이 벨라루스 보호구역에 맞먹을 정도입니다. 물론 방사능에 영향을 받은 기형 동물들도 관찰되고 있습니다. 붉은 숲은 아직 지구 상에서 방사선량이 높은 곳 중 하나로 사람이 살기 좋은 환경은 아닙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야생동물이 방사선량이 많은 환경에 적응하는 법을 배운 듯 붉은 숲의 멧돼지, 늑대, 노루가 돌아오고 식물들도 번성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합니다. 이 동·식물들이 붉은 숲에서 살 수 있는 이유는 종별로 방사선을 견딜 수 있는 양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하네요. 몽구스는 독에 유달리 내성이 강한데 이와 비슷한 이치랍니다.
동물을 방사선에 노출하는 실험에서 50%가 사망할 경우 방사선 노출량은 LD50입니다. 이 값이 클수록 방사선에 잘 견뎌 생존율이 높습니다. 사람의 LD50은 4.5그레이(Gy)인데, 시궁쥐는 7.5Gy, 금붕어는 20Gy, 독일 바퀴벌레는 60Gy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사람보다 시궁쥐는 약 두 배, 금붕어는 약 네 배, 독일 바퀴벌레는 약 열네 배 방사선에 강하다는 뜻입니다.
방사선 내성은 후천적으로 달라지기도 합니다. 생물의 세포에는 방사선의 피해를 복구하는 메커니즘이 있어 방사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합니다. 복구 메커니즘은 방사선에 노출될 때 활성화하는데 이 과정에서 활성도가 높아져 방사선 저항력이 향상되기도 합니다. 원자력문화재단은 이를 '적응'으로 볼 수 있으며 붉은 숲에 사는 동물들도 오랜 시간 방사선에 내성이 높아진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체르노빌 제한구역이 야생동물에게 적당한 환경은 분명 아닙니다. 붉은 숲의 침엽수는 완전히 사라졌고, 붉은 숲을 거쳐 간 일부 철새들의 생식능력은 떨어졌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체르노빌 생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전체 조사대상 중 5%의 조류 뇌 크기가 평균보다 작은 것으로 확인되기도 했습니다. 체르노빌 사고의 그림자가 아직 남아 있는 것이지요. 다만 붉은 숲에서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고 번성하고 있다는 점도 부정할 수 없습니다.
박병립기자 rib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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