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책임 떠넘겨 수습 늦는 것 아닌지.."

2017. 4. 23. 17:5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펄 속에 가족들이 있는 게 싫으니까 빨리 찾아달라는 거예요."

23일 오후 2시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에서 만난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49)씨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 9명 수습 작업 더뎌지자 애끓는 심경
해수부 23일부터 일반인이 머물던 3층도 병행해 조사 시작
세월호선체조사위 "가족 양해 아래 일부 기기 수습 작업 진행 검토"

[한겨레]

세월호 미수습자 조은화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23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에서 같은 미수습자인 허다윤양과 조양의 사진 사이에 서 있다.

“펄 속에 가족들이 있는 게 싫으니까 빨리 찾아달라는 거예요.”

23일 오후 2시 세월호가 거치된 전남 목포신항에서 만난 미수습자 가족 이금희(49)씨는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단원고 조은화양의 엄마인 이씨는 “세월호 절단이든 절개든, 구멍을 내든 어떤 게 좋은지 우리는 잘 모른다. 빨리 가족들을 찾을 수 있는 방법을 해양수산부와 선체조사위원회, 코리아쌀베지 3자가 협의해 작업자들이 안전하면서도 가족들을 빨리 찾을 수 있는 방안을 내줘야지요”라고 말했다. 수색조는 지난 18일 선내 첫 진입 이후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4층 객실을 중심으로 수색을 진행하다 이날부턴 일반인들이 있던 3층 선수 좌현 객실 쪽에 진출입구를 확보했다. 하지만 여전히 더딘 수습 속도에 9명의 미수습자 가족들은 애가 탔다. 이들은 “답답해요. 해수부는 미수습자를 찾기 위해 용역을 줬다고 하고, 선체조사위는 법상 해수부를 점검하는 역할이라고 하며, 코리아쌀베지는 ‘시키는 것 외엔 할 수 없다’고 한다”며 “2014년 4·16 때처럼 아무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23일 미수습자 9명의 사진이 담긴 현수막 뒤로 세월호가 보인다. 아버지 권재근(당시 51·실종)씨와 제주도로 이사하기 위해 배를 탔다가 행방을 찾지 못한 혁규(당시 7)군의 사진..

해수부는 이날 3층 우현 중앙 상부에 진입용 사다리 설치를 마치고 진흙 제거 작업을 하는 등 3층 객실 수색을 본격화했다. 또 수색 속도를 높이려고 4층 선수 좌현 객실 쪽 기존 진출입구 3곳의 크기를 확대했다. 대형 집기류를 외부로 반출할 수 있고 작업자들이 드나드는 속도도 빨라진다는 것이다.

세월호 4층은 단원고 학생들이 머물던 공간이다. 단원고 2학년 6반 남현철군도 아직 뭍으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다. 현철군은 이다운 학생의 곡으로 가수 신용재씨가 부른 <사랑하는 그대여>의 노랫말을 쓴 주인공이다. 3층 객실은 일반인 승객들이 머물던 곳이다. 미수습자 권재근·권혁규 부자와 이영숙씨가 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진 공간이다. 혁규군은 당시 7살로 미수습자 중 가장 어리다. 아버지 권재근(실종)씨와 베트남이 고향인 엄마 한옥인(사망)씨, 여동생 권지연(구조)양 등 가족과 함께 제주로 이사를 가던 중 사고를 당했다. 혁규군이 동생 지연양에게 구명조끼를 벗어 입혀주었다는 사연이 알려져 주변을 더 안타깝게하기도 했다.

선체조사위는 이날 보존이 시급한 세월호 조타실 기기 등에 대한 조사도 일부 병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창준 선체조사위원장은 “수습과 조사를 병행하는 것은 아니다. 미수습자 찾는 것을 우선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 다만 공기에 노출되면 산화가 빨리되는 조타실 내 침로기록장치(선박의 진행 방향과 방위 등을 종이에 기록하는 기기) 등 시급한 것만 미수습자 가족의 양해 하에 조사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수부는 더딘 수색 속도에 답답해하는 미수습자 가족의 호소에 대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태도다. 김명호 해수부 홍보과장은 “수습과 조사의 병행이 가능한 상태고, 선후의 문제는 아니다. 미수습자 가족들이 보시기엔 수습이 더딘 게 아니냐고 생각하실 수 있다. 그런데 선체 안에서 혹 유해가 손상될 수도 있어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일일히 담아 수습하면서 진행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책임을 떠넘기려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오늘도 미수습자 가족들이 선체 조사 과정을 함께 살펴보고 계신다. 오늘 아침 추가 천공도 3자가 같이 협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포/글·사진 정대하 기자 daeha@hani.co.kr

23일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에 미수습자가 빨리 돌아오길 기원하는 노란 리본들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 대선 팩트체크][페이스북][카카오톡][정치BAR]
[ⓒ한겨레신문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한겨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