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KDI 평가..3조 신안산선 사업자선정 논란

양연호 입력 2017. 4. 23. 17:48 수정 2017. 4. 24.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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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연찮았던 14일 최종심사

지난 14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 소재의 한 호텔. 총사업비가 3조원을 웃도는 신안산선 복선전철 사업자 심사 과정에서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투자관리센터 평가위원들 사이에서 격론이 벌어졌다. 경쟁사보다 순수공사비를 6000억원이나 적게 써내 낙찰이 유력시되는 한 업체가 추정 공사비 산출 근거를 담은 서류를 입찰 마감시한까지 제출하지 않은 사실이 뒤늦게 발견됐기 때문이다. 장시간 토론과 투표 끝에 평가단은 서류 미제출이 '설계 부적격' 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곧이어 아이러니한 일이 벌어졌다. 평가단이 곧바로 재투표를 실시해 "서류 미제출은 중대 사유는 아니다"고 뒤집은 것이다. 이를 놓고 경쟁사가 "석연치 않은 사유로 실격 처리가 번복됐다"고 강하게 반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를 일단 미루고, 심사 과정이 적법했는지 법적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23일 국토부와 업계에 따르면 경기 안산(한양대역·가칭)에서 출발해 시흥, 광명을 거쳐 서울 여의도까지 총 43.6㎞를 연결하는 신안산선 복선 민자철도 건설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KDI 심사가 공정하게 이뤄졌느냐를 놓고 잡음이 일고 있다.

국토부에서 제시한 추정 사업비가 3조40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프로젝트다.

지난해 한 차례 유찰된 뒤 올 1월 다시 실시한 입찰에 건설사(CI) 중심의 포스코건설·롯데건설 컨소시엄과 금융투자자(FI) 중심의 트루벤 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 두 곳이 참여했다.

매일경제 취재 결과 막바지 심사 과정인 지난 12~14일 사업계획서 평가에서 트루벤이 유일하게 적격 판정을 받아 사실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눈앞에 둔 상황이었다. 트루벤은 순수공사비를 2조2000억원으로 제시했다. 2조8000억원을 제시한 포스코건설 컨소시엄보다 6000억원이나 낮게 써낸 것이다. 포스코는 가격 부문 총 520점 가운데 하한선(453.13점)을 맞추지 못해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가격·기술점수 가운데 한 가지만 과락되면 사업자 자격을 박탈당한다. 반면 트루벤은 기술 부문(총 390점)에서 다소 뒤처졌지만 기준은 통과해 유일한 적격 업체로 남게 됐다.

문제는 가격점수 평가 때 정부가 시설사업기본계획(RFP)에 따라 제시하도록 한 물량 및 비용 산출 등 근거 자료를 트루벤 측이 입찰기간 내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해당 자료는 신청 업체 측에서 추정한 총사업비가 적정한지를 판단하기 위해 소요 자재의 개당 가격과 개수 등을 표시한 것"이라며 "트루벤 측이 수량과 단가산출서를 마감시한까지 제출하지 못한 것은 맞는다"고 밝혔다.

사업계획서 평가를 위임받은 KDI 공공투자관리센터도 지난 14일 이를 문제 삼아 1차 부적격 처리했지만 '미제출된 서류가 가격 부문을 평가하는 데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해 2차 투표에서 적격으로 뒤집었다. '부적격 판단 사유가 미미하면 평가위원 3분의 2 이상의 동의를 얻어 적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는 RFP 규정에 따랐다는 게 KDI 측 설명이다.

하지만 포스코건설 측은 "미제출된 서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은 채 가격점수를 매겨 사실상 낙찰로 결정한 것은 평가위원들 재량을 벗어난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 다른 논란은 주무부처인 국토부가 평가 당일인 14일 트루벤 쪽에 "미제출 서류를 가져오라"고 요구해 서류를 보완했다는 점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공사비 산출 등 세부 협상 절차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경쟁사 측에선 "후환을 없애기 위해 마감시간 이후에 억지로 서류를 끼워 맞춘 것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우선협상자 발표를 늦추고 입찰 평가 과정 등이 합법적인지 유권해석을 내리기 위해 법률전문가와 검토 작업을 벌이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검토 과정에서 법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우선협상자 선정을 취소하고 재입찰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구본진 트루벤 대표는 "모든 서류를 1000페이지 이내로 제출하도록 권장해 세부 자료는 갖고만 있었다"며 "KDI 평가 결과를 재검토하면 우리도 정부를 상대로 문제 제기를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일각에선 트루벤 측 입찰가가 턱없이 낮고 아직 시공사도 확보하지 못한 점을 지적하며 사업 진행에 의문을 제기했다. 구 대표는 "포스코 같은 대형건설사는 마진을 많이 붙일 수 밖에 없지만 우리는 최대한 원가절감 방법을 찾아 2조2000억원만으로도 충분히 사업이 가능하다"며 "벌써 의향을 보이는 시공사가 있는데 무책임한 뒷다리잡기"라고 반박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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