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국과 전략싸움..현재 북핵위기는 쿠바사태의 느린 버전"

전정홍,김규식,부장원 2017. 4. 23. 1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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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격변속 한국의 전략은 / 니어재단 주최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 ◆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니어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가 지난 21~2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렸다. 미국 정부에 대중국 정책을 조언하는 해리 하딩 버지니아대 교수 등 한·중·일 최고 전문가들이 모여 북핵 위기와 미·중 관계 등 동북아 지역의 현안에 대해 토론했다. 왼쪽부터 하딩 교수,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교수, 이숙종 성균관대 교수,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 신각수 국립외교원 국제법센터 소장. [한주형 기자]
"북핵 위기는 미국에 있어 1962년 쿠바 사태의 '느린 버전'이다. 미국은 결국 한반도 불확실성을 높여 중국을 상대로 북핵 폐기를 얻어내려 할 것이다."

북한 6차 핵실험 전망과 25일께로 예정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의 동해 진입을 앞두고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의 신(新)대북 정책 발표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트럼프 행정부가 오는 26일 미국 상원의원들을 상대로 대북정책 브리핑을 개최하기로 하면서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로 상징되는 전임 버락 오바마 정권의 대북정책과 결별을 선언한 이후 새로운 정책이 모습을 드러낼 전망이다. 강경책으로의 선회는 이미 예견되고 있다. 다만 구체적인 선회의 '방향'과 '수위'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안보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핵 폐기를 위해 본격적으로 중국과 전략 싸움에 돌입했다고 진단했다. 이런 분위기는 지난 21~22일 니어재단(이사장 정덕구) 주최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니어 한·중·일 서울 프로세스'에서 확연히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무력을 투입하기보다는 한반도 긴장을 높인 뒤 중국을 움직여 북핵 폐기 등 실리를 얻어내려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거 핵전쟁 문턱까지 갔던 쿠바 사태 당시 존 F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해상 봉쇄를 명하는 등 강경책을 취하는 동시에 쿠바를 지원하던 소련과 막후에서 합의를 이끌어냈던 것과 비슷한 양상이 펼쳐질 것이란 진단이다. 다만 일촉즉발이었던 당시와는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외교적 실리를 두고 미·중 간의 길고 지난한 협상이 예상된다. 해리 하딩 미국 버지니아대 교수는 지난 21일 기조강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실패한 정책으로 보기 때문에 북핵 개발은 결코 용인하지 않을 것(unacceptable)"이라며 "트럼프 정권의 한반도 정책은 1970년대 후반 지미 카터 대통령 재임 당시 주한미군을 철수하겠다고 밝힌 이후 가장 불확실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하딩 교수는 미국 내 최고의 중국 전문가 중 한 명으로 현재 트럼프 정부에 대중 외교·안보 정책에 대한 조언을 맡고 있다.

이어 그는 "지금 상황에선 선제타격 반대론이 더 많고, 트럼프 대통령도 비용과 리스크를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북한 핵·미사일 개발이 미국에 현존하는 위협인 이상 과거 쿠바 사태 때처럼 무력 사용을 필요한 최종 수단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하딩 교수는 "'중국과 공조하기 어려우면 미국 단독으로 행동한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다소 즉흥적"이라며 "이를 문자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미국이 무력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면서 한반도 정세에 불확실성을 높이고, 이를 통해 중국을 압박해 북한을 굴복시키겠다는 전략이라는 게 하딩 교수의 분석이다.

자칭궈 중국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장은 "북한 문제를 외교로 풀지 못한다면 비외교 분야에서도 미·중이 협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양국이 가능한 모든 카드를 꺼내놓고 무력 사용과 한반도 긴급 상황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까지 협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중국 국정자문기구 인민정치협상회의 상무위원이기도 한 자 원장은 우선 "트럼프 정권의 강경한 대중 정책에 걱정이 많았지만 취임 이후 상황이 좀 바뀌고, 최근 미·중 정상회담의 결과도 고무적"이라며 양국 간 대화·협력 가능성을 긍정적으로 전망했다. 그는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도 (북한과 관련한) 모든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며 "원유 공급 중단도 옵션에 포함되지만, 인도적인 차원에서 신중한 검토가 필요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아카시 야스시 전 유엔 사무차장은 "트럼프 정권 초기의 강경한 동북아 정책은 완화될 것으로 본다"며 "지금은 트럼프식의 양자외교보다는 복잡한 문제를 풀기 위해 다자외교가 필요한 지점"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한국도 미국과 중국의 전략 싸움 가운데서 국익을 추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특히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의 보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대선을 기점으로 전환점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 프로세스에 참석한 전문가 13명은 한중 현안대화를 갖고 "최근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내 반한(反韓) 여론이 잦아들고 있고, 중국 정부도 신중한 자세로 돌아섰다"며 "중국도 이제 출구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한국이 대선 국면을 맞은 만큼 중국 입장에서도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한국도 미·중 관계의 틀 속에서 한중 문제를 종속변수로 보기보다는 한중 관계를 자체 동력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상현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22일 "미국을 비롯한 한반도 주요국들이 각자 자국의 이익을 앞세우는 '각자도생' 시대에서 한국도 단호히 국익 위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면서 "한미 동맹을 중심으로 안보전략을 짜야 하지만, 동맹 차원의 이익과 우리의 국익을 잘 따져서 대처하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본부장은 워싱턴에서 정책이 입안되기를 기다릴 게 아니라 트럼프 정부와 의회를 적극적으로 공략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트럼프 시대가 북핵 문제 해결의 기회가 될지, 위기가 될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한국 정부는 한국이 원하는 정책 입장을 신속·정확하게 트럼프 정부에 알려야 한다"며 "이를 위해 효과적인 외교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특별취재팀 = 전정홍 기자 / 김규식 기자 / 부장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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