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서울대의 김미경 교수 정년보장 임용, 자격 충분했을까

손제민·이유진·조미덥 기자 입력 2017. 4. 23. 17:24 수정 2017. 4. 23.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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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55)는 지난 21일 편집인협회 초청 세미나에서 부인 김미경 교수(54)의 2011년 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채용이 특혜였다는 논란에 대해 “전문직 여성에 대한 모독이다. 그 인식 자체가 여성 비하 발언과 똑같은 사고 기준에서 시작됐다”고 반박했다. “서울대에서 자격 되는 사람들(안 후보 본인과 김 교수)에게 (교수직 제의를 받아달라고) 요청한 것”이라고도 했다. 안 후보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원장 채용이 아니었더라도 김 교수 혼자 힘으로 서울대 정교수가 되기에 충분했다는 의미다.

경향신문은 당시 서울대 관련자들과 회의 문서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해봤다. 그 결과 서울대의 안 후보 채용과 김 교수 채용은 형식적으로는 별도로 진행됐지만, 내용적으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었다. 또 해당 분야 연구업적에 논란이 있는 김 교수를 정교수로 채용하는 과정에서 서울대 내 반발이 있었음도 알 수 있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명동 은행회관 컨벤션홀에서 열린 대선후보 초청 편집인협회 세미나에 참석해 언론사 편집인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1+1 채용’인가

2012년 국회의 서울대 국정감사에서 오연천 당시 서울대 총장(현 울산대 총장)은 김미경 교수 채용을 안철수 원장 채용과 “별개로” 진행됐지만 두 사안이 서로 연결돼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오 총장은 안 후보 채용이 김 교수를 채용하는데 “동기부여”가 됐다고 세 차례 말했다. 오 전 총장은 경향신문 문의에 “당시 발언으로 갈음하겠다”고 답했다.

강대희 서울대 의대 학장은 “안 후보가 서울대 교수로 오며 부인을 데리고 온 케이스는 외국에서는 흔하지만 한국에서는 드문 일이 맞다”며 “이런 채용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수들 사이에 무리하게 김 교수를 데려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서울대 회의록에도 두 사람 채용이 연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 나온다. 2011년 6월2일 정년보장교원임용심사위원회 회의에서 한 교수는 김 교수 채용을 두고 “학교의 정책적 고려”라고 표현했다.

당시 교무처장이었던 김홍종 수학과 교수는 김 교수 채용이 누구 뜻이었는지 묻자 “총장이 대학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과정에 안 교수 영입도 포함됐다”며 “총장이 되면 누구나 다 대학을 발전시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게 총장의 의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오 전 총장이 대학 발전 차원에서 안 후보 영입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부부를 함께 채용할 수밖에 없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서울대의 한 행정직원은 “김 교수 채용을 위해 의대 교수 정원을 늘리고 정년보장을 주는 결정을 단순히 의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며 “본부 또는 총장 선에서 (안 교수 채용과 함께) 결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비록 안 후보나 김 교수가 요구한 것은 아니라 할지라도, 서울대의 ‘1+1’ 채용은 사실이라고 할 수 있다.

■김 교수 임용 자격은 충분했나?

김 교수의 정교수 임용은 다른 경우와 달리 반대가 심했다. 2012년 서울대 국감 자료를 보면 김 교수에 대한 정년보장심사위는 2011년 6월13일 회의에서 위원 8명이 찬성하고 6명이 반대해 찬성률 57.1%로 통과됐다. 3명은 불참했다. 그 해 서울대에서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들은 평균 92.5%의 찬성률로 심사가 통과됐다. 일단 정년보장심사위에 올라간 교수들은 대부분 학문적 검증이 끝나 큰 반대 없이 통과됐지만 김 교수는 달랐다는 의미다.

앞선 6월2일 회의에서 김 교수 연구업적을 놓고 논쟁이 벌어졌다. 회의록에는 “최근 3년간 연구실적이 미흡해 전문성을 판단하기 어려우므로 관련 논문 3편을 의과대학으로부터 제출받아 모 위원이 검토한 후 차기 회의에서 의견을 제시하기로 함”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김 교수가 제출한 3년간 연구업적 7건 가운데 임용된 분야인 생명과학정책 관련 단독 논문은 황우석 사태를 계기로 본 연구 윤리 관련 논문 1건이었다. 나머지는 병리학 관련 공동논문 1건과 조선일보 기고 칼럼, 창업 가이드 소책자, 연구 윤리에 대한 외국 법령 소개, 해외학자 논문 요약 번역 등이었다. 하지만 정년보장심사위는 “생명공학정책이 새로운 분야”라는 이유로 독창적 우수성보다는 “새로운 분야에 대한 발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채용을 결정했다.

김 교수가 서울대 채용 공고가 나기 전부터 교수 채용에 필요한 신청서류를 준비한 것도 논란이다. 이에 강대희 의대 학장은 “특별채용은 사람을 사실상 지정해놓고 하는 것이기 때문에 총장의 채용계획 승인 전에 알음알음 다 알게 돼 있다”며 “그렇다고 그것을 특혜로 보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했다. 교수 특별채용이 관행상 그렇게 이뤄진다는 것이다.

■공정성에 대한 문제제기

그런 관행이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됐을까. 서울대에서 김 교수처럼 채용과 동시에 정년보장을 받은 사례는 거의 없다. 서울대가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채용한 교수 84명 중 채용과 동시에 정년보장을 받은 교수는 안 후보와 김 교수 두 명 뿐으로 2.3%에 불과하다. 그 해 서울대가 특별채용한 교수는 안 후보, 김 교수 이 외에도 8명이 더 있었지만 이들도 정년보장을 받지는 못했다. 따라서 김 교수 채용은 이례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서울대 전·현직 보직 교수들은 한결같이 “정서적 반감이 있었을지언정 서울대가 절차적 규정을 위반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대다수 연구자들이 거치는 엄격한 심사의 잣대가 김 교수에게 동등하게 적용됐느냐는 의문은 남는다.

지난해 1월 발표된 교육통계연보를 보면 1990년 2481명에 불과하던 국내 박사학위 취득자는 2015년 1만3077명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여기에 해외 박사학위 취득자까지 포함하면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이 때문에 교수직을 놓고 벌이는 경쟁은 어느 때보다 치열하고, 각 대학은 갈수록 교수 재임용 심사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 조교수-부교수-정교수로 이어지는 교수들 승진 과정에서 적용하는 양적인 평가 잣대 때문에 교수는 ‘논문 작성 노동자’에 비유되기도 한다. 특히 정년보장 심사를 받아야 하는 정교수 승진 과정은 특히 힘든 것으로 여겨진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대의 한 조교수는 “과도한 강의 부담 와중에 조교수는 부교수가 되기 위해, 부교수는 정교수가 되기 위해 연구업적 부담에 시달린다”며 “해당 분야의 충분한 연구업적 없이 정교수가 된 김 교수의 사례와 그에 대한 안 후보 해명 방식이 오히려 예비 전문직 여성들의 사기를 떨어뜨리는 것은 아닌가”라고 말했다.

<손제민·이유진·조미덥 기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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