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착실하고 착한사람이 그럴 줄이야" 주민들 충격

정지훈 기자 2017. 4. 23.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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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총기강도 용의자 검거에 주민들 안도하기도
'이웃 농민이 범인' 소식에 "생각도 못했다"
20일 오전 11시 55분쯤 경북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에서 총기를 든 복면강도가 침입해 직원을 위협하고 돈을 챙겨달아났다. 사건 발생 후 경찰이 현장을 통제 하고 있다.2017.4.20/뉴스1 © News1 이종현 기자

(대구ㆍ경북=뉴스1) 정지훈 기자 = "전혀 그 사람이 그랬을거라 생각도 못했습니다. 평소에 착하고 봉사도 많이 했고 착실하게 살았는데…"

지난 20일 경북 경산 지역 주민들은 지역에서 발생한 은행총기강도 사건 용의자가 검거됐다는 소식을 듣고 안도와 충격이 교차했다.

특히 23일 만난 경산 자인농협 총기강도 사건 용의자인 A씨의 마을사람들은 깊은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A씨가 사는 마을 입구 큰 나무 밑 평상에 앉아 있던 여성주민 2명은 "너무 놀란 마음에 이렇게 나와있다. 아침부터 경찰들이 다녀가고 이어서 취재차량들도 보이고 어수선하다"고 전했다.

한 이웃주민은 "대추농사도 짓고 복숭아 농사도 지으면서 정말 성실하고 착실한 사람이었다. 왜 그랬는지 정말 모르겠다. 지난해 지은 대추농사가 잘 안되서 어려워졌나…"라며 안타까워했다.

평소 홀어머니를 모시면서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살던 A씨는 마을방범대원으로도 활동하던 사람이었기에 마을주민들도 끔찍한 강도 사건의 범인이라는 사실에 더욱 충격을 받은 듯 했다.

사건이 발생한 자인농협 하남지점 바로 길 건너편 밭에서 고추모종을 심기위해 이랑 고르기를 마치고 참을 먹고 있는 주민들도 검거 소식에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3~4년 전부터 동생의 밭일을 돕고 있다는 이모씨(69)는 "일흔이 넘은 누님들만 근처 마을에 살고 있는데 (사건 소식을) 듣고는 많이 놀랬다. 누가 이 골짜기까지 와서 그럴거라 생각이나 했겠나. 처음에는 이곳이 아니고 (경산)시내 딴 곳인 줄 알았지. 여기에 줄쳐 있는 것 보고야 알았다. 그런데 범인이 지역 주민이라니…"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이씨의 누나(73·여)도 "밤이 되고 하면 많이 불안했다. 이제 범인이 잡혔다고 하니 조금은 안심이 된다"고 했다.

범인 검거 소식에도 불안한 마음이 남아선지 이씨는 인사를 하고 자리를 떠나는 기자에게 "앞으로는 무서운 일이 좀 없도록 만들어 달라"고 당부했다.

취재진이 23일 지난 20일 발생한 자인농협총기강도 사건 범행에 사용된 권총과 총탄을 발견한 관정을 확인하고 있다. 경찰은 이날 오전 용의자 A씨(43)의 집에서 약 700m 떨어진 A씨의 과수원 인근 관정에서 권총과 실탄을 발견했다. 2017. 4. 23. 정지훈기자/뉴스1© News1

범행현장 길 건너 20여미터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 주민 이모씨(64)는 용의자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주민이라는 사실에 "이곳은 내 안태고향(安胎故鄕)이다. 여태까지 살면서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고 전혀 예상 못했다. 놀라고 불안했지만서도 세상이 하도 시끄럽고 먹고 살기 힘드니 그랬겠지"라며 동정했다.

이씨는 "남산면 어디 사람이라고 들었다. 여기 (동네)사람은 아니지만 마을 사람들이 다들 알고 있더라. 농약방에 갔더니 사람들마다 이 얘기다"고 전했다.

기자가 사건 당일 저녁에 들렀던 식당에서도 이번 사건과 관련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다.

다시 만난 주인 김모씨(60) 내외는 "이제는 좀 덜 불안하다"고 했다.

사건 당일 이들을 만났을 때는 "크게 걱정은 안 하지만 외국인이라는 얘기가 있어 어쩌면 우리 식당을 다녀갔던 사람일 수도 있었겠단 생각에 낯선 사람이나 매일 오던 외국인 손님들도 혹시 하는 마음이 있었으면 의심도 생긴다"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김씨의 부인(52)은 "빨리 잡혀서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설마 이 동네 사람이 그랬을거라 생각지도 못했다. 솔직히 그렇게 알고 나니 더 무섭다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마을 사람들 중에는 "섣불리 경찰과 언론에서 범인을 외국인으로 단정지으면서 색안경을 끼고 보고 의혹의 눈초리로 바라본 것은 잘못"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남산면에서 식당을 하는 양모씨(50)는 "우리나라 사람들도 과거에 중동이나 외국에서 일했던 과거가 있지 않나. 여기서 일하는 사람들은 정말 예의바르고 성실한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무조건 외국인이면 의심부터 하고 '나쁜 짓 했겠지' 생각하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먼 타국까지 와서 고생고생하며 일하는데 그런 욕까지 먹고 이곳 주민들 중에는 이들을 상대로 돈 벌어 사는 사람들도 많다. 이 사람들은 우리들의 이웃이기도 하다. 경찰과 언론이 이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daegura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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