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장 뚫은 삼성바이오, 셀트리온과 피할 수 없는 경쟁

강인효 기자 2017. 4. 23.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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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이 자체 개발한 항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렌플렉시스(성분명 인플릭시맙)’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판매 허가를 받으면서 국내 바이오시밀러 양대 축인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 간의 경쟁 구도가 주목받고 있다.

인천 송도에 위치한 삼성바이오에피스 본사 전경 /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두 회사는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동일한 성분의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며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선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렌플렉시스의 미국 출시 시점이 ‘바이오시밀러 출시 유예기간’과 관련한 미국 내 소송 결과에 따라 앞당겨질 수도 있다는 관측이 제기돼 설립 5년 만에 미국 시장을 뚫은 삼성의 바이오 사업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FDA로부터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렌플렉시스의 판매 허가 승인을 받으며 미국 시장 관문을 통과하게 됐다.

삼성은 지난 2010년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바이오산업을 선정하고 바로 다음 해인 2011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설립하며 본격적으로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 바이오 사업의 또다른 한 축을 맡고 있는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바이오시밀러 연구개발(R&D)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회사로 2012년 설립됐다.

◆ 삼성 바이오시밀러 첫 미국 FDA 허가…창립 5년 만에 미국 시장 본격 진출

렌플렉시스는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자체 개발한 바이오시밀러 중에서 처음으로 미국 FDA의 승인을 받았다. 이번 승인은 한국, 유럽, 호주에 이어 렌플렉시스의 네 번째 판매 허가 승인이다.

렌플렉시스는 국내에서는 2015년, 유럽과 호주에서는 각각 지난해 승인을 받았다. 현재 유럽에서는 ‘플릭사비’라는 이름으로 판매되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어 지난해 3월 FDA에 렌플렉시스의 판매 허가를 신청하고 13개월 만에 승인받았다. 통상적으로 FDA 허가 신청부터 승인까지 1년 반에서 2년 가까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이 기간을 13개월로 줄인 것은 의미가 크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번 FDA 승인으로 국제적인 연구개발(R&D) 능력을 인정받았을 뿐 아니라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에서 글로벌 제약사와 경쟁할 수 있는 초석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연구원들이 바이오시밀러를 연구하고 있는 모습 / 삼성바이오에피스 제공

렌플렉시스는 미국 제약사 존슨앤드존슨(J&J)의 항체 바이오의약품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로, 류머티즘 관절염과 궤양성 대장염, 크론병, 강직성 척추염, 건선성 관절염, 건선 등의 치료에 쓰인다. 레미케이드는 지난해 전 세계에서 9조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한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 사장은 “미국 판매 허가 승인은 회사 창립 5년 만에 이룬 쾌거”라며 “유럽에 이어 미국에서도 더 많은 자가면역질환 환자들이 바이오의약품으로 치료받을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렌플렉시스 미국 출시는 언제쯤?…타 회사 소송 결과에 따라 빨라질 수도

지난해 3월 FDA에 렌플렉시스 판매 허가 신청을 한 삼성바이오에피스가 13개월 만에 허가 승인을 받음에 따라 미국 시장 진출의 길은 열린 셈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트너사인 미국 제약사 머크(MSD)가 렌플렉시스의 미국 판매를 담당하게 된다.

미국 내 렌플렉시스의 정식 출시는 빠르면 6개월 뒤에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른바 미국의 바이오시밀러법이라고 불리는 ‘바이오의약품 가격경쟁 및 혁신법(BPCIA)’에는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이 바이오시밀러를 시판하기 180일 이전에 오리지널 의약품 제조사에게 시판 계획을 고지할 의무가 있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은 6개월 동안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할 수 없다.

다만 업계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에서 바이오시밀러 출시 유예기간에 대한 법리 해석을 놓고 산도스와 암젠과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는데, 이 소송의 판결에 따라 렌플렉시스의 출시 시점도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스위스 제약사 산도스는 지난 2015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바이오시밀러인 ‘작시오’로 FDA의 허가를 받았다. 작시오의 오리지널 의약품은 미국 바이오기업 암젠의 ‘뉴포겐’이다.

산도스가 미국에서 처음으로 바이오시밀러로 허가를 받으면서 바이오시밀러법의 첫 적용 사례가 됐다. 암젠에서는 6개월 바이오시밀러 출시 유예기간의 기준 시점을 ‘FDA의 품목 허가를 받은 때’로 본 반면, 산도스 측은 FDA의 품목 허가를 받기 전 ‘이미 시판 계획을 통보했던 때’로 기준 시점을 주장하면서 법적 다툼이 생긴 것이다.

1심에서는 산도스 측이 승리했지만, 이어진 항소심에서는 법원이 암젠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 소송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대법원 판결은 오는 7월 나올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개최된 제12회 ‘유럽 크론병 및 대장염학회(ECCO) 2017’에서 소개된 램시마 부스 현장 / 셀트리온 제공

업계 관계자는 “대개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들은 출시 유예기간을 보수적으로 판단해 FDA 승인 시점부터 시판 계획을 통보하고 180일 뒤 바이오시밀러을 시판해왔다”며 “셀트리온의 경우에도 지난해 4월 FDA로부터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를 허가받은 후 같은해 12월부터 시판했다”고 밝혔다.

◆ 유럽 이어 미국서도 셀트리온과의 경쟁 불가피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렌플렉시스로 미국 시장에 진출하게 되면서 동일한 성분의 바이오시밀러인 램시마를 이미 미국에서 판매하고 있는 셀트리온과의 경쟁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램시마 또한 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다.

램시마는 지난해 FDA의 허가를 받고 미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올해 2월말 열린 셀트리온그룹 창립 15주년 기념식에서 “지난해 FDA의 판매 허가 승인을 받아 올해부터 미국에서도 본격적으로 램시마가 판매되고 있는데, 올해 미국에서 램시마의 오리지널 의약품 대체율이 15~20%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한 바 있다.

램시마가 파고드는 미국 시장에 이르면 올해 4분기 삼성의 렌플렉시스가 가세하게 되면 두 회사는 시장 내 경쟁을 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유럽에서도 같은 제품(레미케이드의 바이오시밀러)으로 셀트리온의 램시마와 경쟁하고 있다.

램시마는 유럽에서 2013년 8월 허가를 받아 2015년부터 본격 판매를 시작했고, 플릭사비(렌플렉시스의 유럽 판매명)는 지난해 5월 허가를 받아 9월부터 판매에 돌입했다. 유럽에서 오리지널 의약품인 레미케이드에서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로의 대체율은 50%를 상회하는 수준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빠르면 올해 말이나 내년 초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렌플렉시스와 셀트리온의 램시마가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경쟁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미 유럽에서 레미케이드 바이오시밀러로 경쟁해 온 국내 바이오시밀러 기업 양대 축이 세계 최대 바이오의약품 시장인 미국으로 자리를 옮겨 쟁탈전을 벌이는 만큼 관심이 쏠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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