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주는 했지만 도주죄는 안 된다? '최규선 도주 사건' 파장 속 검찰-법원 마찰 기류도
지병 치료를 이유로 구속 상태에서 풀려났다 병원에서 도주한 최규선(57)씨 사건을 놓고 검찰과 법원 사이에 미묘한 마찰 기류가 나타났다.
이후 최씨는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 숨어지내다 보름째인 지난 20일 밤에 검찰에 의해 체포됐고, 그러면서 ‘구속집행 정지’ 제도의 실효성 문제가 이슈로 떠올랐다.
형사소송법 제101조에 따르면 법원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구속된 피고인을 친족ㆍ보호단체 등에게 부탁하거나 피고인의 주거를 제한해 구속의 집행을 정지할 수 있다.
검찰 관계자는 “구속집행정지 요건은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라고만 정해져 있어 법원 재량이 꽤 크다”며 “과거에는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정도에만 극히 예외적으로 석방했는데 언제인가부터 병치료 등에도 이를 적용해 석방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병 치료와 관련해 구속집행이 정지된 대표 사례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이다. 2013년 7월 횡령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그는 신장이식수술 부작용, 신경근육계 희귀병 등 건강상 이유로 구속집행정지 결정을 받고 장기간 병원 치료를 받았다.
이외에도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등 재벌 총수나 정권 실세들이 건강악화 및 치료 등을 이유로 교도소나 구치소가 아닌 병원에 머물렀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수사관은 “이들이 불구속 상태에서 병원이나 집에 머물게 되면 자연스럽게 사법당국의 감시망에서도 벗어나게 된다”며 “휴대전화 사용은 물론 측근 문병도 가능해 ‘사실상 합법적 탈옥이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고 비판했다. 법원도 할 말은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최씨 사건의 경우 당시 실명할 수 있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있었고, 실제 수술한 것도 사실”이라고 반박했다. 또 다른 법원 관계자는 “최씨는 구속정지 상태를 추가로 연장하려고 시도하다 그게 받아들이지 않아 도주한 것인데 그걸 두고 법원을 탓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씨처럼 구속집행이 정지돼 외부(병원, 집 등)에 머물고 있는 대상자가 여전히 많지만, 이에 대한 관리 기관이 불분명한데다 대응 메뉴얼도 부재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법조계에선 “언제든 계속 문제가 될 수 있는 사안이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강신업 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구속집행 정지라는 제도가 도주의 우려가 있는 만큼 그에 대한 대비책도 있어야 한다”며 “정지 결정을 내린 후에는 관계 기관에서 도주를 막기 위한 매뉴얼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한규 전 서울변호사협회장은 “향후 구속집행 정지자들은 법무부에서 집중 관리하는게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최씨가 도주죄로 처벌을 받지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 전 회장은 “현행 도주죄(형법 145조)가 체포 또는 구금 상태인 사람이 달아날 경우에만 처벌할 뿐 구속 집행정지 상태에는 적용되지 않게끔 되어있다”며 “이는 입법적 불비상태로, 관련 처벌 규정을 국회에서 논의해 시급히 조문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규선 도피 도운 여성 영장심사=최씨의 도피를 도운 30대 여성 박모씨에 대한 영장실질심사가 2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검찰 조사에서 박씨는 최씨가 병원에서 도주할 때부터 자신의 차에 태워 경남 하동, 전남 순천 등을 다니며 은신처를 물색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씨는 20일 밤 전남 순천의 한 아파트에서 최씨가 붙잡힐 당시 함께 체포됐다. 박씨는 검찰 조사에서 최씨와 어떤 관계인지에 관해 구체적인 진술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일훈ㆍ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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