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말하셨지 "재미삼아 하다 시집 가"

최종규 2017. 4. 23. 16:27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마을책방 이야기] 포항 <달팽이 books & tea>

[오마이뉴스 글:최종규, 편집:최은경]

 문을 열고 얼마 안 되던 날. 2014.12.28. 책방 모습
ⓒ 달팽이책방
 경북 포항시 남구 효자동길 10번길 32
 책방지기 : 김미현 님
 070-7532-3316
 http://snailbooks.blog.me
 여는 때
 : 13시∼20시 (화∼토)
 : 13시∼18시 (일)
 : 월요일은 쉬는 날

경북 포항에는 효자시장이 있고, 이 효자시장에 자그맣게, 아니 작지는 않게 얌전히 깃든 마을책방이 있습니다. 이곳 이름은 <달팽이 books & tea>입니다. '달팽이 책찻집'인 셈인데, 저는 이곳을 '달팽이 책방'이라고 말합니다. 아마 누구는 이곳을 '달팽이 찻집'이라 말할 수 있어요.

마을책방인 이곳은 신문도 내어요. '책방 신문'을 내지요. '달팽이 트리뷴'이라는 이름으로 나오고, 2015년 4월 16일에 1호를 내었습니다. 책 이야기하고 사람 이야기하고 마을 이야기가 자그마한 책방 신문에 흘러요. 책방 신문은 다달이 꾸준히 곱게 나와요.

 2015년 1월 25일. 책방 앞
ⓒ 달팽이책방
 햇살이 드는 책방. 2015년 2월 26일
ⓒ 달팽이책방
 달팽이책방이 내는 '책방 신문'.
ⓒ 최종규
2014년 10월에 책찻집 자리를 계약을 하고, 두 달에 걸쳐서 묵은 때를 벗기고 치우고서 새롭게 옷을 입히고 가꾸어 오늘에 이르는 <달팽이 books & tea>로 거듭났습니다. 이런 가게 저런 밥집 그런 살림집들로 오랜 나날 자리가 바뀌었다는데, 책방지기가 씩씩하게 책방으로 바꾸어 내려고 일할 적에, 이 모든 발자취가 벽종이를 비롯해서 곳곳에 고스란히 남았다고 하지요.

<달팽이 책방> 책방지기는, 이른바 '달팽이지기'는 바쁜 틈틈이 책방일기를 씁니다. 맨 처음 쓴 책방일기를 보면 '책방 계약' 소식을 이녁 아버지하고 어머니한테 말씀드린 이야기가 잔잔하게 흐릅니다. 이 이야기를 옮겨 봅니다.

'오늘 책방 계약 소식을 들은 아빠는 이렇게 이야기하셨다. "니가 들으면 섭섭할진 몰라도 그냥 몇 개월 재미삼아 한다 생각해라." 그리고 내가 방으로 들어가자 망할 게 뻔한 일을 하게 놔뒀다고 아빠와 엄마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나이는 들어 가는데, 돈은 다 날리고 망할 게 뻔한 그런 걸 하게 그냥 놔두냐 기타등등 기타등등. 그리고 잠시 뒤 아빠에게 불려간 나는 얼마 안 되는 돈 까먹지 말고 어디 일자리나 구해 다니다 시집이나 가라는 이야기를 마지막으로 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남에게 듣고, 가족에게 듣는 것은 예상도 했고 이해도 가는 일이지만 역시 제일 두려운 것은 스스로 저것과 똑같은 시선으로 바라보며 부정적으로 나 자신을 응시할 때이다. 마음속 흙탕물이 가라앉을 만하면 스스로 흐리거나, 부모님이 흔들어 주거나, 주변에서 흔들어 놓거나 … 그렇게 매일매일 스스로와 싸우는 하루하루를 보낸다.'(달팽이 책방일기 2014.10.22.)

 전시 작가와 손님들. 2015년 5월 10일
ⓒ 달팽이책방
 조촐하게 꾸리는 모임 2016년 1월 16일
ⓒ 달팽이책방
 책방 한켠은 전시장 2016년 4월 18일
ⓒ 달팽이책방
포항 마을책방은 '몇 달 재미삼는 일거리'로 그치지 않았습니다. 2014년 11월 28일에 묵은 예전 가게 간판을 떼어냈고, 12월 5일에 책찻집 간판이 새롭게 붙습니다. 2014년 12월 29일 드디어 책찻집으로 첫발을 떼어요. 이러고서 2015년 한 해를 보내고, 2016년 한 해를 누리며, 2017년 한 해를 맞이합니다. 한 걸음은 두 걸음이 되었고, 두 걸음은 세 걸음으로 나아갑니다. 이 세 걸음은 앞으로 넷 다섯 여섯 일곱... 바야흐로 열 스물 서른 걸음으로 아름다이 나아갈 만하리라 생각해요.

달팽이지기 김미현 님은 다른 고장이 아닌 이녁 고향 포항이라는 곳에 '마을책방'이 자그맣게 서서, 이 작은 마을책방에 수수한 마을사람이 올망졸망 사이좋게 어우러질 수 있는 살림을 꿈꿉니다. 대단한 '마을돈(지역화폐)'이 없더라도, 이웃가게를 서로 찾아다니면서 마주할 수 있는 마을살림을 바라지요.

 책방 앞모습.책방지기님과 2017년 3월 4일
ⓒ 최종규
 책방이면서 찻집이고 전시관입니다.
ⓒ 최종규
더 많은 책을 들여놓기보다는 더 즐거운 이야기를 포항 마을이웃한테 알려주고 싶은 마음으로 차근차근 건사한 책을 갖춥니다. 조용한 골목에 깃드는 햇살과 바람과 빗물을 느끼면서 차 한 잔을 즐길 쉼터가 포항이라는 고장에서 작은 마을 한켠에 서기를 바라는 마음이지요. 일을 하다가 차 한 잔으로 쉬고, 차 한 잔으로 쉬다가 책 한 권 슬그머니 집어서 읽고, 책을 읽다가 조그마한 전시장에서 조촐한 전시를 누릴 수 있는 '책찻집+전시장'을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달팽이 책방>은 책찻집이라기보다는 '책차전시집'쯤 될 만할 수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곳은 기쁜 쉼터라고 느낍니다. 누구는 책으로 기쁘게 쉬고, 누구는 차로 기쁘게 쉽니다. 누구는 그림이나 사진이나 공예 전시를 보면서 기쁘게 쉬지요. 이 모두를 두루 즐기면서 쉬기도 하고, 그냥 골목마을 햇볕 한 줌으로 기쁘게 쉴 수도 있습니다.

 책도 읽고 차도 마시고 가만히 마음을 쉬는 곳
ⓒ 최종규
 전시관 모습 2017년 3월 4일
ⓒ 최종규
마을에 책방을 열어서 기쁨을 나누려는 꿈을 키운 '작은이'는 스스로 온힘을 들여 책방을 가꾸고 다듬고 짓고 세우고 살찌우는 길을 걸으면서 지난날하고 사뭇 다른 이녁 모습을 느낀다고 합니다.

지난날에는 '남이 시키는 일'만 하고 살았으나, 책방지기요 찻집지기로서 마을 한켠에서 쉼터를 꾸리는 오늘날에는 '모든 일을 스스로 생각해서 스스로 챙기고 스스로 해야' 한다지요. 이 <달팽이 책방>에 꽂히는 책은 배본사에서 척척 보내 주지 않습니다. 책방지기가 바지런하게 요모조모 살펴서 갖춘 뒤에 꽂습니다.

마을책방이 남다른 대목을 생각해 봅니다. '책방지기 마음에 들어와서 책방지기 손을 탄 뒤에 책방지기 사랑으로 꽂히는 책'이 정갈하게 있는 쉼터이기에 전국 어디에서나 저마다 다르면서 아름다운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쉼터 구실을 톡톡히 하는 마을책방이지 싶어요. 이 어여쁜 마을책방을 찾아서 신나는 전국여행을 해 볼 만하고, 마을사람은 가볍게 마실을 다닐 만하지요.

<달팽이 책방> 곳곳에는 손글씨가 가지런히 적힌 쪽종이가 책에 살몃살몃 꽂히기도 합니다. 책손이 남긴 '추천 쪽글'이 있고, 이곳에서 '작가 이야기잔치'를 연 뒤에 작가가 즐겁게 남긴 '고마움 쪽글'이 있습니다. 더디 걷는 달팽이가 아닌 제 결을 찾아 즐거이 걷는 달팽이처럼 포항 효자시장 안골 마을책방 <달팽이 책방>에 살랑살랑 봄바람이 붑니다. 마을에서 책이랑 살림짓는 기쁨을 나누려는 김미현 책방지기 님하고 이야기를 조곤조곤 주고받아 보았습니다.

 책방 모습
ⓒ 최종규
 손글씨가 깨처럼 쏟아지는 모습
ⓒ 최종규
ㄱ. 이 멋진 책방을 꾸리는 기쁨이라면?
"두 종류의 기쁨이 존재합니다. 하나는 화장실 휴지부터 벽에 걸린 그림까지, 일을 시작하는 시간부터 쉬는 날까지를 스스로 꾸리는 것에서 오는 기쁨입니다. 이것은 일과 삶이 분열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큰 기쁨을 선사합니다. 다른 하나는 책의 곁에 나를 놓을 수 있다는 기쁨입니다. 그리고 이 기쁨을 이해하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른다는 설레는 가능성으로 매일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쁨입니다."

ㄴ. 아름답다고 느끼는 손님 한두 분을 이야기해 주신다면?
"서가 앞에서 정신을 잃는 사람들입니다. 정신을 잃는다는 것은 아마도 책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아실 것입니다. 책이 주인공인 공간, 이를테면 '서점·도서관'에 가면 마치 자석처럼 책에 이끌려 정신없이 책들의 행간·자간을 파악하며 무슨 책들이 있는지 살피고 내가 아는 책을 만나면 그 책과 알은 체를 하고, 모르는 책을 만나면 인사를 나누느라, 같이 온 동행이고 뭐고, 주문한 홍차가 식건 말건 정신없이 책에 빠져드는 그런 분들을 아름답다고 느낍니다.

이 세상에 많고 많은 물건, 특히 살 것을 요구하는 수많은 '상품' 중에 책이라는 것에 이토록 마음을 준 그런 사람들을 보면 그 마음을 이해하기 때문에 반갑고 고맙습니다. 특히 <달팽이 책방>의 책은 제가 선별한 인문학 도서와 독립출판물을 팔고 있으니 수많은 책 중에서 제가 고른 책에 반응하는 분을 만나면 그 짜릿함은 몰아치는 파도 같지요!"

 책방 모습
ⓒ 최종규
ㄷ. 10년째, 20년째, 30년째 <달팽이책방> 앞모습은?
"사실 처음 시작할 때 2년 후도 자신하지 못하고 시작했기 때문에 10이나 20년처럼 두 자리의 세월이 흐를 때까지 책방이 존재할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월세가 한결같다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네요. 저는 무엇보다 제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책방을 가꾸는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순간까지를 책방의 마지막으로 생각하려 합니다. 오래하는 것보다도 그것이 더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ㄹ. 포항 이웃, 포항 바깥 이웃한테 <달팽이책방>을 소개한다면?
"책과 홍차와 음악이 서로를 북돋우며 다양한 세계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책 한 권 한 권이 그 세계로 가는 문을 열어줍니다. 세계일주 해요. 같이. "

ㅁ. 책이란, 책방이란, 마을책방이란 무엇일까요?
"다양한 세계로 가는 문, 이야기가 있는 곳. 그곳을 왜 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재미있으니까요? '마을책방'은 책이 주는 재미에 더해 동네 사람들의 일상이 스며 있습니다. 누군가의 일요일, 누군가의 퇴근 후, 누군가의 나들이가 되기도 하지요. 그 하이라이트는 '누군가'였던 그들이 책방을 계기로 이름을 가진 '서로'가 된다는 것입니다. 독서모임, 작은 이벤트, 책방 신문, 행사 등을 통해서요."

 저도 이곳에서 제 손글씨로 '책꼬리표'를 적어 보았습니다.
ⓒ 최종규
 달팽이책방에 꽂힌 책들을 가만히 살피다 보면, 작가들이 이곳을 찾아와서 손수 남긴 책꼬리표를 곧잘 찾아볼 수 있습니다. 저도 제 책에 꼬리표를 하나 빚어서 꽂아 보았습니다.
ⓒ 최종규
ㅂ. '시모임'을 열고 나누는 즐거움을 말씀해 주셔요.

"시모임 '다시'가 아니었다면 시를 이렇게 자주 읽고, 깊고 편견 없이 이해하긴 힘들었을 것 같아요. 서로의 감상을 나누며 다양한 시각을 배웁니다. 백지에 까만 글자뿐인데도 길지 않은 내용으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놀랍습니다. 시를 읽는 일은 감정과 시선의 결을 아름답게 닦는 데 너무나 유용합니다. '다시' 말고도 그림책 소모임 '달똥', 역사 모임 '세계근현대사 공부 모임' 등과 같은 독서모임도 있습니다.

'안녕 드로잉'이나 '늘보씨의 북바인딩 워크숍'같이 포항에서 활동하는 젊은 예술 선생님들과 협업하여 꾸려가는 작은 수업들도 꾸준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때때로 재주 있는 손님들과 협업하는 작은 행사를 '달인마켓'이란 이름으로 벌이기도 하는데 '수트 앤 와인'이라는 와인 애호가 단골 손님과 진행하는 모임이 그 경우입니다. 얼마 전엔 이웃가게 '라멘 베라보 사장님과 함께 하는 클라리넷 속으로'라는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

ㅅ. '달팽이'라는 이름이 떠오른 이야기를 들려주셔요.
"좀 만만해서 부담 없는 이름이었으면 했고, 한글이면 좋겠다 생각했습니다. 직장인의 삶에서 벗어나 조금 다른 삶을 선택한 것이니 만큼 그런 의미도 담고 싶었습니다. 작고 느리지만 말이죠."

ㅇ. 책을 읽고 팔며 '책 얘기 신문(달팽이 트리뷴)'을 내는 한 사람으로서, 한국 책마을에 한 마디 해 보신다면?
"책을 팔며 가장 큰 어려움은 책을 구하는 방법입니다. 유통에서 가장 연약한 종착력인 동네책방이 갖는 한계(빨리 책을 구하기 힘들고, 공급률이 너무 높아서 책이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마진)가 여전히 힘들고 이따금 많이 슬픕니다. 동네책방을 향수 어린 곳, 예쁜 곳, 낭만이 가득한 곳으로만 소비하는데 그런 것이 가능하기 위한 실질적인 협력이 필요합니다.

동네서점이 필요하고 중요하다고 너도나도 이야기하지만 규모의 경제라는 논리 앞에 출판사도 도매상도 온라인서점도 너무 취약하고 의지가 약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출판시장의 규모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엇보다 책 읽는 사람을 계속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온라인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책을 만나는 공간이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달팽이책방에 찾아와서 즐겁게 장만한 여러 책들
ⓒ 최종규
ㅈ. 포항이 어떤 고장으로 나아가면 좋을까요?
"제 고향이기도 한 곳입니다. 좀더 문화적으로 재미있는 시도가 많은 곳이 되면 좋겠습니다."

ㅊ. 책을 읽는 즐거움이랑, 마을책방으로 책마실 다니는 재미를, 아직 잘 모르는 이웃님한테 이야기해 주신다면?
"'책을 읽어야 한다!'는 소리는 어릴 때부터 듣지만, 이것을 '책을 읽고 싶다'로 연결시키는 사람은 많지 않은 것 같습니다. 새롭게 나타나는 재미있는 서점과 독립출판물 같은 시도들이 그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번 시도해 보세요!"

ㅋ. '달팽이 트리뷴'을 낼 생각은 어떻게 하셨나요? '달팽이 트리뷴'으로 이웃한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말씀해 주신다면?
"저는 늘 종이매체에 매혹됩니다. 제가 사랑하는 종이매체를 통해서 사람들이 책으로 하는 꿍꿍이들(독서모임, 신문만들기, 책방)에 관심을 갖고 그것이 '재미있어 보인다'라고 느낄 수 있길 바랐습니다. 책을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읽고 싶은 것'으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무슨 일이든 제일 중요한 것은 긍정에서 나오는 자발적 동기부여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책방을 열고 보니 제일 절실히 느낀 것이 더 많은 독자가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책읽기를 습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독자라고 할 때, 이는 곧 책에 매혹된 사람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책이 생소한 사람들이라도 가볍게 접근해서 책방에서 일어나는 여러 사소한 일들과 책에 대한 이야기를 즐겁게 나눌 수 있는 수단으로 신문을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신문 이름은, 여러 이름을 생각하다가 포항 효자동 구석에서 만들지만 뭔가 글로벌한 세계 속에 있는 듯한 시크함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시카고 트리뷴' 같은 있어 보이는 이름이면 좋겠다! 하다가 무작정 달팽이에 트리뷴을 붙였습니다.

그런데 '트리뷴tribune'을 찾아봤더니 "고대 로마의 호민관. 귀족에 대하여 서민의 권익을 지켜주는 사람. '서민의 수호자'라는 뜻으로 신문의 명칭에 흔히 쓰임"이라는 엄청난 의미를 품고 있어서 '달팽이 책방의 수호자' 또는 '우리 시대 책의 수호자' 이런 다양한 의미로 묻어가기에 더욱더 좋은 것 같아 잘 지었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달팽이책방 안팍
ⓒ 최종규

ㅌ. 더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2015년 4월 16일에, '달팽이 트리뷴'을 처음 내면서 쓴 글이 있어요. 이 글을 오마이뉴스 독자들한테 읽어 드리고 싶어요."

'달팽이 트리뷴' 창간에 부쳐 (2015.4.16.)
책방을 열고 보니 우리가 살아가는 이 시대에 동네책방에 걸음하고, 종이책을 정가로 구입해서 읽는 일의 귀함을 자주 곱씹게 됩니다. 더구나 거리감이 느껴지는 인문학 도서와 생경한 독립출판물을 파는 서점을 운영하고 있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책방을 열 때부터 이곳이 책에 대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곳이기를 바랐습니다. 독자와 저자, 다독하는 사람과 책 울렁증인 사람, 독립출판물과 기성 출판물, 글쓰기와 책 팔기 등 책에 대한 다양한 끝과 끝을 잇는 곳으로 말이지요.

책방의 문을 열고 두 달의 시간이 지나는 동안은 왠지 그럴듯해 보이는 저자 강연회나 출판 강좌 같은 일을 당장 벌여 보고 싶기도 했지만 지금의 생각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현실적으로는 대부분의 저자와 독립출판물 제작자가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어서, 가뜩이나 가난한 책장수로서 사례를 하면서 그분들을 모셔올 수도 없는 탓이기도 하지만요.

그러나 그런 이유 말고도 제가 '달인 마켓'이라는 언뜻 무용(無用)해 보이는 그런 사소한 이벤트를 벌이려는 것과 같은 마음으로,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이 주인공이 되는 그런 일부터 이 작은 책방의 뿌리가 뻗어 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여긴 지방이라서, 이것도 없고, 저것도 없고, 그런 부정적인 것들은 쿨하게 잊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 책방에 오는 여러분이기 때문에만 가능한 그런 우리들의 창조물을 만들어 나가고 싶습니다.

제가 '우리'라고 부를 수 있는 것은 당장 두 달 전만 해도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이 공간을 반갑게 찾아주고, 선뜻 각자의 일상적인 공간으로 이곳에 추억을 쌓아 주는 손님들을 그동안 목격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 삭막한 철강도시에서 서로 모르던 우리가 만나, 책에 대한 다양한 끝과 끝을 이야기하는 또 하나의 무용(無用)한 일을 함께 만들고 펼쳐 나갔으면 좋겠습니다. 

저작권자(c) 오마이뉴스(시민기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글쓴이 누리집(http://blog.naver.com/hbooklove)에도 함께 올립니다.

Copyright ©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