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는 공학자, 여자는 의사?'..이공계 성별 차이 더 벌어졌다

남윤서 입력 2017. 4. 23.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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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의 여학생 비율, 10년새 공학보다 의약계열서 급증
기계·금속 전공 100명 중 여학생은 7명뿐..공대 기피 여전
"여성 공학도 키워라", 숙대·이대 여대 최초 기계공학전공 개설
교육부, '여성 공학인재 양성' 위해 10개대에 3년간 150억 투입
공학계열 여학생들이 교육,취업서 현실적 어려움 겪기 때문
"남성 중심 공대 문화, 기업 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 깨야"
올해 신설된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학생들이 기계 프로그래밍 수업을 받고 있다. 여대 가운데 기계공학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 학과가 최초다. 남윤서 기자
지난 18일 오후 서울 용산구 청파동에 있는 숙명여대 과학관의 컴퓨터 실습실에 기계시스템학부 1학년 학생들이 모였다. 이 학부는 올해 신설됐다. 여학생 25명이 교수의 지도에 따라 한 글자라도 틀릴세라 조심조심 자판을 입력하며, 간단한 성적 관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정영수 기계시스템학부 교수가 “3학년쯤 되면 로봇을 움직이는 프로그램도 만들 수 있게된다”고 말하자 초보 공대생들의 눈이 반짝였다.

또 정 교수가 “앞으로 로봇이나 자동차 같은 정통 기계분야로 진출하고 싶은 학생이 있느냐”고 묻자 대부분 손을 들었다. 1학년 진아현(19)씨는 “지금은 기계가 없는 곳이 없으니 할 수 있는 일이 무궁무진하지 않겠느냐"며 "섬세한 면이 있는 여성들이 기계공학에서도 불리할게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학가에선 이처럼 여성 공학도를 키우기 위한 움직임이 활발하다. 지난해 처음으로 공대를 출범시킨 숙명여대는 올해 기계시스템학부, 전자공학전공 등의 학부·과를 신설했다. 이화여대도 올해 기계공학이 포함된 휴먼기계바이오공학부를 신설했다. 여학생 비율이 6.8%(2016년 기준)에 불과해 이른바 ‘금녀(禁女)의 영역’으로 통하던 기계공학 전공이 처음으로 여대에 등장한 것이다.

정부도 여성 공학도 양성에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해 9월 ‘여성 공학인재 양성 사업(WE-UP)’ 대상으로 10개 대학을 선정하고, 대학마다 연간 5억원씩 3년간 총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공대 교육과정을 여성 친화적으로 바꾸고, 여성 공대생의 취업과 창업을 지원한다는 목표다.

※자료: 한국교육개발원 교육통계연보
이런 변화가 나타나는 이유는 공학인재가 더 많이 필요해지고 있는 상황인데도 여학생들의 공학계열 외면 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예전보다 이공계(공학ㆍ자연과학ㆍ의약학)에 진학하는 여학생이 늘고있지만, 세부 계열을 따져보면 성비(性比)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해 4년제대의 공학계열은 여학생 비율이 17.6%에 불과했지만 의약계열(의학ㆍ간호 등)은 61.3%에 달한 것이다.

문제는 이런 경향이 10년 전인 2006년 보다 오히려 더 심해졌다는 점이다. 10년새 공학계열의 여학생 비율은 4.9%포인트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의약계열은 10%포인트나 늘었다. 특히 공학계열 중에서 기계금속, 전기전자 등의 전공은 여학생 비율이 거의 늘지 않았다. 반면 의약계열은 간호학에서 여학생 비율이 크게 줄었음에도 의료(의·치·한의학)와 약학 전공에서 크게 늘었다.

※자료: OECD
이런 추세는 사실 다른 나라라고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최근 ‘화성에서 온 과학ㆍ기술자, 금성에서 온 의료인’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놨다. 미국 작가 존 그레이의 베스트셀러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의 제목을 본딴 이 보고서는 성별에 따른 이공계 직업 희망 격차를 분석했다. OECD가 회원국의 15세 학생들을 조사해보니 과학ㆍ기술 전문가를 희망하는 남학생(12.2%)이 여학생(5.3%)보다 월등히 많았다. 반면 건강ㆍ의료 전문가를 희망하는 남학생(5.9%)은 여학생(17.4%)보다 훨씬 적다는 내용이다.

OECD는 “이런 결과는 지난 세기동안 남녀에게 주어지는 기회는 평등해졌지만 여전히 직업 선택에서 장애가 있을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추측한 이유는 ‘문화적 영향’이다. 대중매체 등에서 과학자나 컴퓨터 전문가는 보통 흰 가운을 걸친 남자로 묘사되고, 이런 고정관념이 가정과 학교교육에서도 이어진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문화적 영향뿐 아니라 여성 공학도가 취업 등에서 현실적인 어려움을 겪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백광진 중앙대 입학처장(의학부 교수)은 “간호학에서 남학생 비율이 늘어나는 이유는 남성 간호사가 취업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반면 여학생이 공학을 선택하지 않는 것은 여전히 남학생에 비해 불리하다는 현실 인식이 깔려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신지영 숙명여대 기계시스템학부 교수는 “무조건 여성 공학도가 많아져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현재 성비는 지나치게 기울어져있어 균형적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남성 중심의 공대 분위기가 남성 중심 기업 문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깨려면 출발 단계에서부터 여성 공학도를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한양대 공대는 최근 여학생들이 휴식과 토론 등을 할 수 있는 여성엔지니어 라운지를 만들었다. 이 대학은 올해 2학기부터 '여성 공학자 멘토링' 등 여성 친화적 강의를 개설할 계획이다. [사진 한양대]
실제로 교육부가 여성 공학인재 양성사업 대상으로 선정한 한양대는 공대 체질 개선을 시도하고 있다. 올해 2학기부터는 여성 친화적인 6개 강의를 정규 과목으로 개설할 예정이다. 기업이나 공공기관에서 활동 중인 여성 공학자를 초빙하는 멘토링 강의, 남녀 학생간 협동을 강조하는 토론식 세미나 등이다. 선배 여성 공학인이 참여하는 취업ㆍ창업 상담도 진행할 계획이다. 최근에는 공대 건물안에 여학생들이 휴식을 취하거나 토론ㆍ과제를 할 수 있는 ‘여성 엔지니어 라운지’도 만들었다.

윤채옥 한양대 생명공학과 교수는 “남성적인 공대 문화에서 여학생은 소외되기 쉽다. 여학생이 대학뿐 아니라 사회에 진출해서도 소외되지 않도록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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