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호령하는 3인방의 '스피드 레이서' 축구선수
[오마이뉴스봉예근 기자]
약 3년 전 스페인의 코파 델 레이(스페인 국왕컵-스페인의 FA컵) 결승전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경기. 이날 스페인은 물론이고 전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골이 터졌다. 1대1로 양 팀이 팽팽히 맞서던 후반 39분 왼쪽 측면 하프라인 부근에서 파비우 코엔트랑의 패스를 받은 가레스 베일은 패스의 속도를 살려서 드리블을 시도한다.
바르셀로나의 수비수 마르크 바르트다는 넓은 공간으로 치고 나가는 베일의 스피드를 감안해 몸으로 적극적으로 방해를 시도했지만, 베일은 몸싸움도 무시하는 폭발적인 스피드로 바르트라를 제친다. 이후 골키퍼와 일대일 상황에서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킨 베일의 결승골로 레알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리게 된다.
베일의 스피드에 전 세계는 경악한다. 본래 빠른 스피드로 유명했던 선수지만 이 골로 스페인 국왕컵 결승 같은 큰 경기에서도 베일의 스피드는 알고도 막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스피드로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린 이 날의 골은 세계 축구의 흐름이 바르셀로나의 점유율 축구에서 빠른 스피드를 가미한 역습 축구로 넘어왔음을 상징하는 골이다. 이 맘 때부터 현재까지 현대 축구의 핵심은 '속도'가 되었다. 현대 축구를 선도하는 '스피드의 제왕'들은 누가 있을까.
# 피에르 오바메양(만 27세, 가봉)
▲ 꿀벌 군단 도르트문트의 '독침' 오바메양 |
ⓒ 도르트문트 |
187cm·80kg의 피지컬은 마치 육상 선수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오바메양은 매우 뛰어난 달리기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오바메양은 30m를 3.70초 만에 주파하는데, 이 기록은 '육상의 왕' 우사인 볼트의 3.78초보다 빠른 기록이다. 축구의 대부분의 장면이 30m 안에서 결정난다는 것을 감안하면 오바메양의 단거리 달리기 속도는 상대를 무력감에 빠뜨리기 충분하다.
AC밀란 소속으로 프랑스의 여러 클럽을 전전하던 오바메양은 2010-2011 시즌 후반기 AS 생테티엔에서 가능성을 보이면서 이듬해 생테티엔으로 완전 이적을 한다. 프랑스 리그의 중하위권 팀이었던 생테티엔에서 오바메양은 본인의 스피드를 적극 활용해 팀 공격의 선봉에 선다. 생테티엔 유니폼을 입고 2시즌 반동안 87경기에 나선 오바메양은 37골을 성공시키며 프랑스 리그를 대표하는 공격수로 떠오른다. 2012-2013 시즌에는 19골을 기록해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에 이어 득점 2위에 등극한다.
2013-2014 시즌 도르트문트로 이적한 오바메양은 적응기를 거쳐 지난 시즌부터 도르트문트의 완전한 에이스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시즌 리그에서만 25골을 성공한 오바메양은 마르코 로이스, 헨리크 미키타리안과 함께 역습 공격의 중심에 섰다. 수비 뒷 공간을 빠른 스피드로 허무는 것은 여전했고, 강력한 슈팅까지 장착해 득점력을 더욱 끌어올렸다. 매 시즌을 자신의 '커리어 하이' 시즌으로 만들고 있는 오바메양은 2015 아프리카 올해의 선수상까지 수상하며 아프리카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 받았다.
# 사디오 마네(만 24세, 세네갈)
▲ 사우스햄튼 시절부터 EPL에서 활약한 마네(오른쪽) |
ⓒ 위키미디어 |
2014년 사우스햄튼 FC의 유니폼을 입고 EPL 경력을 시작한 마네는 데뷔 시즌부터 10골 3도움으로 두자릿 수 득점에도 곧장 성공했다. 사우스햄튼에서 두 시즌 동안 뛰면서 그라치아노 펠레와 함께 44골을 합작해 사우스햄튼의 호성적에 크게 기여했다.
폭발적인 스피드와 드리블을 주무기로 하는 마네는 왕성한 활동량과 압박 능력도 가지고 있어 EPL 무대에 적합한 2선 자원이다. 마네의 합류로 완성된 리버풀의 쿠티뉴-피르미누-마네 공격 삼각 편대는 EPL에서 가장 젊고 빠른 공격진으로 군림하고 있다. 곡선적인 플레이에 능한 쿠티뉴-피르미누 조합에 직선적인 마네까지 더하니 리버풀의 공격은 지난 시즌보다 다양한 루트로 빠르게 상대를 괴멸시키고 있다.
높은 위치부터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는 클롭의 '게겐프레싱' 전술에도 마네의 역할은 중요하다. 앞서 말했듯 기본적으로 공격력에 더불어 수비력까지 갖춘 선수이기에 공수를 빠르게 오가야 하는 리버풀의 전술상 마네의 존재는 큰 힘이 된다. 기록이 말해준다. 리버풀은 마네 출장시 68%의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반면 마네가 결정한 리버풀의 승률은 30%에도 미치지 못한다. 마네의 영향력을 알려주는 기록이다. 마네가 지난 1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으로 결장했던 시기에 리버풀이 침체기에 빠진 것은 우연이 아니다.
마네는 최근 발표된 PFA(잉글랜드 프로축구선수협회)가 선정한 2016-2017 EPL 올해의 팀에도 선정됐다. 네이션스컵 참가와 부상으로 26경기 밖에 소화하지 못했지만, 출장하는 경기마다 뛰어난 활약상을 보인 공로를 인정받았다.
# 앙투안 그리즈만(만 25세, 프랑스)
▲ 소시에다드 시절에도 빠른 스피드를 보여줬던 그리즈만(왼쪽) |
ⓒ 위키미디어 |
2014-2015 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의 레알 소시에다드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이적한 그리즈만은 그 해 첼시FC로 이적한 디에고 코스타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웠다. 어린 나이에 진작 소시에다드의 에이스로 활약했던 그리즈만은 아틀레티코 공격에 날개를 달아줬다.
2013-2014 시즌까지 아틀레티코의 투톱으로 맹활약했던 다비드 비야와 코스타가 떠났지만 그리즈만이 리그에서 22골을 기록하며 마리오 만주키치와 34골을 합작했다. 비야-코스타 조합이 합작한 40골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공격력은 충분히 날카로웠다. 올 시즌을 포함해 아틀레티코 합류 이후 세 시즌 동안 줄곧 팀내 최다 득점자로 활약하고 있는 그리즈만이다.
디에고 시메오네 감독의 4-4-2 전형의 수비력이 전성기 시절만큼 단단하지는 않음에도 아틀레티코가 호성적을 이어갈 수 있는 원동력에는 그리즈만의 스피드가 있다. 기존 아틀레티코 공격의 핵심인 역습 상황에서 그리즈만은 빠른 스피드를 바탕으로 한 드리블로 공을 최전방 지역까지 단숨에 운반한다. 얼마 전 있었던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1차전에서 하프라인 이전부터 드리블을 시도해 패널티킥을 유도해 내는 모습이 대표적이다.
지공 상황에서는 빈공간을 찾아 들어가는 탁월한 '오프 더 볼' 능력으로 상대 수비를 허물 때도 스피드가 적극 활용된다. 그리즈만은 여기에 정교하고 파워 넘치는 슈팅 능력도 보유하고 있다. 라리가 31라운드 레알 마드리드와 경기에서 앙헬 코레아의 침투 패스를 찾아 들어가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키며 지공 상황에서도 뛰어남을 증명했다. 최근 이적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맨체스터 유나이트드가 시종일관 그리즈만 영입을 노릴 정도로 유럽에서 가장 핫한 공격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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