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때문에 문재인 찍는 당께~" 샤르르 녹은 호남 민심
“김정숙 때문에 문재인 찍는 당께~”
5월 9일 대선을 코앞에 두고 있는 상황이지만 김씨는 문 후보를 뽑아달라는 말보다 이 시장의 부인과 김홍걸 위원장 등을 소개하는데 시간을 할애하며 말을 아꼈다.
근처 성당에서 봉사하다 김씨의 얼굴을 보러 잠시 이곳에 들렀다는 성경희(58) 씨가 “난 일번(1번) 찍을 거야”라고 하자, 김씨는 그제서야 파안대소하며 “일번”이라는 말을 처음 꺼냈다.
줄을 서서 배식을 기다리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그 전날 진행됐던 대선후보 토론(KBS주최)이 화제였다. 문 후보가 토론에서 과하게 지적당해 안타까웠다는 게 주된 반응이었다.
김씨를 두 번째로 본다는 박춘기(80) 씨는 “(토론에서) 다들 문 후보만 공격하니까 동정심이 들더라”며 “김씨는 더 속상했을 텐데 저렇게 밝게 인사하니 괜히 마음 쓰여 문 후보를 지지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자신처럼 ‘김정숙 때문에 문재인 찍겠다’는 사람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덧붙였다.
-이동 중에도 전화하느라 바빠 보인다. 누구와 통화했나.
“미처 뵙지 못한 분께 인사드려야 한다. 호남에 대해 하나라도 더 듣고 반성하고 싶다.”
대선 후보 못지않은 강행군 중 그는 옷매무새를 고치면서 속내를 털어놓았다. 옷깃에는 작은 얼룩이 묻어 있었다.
-옷에 얼룩이 묻었는데. “오늘 새벽에 남편 주려고 전복죽을 끓이다가 묻혔다. 주부들은 알 거다. 국자에 남은 죽을 입에 털어 넣다가 가끔씩 옷에 흘리기도 한다. (웃음)정치인의 여자들은 정말 고생하는 것 같다.”
그는 손수건으로 신발을 깨끗이 닦았다. 바닥이 평평한 ‘플랫 구두’였다. 유세를 위해 걷기 편한 구두를 택했다고 한다. 차안에서도 유권자를 만날 준비를 계속했다.
-아들을 둘러싸고 취업 특혜 의혹이 일었다. “애를 키워보면 알 거다. 내가 알기 전에 이미 어른이 되어 있더라. 중학교 때부터 저작권을 지키는 등 제 아빠 똑 닮아 고지식하고, 자기만의 철학이 있는 아이다. 설령 문제가 있었다면 지난 정권에서 가만 뒀겠나.”
당초 그는 여수에서 광주로 이동해 하룻밤을 묵으려고 했다. 하지만 계획을 취소하고 곧바로 문 후보가 있는 서울로 이동하기로 했다.
도착 예상 시각이 밤 11시 경이었다. 다음날 목포로 다시 내려와야한다. 광주에서 머무는 게 효율적일 테지만 한두 시간이라도 남편 곁을 지키기 위해 서울로 올라갔다가 몇시간 뒤 내려오기로 했다. “남편에게 간단한 죽을 챙겨주고 돌아와 목포를 다시 찾겠다”며 차에 몸을 싣는 그에게 "너무 무리하는 거 아니냐"고 물었다. 그는 “많은 분들이 문 후보를 지지해주고 계시다. 그분들 마음을 생각하면 더 책임감을 갖고 남편을 챙기게 된다”고 답했다.
-이따 서울에서 문 후보를 만나면 어떤 얘기를 하고 싶나. “어느 위치에 있더라도 변하지 않고 늘 국민과 소통하는 걸 잊지 말아달라고 얘기하고 싶다.”
차에 올라탄 직후에도 그는 창문을 내려 남은 사람들의 눈을 마주치며 인사를 나누고 있었다.
광주‧순천‧여수=김포그니 기자pogn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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