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프랑스 대선發 시장 충격 대비 태세"

佛 은행권 긴급 유동성 지원 준비 돼..'브렉시트' 때처럼 별도 성명은 안 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佛 은행권 긴급 유동성 지원 준비 돼…'브렉시트' 때처럼 별도 성명은 안 내]

프랑스 대선을 둘러싼 불안감 속에 유럽중앙은행(ECB)이 프랑스 은행권에 대한 긴급 유동성 공급 등 선제대응 태세에 돌입했다.

블룸버그는 23일 ECB가 이날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이후 필요할 경우 이 나라 은행권에 긴급 유동성을 공급할 준비가 돼 있다고 보도했다. 통신은 ECB 관리들이 프랑스 대선에 따른 금융시장의 불안에 대비해 은행권에 대한 긴급 유동성 지원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인 이그나지오 비스코 ECB 정책위원은 전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국제통화기금(IMF) 연차 총회에서 "중앙은행은 실현될 수 있는 어떤 충격에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며 "그런 충격이 발생하면 중앙은행이 유동성 공급이나 차환 대출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충분한 수단을 갖춘 만큼 시장에 빨리 개입하는 게 매우 쉬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금융시장에서는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긴장감이 고조됐다. 초박빙의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반이민, 반유럽연합(EU) 정책을 내세운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마린 르펜 대표가 급부상한 탓이다. 지난 20일에는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 거리에서 총격 테러까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테러 공포가 르펜에 대한 표심을 더 자극할 공산이 크다고 본다. 르펜이 대선 1차 투표에서 예상보다 강력한 존재감을 뽐내면 유로존(유로화 19개국) 체제의 미래를 둘러싼 의문이 더 커져 금융시장을 위협할 수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르펜이 중도파인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함께 다음달 7일에 예정된 결선투표에 진출해 패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1차 투표에서도 마크롱이 23~25%의 득표율로 22~23%에 그칠 르펜에 앞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럼에도 프랑스에서 최근 반유로 정서가 부쩍 고조돼 선거 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여론연구소(IFOP)가 3월 말에 조사한 바로는 프랑스 유권자의 72%가량이 프랑스의 유로존 잔류를 선호했지만 최근 여러 조사에서는 절반 이상이 프랑스의 유로존 탈퇴를 원한다고 답했다.

10년 만기 프랑스 국채 금리 추이(단위: %)/그래프=블룸버그

프랑스의 탈EU, 탈유로존 우려가 커지면서 이 나라 국채 금리는 한동안 급등세를 보였다. 10년물 금리는 지난해 7월 0.1% 수준이던 게 지난달 1.1%를 훌쩍 웃돌았다. 블룸버그는 사태가 악화해 프랑스의 국가신용등급마저 강등되면 프랑스가 ECB의 자금 지원을 받는 데 자국 국채를 담보로 쓰지 못할 수 있다며 이 경우엔 프랑스 중앙은행이 긴급유동성지원(ELA)에 나설 것으로 예상했다. 다만 프랑스 중앙은행은 대선 준비에 대해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ECB도 지난해 영국의 EU 탈퇴(브렉시트) 국민투표 때와 달리 프랑스 대선과 관련한 별도의 성명을 내지 않았다.

한편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주류 정치권 후보가 결선투표에 진출하지 못하는 건 50년 만에 처음이 된다고 지적했다. 결선 진출이 유력한 르펜은 반체제 극우정당 출신이고 마크롱은 정치운동 성격의 '앙 마르슈'(전진)를 이끌고 있다. 좌우 진영의 기존 정당 후보들은 그만한 호응을 얻지 못했다.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과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방증한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이번 대선의 기권율은 2002년 이후 최대가 될 전망이다. 대선을 코앞에 두고 프랑스 유권자의 30%가 투표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했고 투표에 나서겠다고 한 이들 가운데 4분의 1은 지지할 후보를 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신회 기자 raskol@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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