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과 안철수의 '부산', 이렇게 달랐다
[오마이뉴스 글:최지용, 사진:남소연, 사진:유성호, 편집:김도균]
선거에서 민심을 가늠하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지지율'이라는 수치로 민심을 측정한 여론조사가 가장 먼저 떠오른다. 지난해 총선에서 대다수 여론조사가 틀리면서 신뢰도에 금이 갔지만, 여전히 많은 정치인들과 지지자들이 가장 신경 쓰는 것 중에 하나다. 또 다른 방법 하나는 전문가의 판세 분석이다. 많은 정치평론가들이 방송에 나와 민심을 읽고 그 근거를 풀어 놓는다. 듣다보면 '혹'하는 경우가 꽤 있다.
마지막으로 아주 전통적인 방법인 '유세현장의 분위기'다. 선거유세는 온갖 미디어가 발달하면서 그 중요도가 점점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유세현장을 가지 않아도 어디서나 후보의 연설을 찾아볼 수 있고, 공약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후보와 정당들은 유세에 공을 들인다. 민심과 직접 대면하는 자리로, 지지율이라는 숫자나 전문가들의 분석에는 담기지 않는 바닥 민심을 느낄 수 있어서다.
안철수 후보의 부산 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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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부산 민심 공략 “화끈하게 밀어주이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부산 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민이 이깁니다’ 부산 국민승리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유성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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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부산 민심 공략 “화끈하게 밀어주이소”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부산 진구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열린 ‘시민이 이깁니다’ 부산 국민승리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들어보이며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유성호 |
국민의당 관계자는 "한 1000명 정도는 모인 것 같다"라며 "국민의당이 부산에 조직도 약한데 이 정도면 엄청 많이 모인 것"이라고 말했다. 안 후보를 취재하는 기자들은 "1000명은 안 되는 것 같고 700~800명 정도 돼 보인다"라고 입을 모았다. 선거운동원들과 당 관계자들을 제외하면 대략 그 정도 인원으로 보였다. 무대에서 대략 20m가량 떨어진 곳에 서 있는 사람들까지 연설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현장 분위기가 엄청나게 뜨거웠다 할 정도는 아니었다. 간간이 손뼉을 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연설 중간 "안철수, 안철수"라며 후보 이름을 연호하는 이들은 대부분 선거운동원들이었다. 안 후보가 연설 막판 "단디 하겠습니다. 화끈하게 밀어주이소"라며 고향 사투리를 쓰자 가장 큰 박수가 나왔다. 15분 동안 연설을 한 안 후보는 무대 앞으로 나와 1분 정도 시민들과 악수를 하고 하차했던 지점으로 돌아가 다시 차를 타고 떠났다.
재밌는 건 안 후보의 유세가 끝난 후 기자들의 반응이었다. 안 후보는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난 17일부터 서울 광화문, 전북 전주, 광주, 대전, 대구, 서울 남대문, 울산, 부산에서 집중 유세를 펼쳤다. 매 장소마다 40~50명의 기자들이 안 후보를 쫓았다. 이날 기자들은 이구동성으로 "여기가 (반응) 제일 좋다"라고 말했다. 유동인구가 워낙 많은 곳인 걸 고려하더라도 지난 유세를 통틀어 가장 많은 군중이 모인 건 사실이었다.
부산에 오기 전까지 가장 반응이 좋았던 곳은 대구였다. 지난 18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진행된 유세에서 안 후보는 "북한 김정은이 나를 두려워한다, 핵을 버려라, 도발을 멈춰라"라며 안보를 강조한 연설로 큰 박수를 받았다. 기자들도 모처럼 활기찬 분위기에 들떴다. 하지만 지역 언론사 기자에게 "안철수 대구에서 분위기 좋네요"라고 말했더니 "이게요? 박근혜 왔을 때 1/10도 안 되는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안철수 후보의 부산 유세가 끝난 다음 날인 22일 같은 장소, 비슷한 시간에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유세가 예정돼 있었다. 같은 날 유세를 펼친 건 아니지만 두 후보의 고향이라는 점과 선거운동 후 첫 주말 유세라는 점에서 비교하기 딱 좋은 유세현장이 됐다. 봉하마을 참배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간 안 후보를 쫓지 않고 다시 부산으로 돌아왔다. 전날과 같은 장소에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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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가 21일 오후 부산시 부산진구 서면 쥬디스태화백화점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 공동취재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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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서면거리 한복판에서 '엄지 척'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시민들의 환호를 받으며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 입장하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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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디비졌다, 부산시민 품에 안긴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 유세에 나서자, 한 시민이 문 후보를 와락 껴안고 있다. |
ⓒ 남소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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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롯데 '봉다리' 뒤집어 쓴 문재인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유세에서 박정태 전 롯데 선수(왼쪽)가 선물한 롯데 유니폼에 주황색 '봉다리'를 머리에 뒤집어 쓰고 있다. |
ⓒ 남소연 |
그 사이 사람들은 문 후보 좌우로 길게 늘어섰다. 그 사이로 문 후보가 지나가면서 악수를 하고 사진을 찍고 포옹을 했다. 마치 패션쇼의 런웨이를 연상시키는 퍼포먼스였다. 유세장소가 직선으로 긴 거리라는 점에서 착안한 기획이 돋보였다. 문 후보는 무대에 오르는 것만 10분 이상이 소요됐다. 문 후보가 지나가면 사람들은 뭉쳐서 문 후보 뒤를 따랐다. 무대에 다다라서는 문 후보가 수많은 인파를 이끄는 듯한 모습이 연출됐다.
문 후보는 유세 차량이 아닌 따로 3m가량 앞으로 나와 설치된 무대 위에 섰다. 무대 주변에는 지지자들이 자유롭게 서 있었다. 문 후보가 군중 앞에서 서 있는 게 아니라 군중이 문 후보를 둘러싼 모습이었다. 어린아이들은 아예 무대 위에 올라와 앉아 있기도 했다. 유세는 문 후보의 연설로만 끝나지 않았다.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 출신의 야구 선수 박정태씨가 올라와 문 후보에게 야구방망이를 선물했고, 사람들은 '부산갈매기',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함께 불렀다.
문 후보가 연단에서 내려간 이후에도 민주당의 유세는 끝나지 않았다. 댄스곡을 개사한 선거홍보 노래가 나왔고, 몇몇 국회의원들과 운동원들은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여전히 2000~3000명 정도가 자리를 남아 함께 춤추고 손뼉을 쳤다. 한바탕 시끌시끌한 공연이 끝나고도 사람들은 쉬이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더민주 운동원들은 남아 있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정책 설명을 하고 건의 사항을 수집했다.
안철수 후보의 유세가 당에서 주관한 행사 같았다면 문재인 후보의 유세는 잘 짜인 하나의 공연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사전 무대로 분위기를 띄우고, 후보의 등장으로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린 다음 시민들과 함께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게다가 공연이 끝난 후에도 사람들을 챙기는 꼼꼼함까지 보여줬다. 결론적으로 유세의 규모 비교를 떠나 후보와 시민들의 접촉, 시민들의 참여를 끌어 내는 기획은 문 후보 쪽이 월등했다.
혹자는 이런 현장의 분위기가 선거결과와 꼭 부합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여론조사 수치에서 앞섰다고, 유세현장에 더 많은 사람이 모였다고 그 후보가 당선된다는 보장은 없다. 다만 유세현장을 일부러 찾아올 정도의 열성 지지자는 후보에게 절대적인 힘이 된다. 100% 투표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샤이 안철수', 즉 안 후보의 숨은 표가 얼마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들이 모두 투표할 것인지도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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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재인 부산유세에 쏠린 인파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2일 오후 부산 서면 젊음의 거리에서 열린 집중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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