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②] "선배가수한테 세번 인사해도 받지 않아 막 울었어요"

추영준 2017. 4. 23. 10: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제 무대의상이 퓨전 한복이거든요. 걸그룹 출신에다 파워풀한 안무를 배우다 보니 처음 트로트 무대 올랐을 때 막 움직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어요.”

‘물길백리, 꽃길백리’의 지나유는 “무대에서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손동작도 크게 퍼포먼스 적으로 하다가 꾸중을 많이 들었다”며 “고급지고 트로트답게 노래하라는 주문에 정통 트로트 본연의 맛을 살리기 어려웠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세월의 한이 있는데 저는 아무리 해도 그게 느껴지지 않았어요. 선배님들의 근사치까지 끌어올리려고 레슨받으며 연습에만 매진했었죠.”

그는 “트로트 선생님이 계시는데 스터디 식으로 이런 부분은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가르쳐 주시고 지금도 배우고 있다”면서 “매번 노래할 때마다 다른 거 같고 무대를 내려오면 아쉬운 느낌이 드는데 더 자연스러울 때까지 노력 중”이라고 덧붙였다.  

“중국 진출도 생각해서 미리 중국어도 배우고 있어요. 어른들을 상대하는 트로트를 하니까 스피치 학원도 다니고 배울 게 무척 많네요.”

철저한 ‘연습형’가수에다, 습득력이 빨라 노래실력도 눈에 띄게 성장 중이다. 각종 행사요청도 많이 들어오고 라디오 방송 쪽 섭외도 많다. 트로트 집계에서는 5위에 오를 정도로 고정 팬도 급속하게 늘고 있다. 그러나 지상파 방송인 KBS 전국노래자랑이나 가요무대는 아직 밟아보지 못했다.  

“대중을 직접 찾아다니며 제 노래를 많이 알리고 싶어요. 노래교실도 큰 몫을 하는데 어머님 아버님들이 많이 따라 불러주셨으면 좋겠어요.”

지나유는 무대에서 목소리가 깨끗하고 청아하다는 말을 자주 듣는 편이다. 라디오 방송국에서는 걸그룹 출신인 만큼 젊음과 건강한 에너지가 장점이고 가수로서 트레이닝을 제대로 받았다는 평가도 이어진다. 걸그룹 당시 포지션은 리드보컬과 랩을 맡아서인지 트로트 노래도 안정감이 높고 완벽에 가깝다. 

지나유는 어릴 적부터 춤과 노래를 하고 싶어 지금은 세종시로 옮긴 성남예고 뮤지컬과를 나왔다. 트로트 가수를 하면서는 드라마 ‘별난 며느리’OST도 불렀다.

“트로트 가수를 시작할 때는 서러워서 혼자 차 안에서 많이 울었어요. 모두 나이가 많은 선배님들이고 비위 맞추기도 힘든데다 말도 통하지 않았어요.”

지나유는 “선배 가수들과 직접 부딪치며 지내온 결과 오히려 더 단단해지고 지금은 먼저 뛰어가 인사도 하고 애교를 피운다”고 전했다.

“제가 면전에서 인사를 세 번이나 했는데 안 받아 주는 선배님이 있었어요. 그땐 정말 너무 속상했어요.”

그는 트로트 방송을 가면 너무 어색하고 몇 번 뵌 선배님에게 애교를 부리며 인사하니까 좋아해 준다”면서 “가수 대기실도 가기 싫었는데 지금은 제일 먼저 가서 준비한다”고 말했다.

“‘물길백리, 꽃길백리’ 가사가 1·2절 똑같은데 멜로디가 좋고 중독성이 있어서 어른들이 많이 따라 불러요. 지난해 3월 낸 ‘꽃비’도 반응이 꽤 좋아서 계속 밀었는데 ‘물길백리, 꽃길백리’가 입소문을 타 얼른 바꿨어요.”

지나유는 “라디오 방송에서 ‘물길백리, 꽃길백리’노래가 나가면 다들 AR(반주+노래) 아니냐고 묻는 청취자가 많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뿌듯해 하기도 했다.

그는 “평소 무대에 오르면 김연자와 주현미의 ‘비에 맞은 터미널’ 등을 부른다”면서 “이번 ‘물길백리, 꽃길백리’는 가장 애착이 가는 노래이고 트로트를 발견해준 곡인 만큼 뜰때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각오를 밝혔다.

“지금은 지방방송국을 다 돌아요. 걸그룹 할 때도 안 먹던 비타민, 칡즙 등 건강식품을 자주 챙겨 먹고 있어요.”

지나유는 “스케줄이 없는 날에는 레슨과 연습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제 나이에 이런 말을 하면 좀 그렇지만, 걸그룹 때랑은 달리 하루를 헛되이 보내지 않고 어떡하면 트로트를 잘 할 수 있을까 머릿속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는 노력해서 얻은 게 많기 때문에 노력하면 안 되는 게 없다고 생각해요.”

그는 “언젠가 노래교실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한복 끈에 돈을 꼽아줘 노래하다가 몹시 당황했었는데 최대 30만 원까지 벌어봤다”는 에피소드도 전했다.

지나유는 “어렵고 힘들면 하루도 못 견디는데 내가 좋아하는 일 하니까 굉장히 행복하다”며 “며칠 전 박상철 선배님을 녹음실에서 우연히 만났는데 저보고 ‘노래는 나보다 네가 잘하는 것 같다. 내가 촉이 좋은데 이 노래 무조건 터진다’고 덕담을 해줘 너무 좋았다”고 소개했다.

유지나는 또 “원래 본명인데 트로트계에 동명의 대선배님이 계셔서 앞에 성을 뒤에다 붙였다”고 설명했다. 

“언제나 변함없이 노력하고 예의도 바르고 항상 발전하는 가수가 되고 싶어요. 신인상은 받았으니까 이제는 지나유라는 이름을 알리는 게 목표입니다.”

추영준 선임기자 yjcho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