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주의 일상 톡톡] 쓴소리에 귀 막더니..韓 관광의 날개 없는 추락

김현주 입력 2017. 4. 23.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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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국 관광시장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절반에 가까운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 구조가 작금의 현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업계관계자들은 지금이라도 관광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 그간 미비했던 부분을 되돌아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웃 나라 일본의 경우 필리핀·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와 이른바 '노(No)비자' 협약을 맺어 많은 관광객들을 끌어들였습니다. 이 국가들은 앞으로 우리나라를 찾을 가능성이 높은 나라인만큼 비자 발급 완화 등을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는 주문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제주에서 가장 큰 인바운드(외국인의 국내여행) 여행사는 중국계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대형 중국계 여행사에 국내의 크고 작은 업체들이 속해 있는 기형적인 구조인 셈입니다. 국내 대부분의 업체들은 이곳에 선수금(先受金)을 내고 중국인 관광객들을 받는 형태입니다. 선수금을 내고 이들을 유치했기 때문에 요즘과 같은 돌발사태가 벌어질 경우 국내 업체들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처지입니다. 아울러 우리 관광산업이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한 것은 내국인들의 국내 관광 비중이 낮기 때문이라는 분석입니다.
일반적으로 관광업계에서 리스크(위험) 요인은 상존해 있습니다. 관건은 이런 위험 요인을 극복하고 분산하면서 관련 산업이 성장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휴가제도 개선 및 각급 학교의 단기방학 분산 등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국내여행을 활성화 해 서울과 제주에만 몰렸던 기존 수요를 분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럴 경우 호텔과 면세점에만 집중됐던 관광산업 발전의 혜택을 골고루 배분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동남아 단체관광객 제주 무비자 입국이 오는 9월부터 허용, 중국인 단체관광객 급감에 따른 피해를 일정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중국이 한국관광상품 판매를 금지한 가운데, 한국 관광·여행산업의 기초 체력이 매우 취약하다는 지적이 잇따라 제기되고 있다.

23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총 1724만명의 외국인이 한국을 방문했다. 이는 전년보다 30.3% 많은 규모다.

2015년 사스(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의 영향으로 외국인 방문객이 6.8%나 줄어든 점을 고려해도 외관상 결코 나쁘지 않은 증가율이다.

하지만 국적, 관광 목적 등 그 속을 좀 더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외국인 방문객 비율 등 구조인적 문제가 산적해있다.

먼저 중국인 관광객 비중이 거의 절반(46.8%)에 이른다. 이는 한국 방문 외국인의 절반이 '유커'(중국인 여행객)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웃 나라 일본 방문객(13.3%)까지 더하면 주변국인 중국·일본인이 한국 관광객의 6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현실이다.

◆개별관광객, 단체관광객보다 1인당 30만원 더 쓴다

국적별 편중뿐만 아니라 '개별 자유여행객'에 비해 체류 기간이 짧고, 여행비용 씀씀이가 적은 '단체관광객' 비중이 크다는 점도 우려할만한 사안이다.

실제 2015년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유커의 40.9%는 단체관광이었다.

단체관광객 중국인 1명은 한국에 와서 체류기간 중 평균 2080달러(한화 약 237만5776원)를 쓰지만, 개별관광객은 2321달러(한화 약 265만1046원)를 지출한다. 개별관광객 중 재방문자의 비중은 54%에 이르는 반면, 단체여행객 가운에 한국을 다시 찾은 사람은 15.9%에 불과하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들을 끌어들일만한 국내 관광의 매력 요소가 쇼핑, 먹거리 정도를 빼면 매우 빈약한 게 사실이다.

일본 내 개별여행객 1위 온라인여행사 '라쿠텐 트래블'의 20만명 패널 대상 조사 결과에 따르면 "향후 한국에 가 보고 싶다"는 응답률은 31.4%로 대만(57.3%), 태국(46%), 홍콩(45.6%)보다 낮은 4위에 그쳤다.

한국에 갈 의향이 없는 이유(중복응답)로는 "한국에 그다지 좋은 인상이 없기 때문"(56.3%), "한일 관계가 좋지 않기 때문"(36%), "가고 싶은 다른 나라가 있어서"(27.9%) 등이 거론됐다.

또 "한국과 관련, 어떤 것에 관심과 흥미가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인 절반 이상은 맛집·음식(38.8%), 쇼핑(14.9%), 미용·스파(9.3%)를 꼽았다. 역사·문화 유적(10.2%), 자연풍경(3.9%) 등 전통적 의미의 관광 요소를 한국에서 기대하는 일본인은 소수에 불과했다.

◆"딱히 즐길 게 없다" 韓 관광 약점 그대로 노출

2015년 한국을 방문한 1만2000여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외래관광객 실태 조사'에서도 '딱히 즐길 것이 없는' 한국 관광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난다.

한국 체류 기간 중 참여한 활동(중복응답) 가운데 쇼핑(71.5%), 식도락 관광(47.3%)의 비중이 높은 수준이었다.

중국 관광객의 방한 목적별 재방문율 통계에서도 여가·위락·휴가를 위해 한국을 다시 찾은 사람의 비율은 28%에 불과했다.

달리 말해 면세점 등에서 상품을 사고, 한국 음식을 맛보는 것 외에는 그만큼 뚜렷한 한국 관광 프로그램이 없으며, 쇼핑 등의 목적이 아니라면 "한국에 다시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같은 취약한 구조 아래서는 이번 '사드 사태'와 비슷한 중국·일본과의 정치·외교적 관계, 이 두 나라 쇼핑 관광객들이 가장 민감한 환율 변동 등에 따라 한국 관광 산업은 일희일비하며 출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최근 고궁을 방문한 중국인 관광객의 수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저가관광 근절과 질적 성장, 시장 다변화는 그동안 계속 관광업계의 과제로 지적됐지만 개선은 더뎠다며 이번 위기를 기회로 삼아 그동안 미뤄왔던 한국 관광산업 개혁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최근 '사드 보복'으로 직격탄을 맞게 된 지금이 더는 대대적인 수술을 미룰 수 없다는 것이다.

특히 저가관광을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자격 여행사 등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야 하며, 일본이나 캐나다 등과 같이 관광업무를 전담하는 관광청 신설 등 조직 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밖에도 일회성 구호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이고 근본적으로 관광산업의 질적 개선을 이끌기 위해서는 조직과 예산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 많다.

◆바가지요금 등 불법 행위 단속, 불친절 문제 해소 '급선무'

그렇다면 저가 단체관광의 대안은 무엇일까.

우선 알찬 관광상품으로 부가가치를 높이고 시장을 다변화하는 것이다. 고품질 관광상품을 개발해 개별관광객을 공략하고, 동남아시아와 중동·인도 등의 관광객을 적극적으로 유치하자는 것이다.

지난달 11일 국제크루즈선을 타고 제주항에 온 중국인 단체관광객 3400여명이 배에서 내리기를 거부했다.

아울러 바가지요금 등 관광객을 상대로 한 불법 행위와 불친절 문제를 해소하는 것도 급선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저가 관광상품으로 인해 입는 손해를 바가지 요금이나 쇼핑으로 메울 게 아니라 관광객들이 대접 받으면서 돈을 쓸만하다고 생각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

서울 송파구 잠실동 탄천 공영주차장에 평소 주말보다 많은 관광버스들이 주차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사드 보복'에 대처하기 위해 관광기금 특별융자 지원과 함께 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최근 방한 관광객 수가 크게 증가하고 있는 동남아와 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품질 높은 방한 관광상품을 개발하고, 광고도 늘릴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저가 전담여행사를 상시 퇴출할 수 있는 '삼진아웃제'를 도입했다. 아울러 저가관광의 주요 원인이 되는 전담여행사의 명의 대여 행위, 무자격 관광통역 안내사를 단속하고 있다.

특정 국가에 집중된 불안한 시장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일본·동남아·중동 대상 마케팅을 강화하고, 당장 중국 물량을 대체하기는 어렵지만 장기적으로는 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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