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총기강도 용의자, 치밀·대담한 수법으로 범행

박준 입력 2017. 4. 23. 00:12 수정 2017. 4. 24.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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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연기·가족 모임 참석 등 대담함
농협 청원경찰 부재 '구멍'

【경산=뉴시스】박준 기자 = 22일 경북 경산경찰서로 농협 총기 강도 용의자 김 씨가 압송되고 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47분께 충북 단양군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총을 들고 침입해 현금 1563만원을 뺏어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로 김모(43)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6분께 총을 소지한 채 농협해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2017.04.22 june@newsis.com

【경산=뉴시스】박준 민경석 이통원 기자 = 경북 경산의 자인농협 하남지점에서 발생한 총기강도 사건은 보기 드물게 치밀하고 대담한 수법으로 세간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이번 범행은 전문적인 수법과 총기를 사용한 대담성, 치밀한 범행 계획 등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농협의 청원경찰 부재 등 취약점도 여실히 드러났다.

◇상식 뒤엎은 범행 '대담함'

이번 사건이 충격적인 이유는 인적이 드문 농촌 지역 은행에서 단 한 명의 용의자가 대담무쌍한 강도 행각을 벌인 뒤 유유히 자전거를 타고 달아났다는 사실이다.

보통 은행강도는 최소 2∼3명이 공모해 차량을 이용, 범행을 저지르는 것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도주 수단으로 자전거가 이용된 것 등이 특이점이다.

대다수 은행 강도사건처럼 범인 검거를 위해 불심검문과 폐쇄회로(CC)TV 를 분석하는 경찰을 노려 허를 찔렀다.

도심이 아닌 변두리 지역 자전거 전용도로에는 CCTV가 설치돼 있지 않다는 점 등을 이용한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의 용의자인 김모(43)씨는 범행 당시 어눌한 말투로 "(돈을)담아", "핸드폰", "(금고)안에" 등의 단어만 사용하며 외국인인 것처럼 연기했다.

김씨는 경찰에 검거되고 나서야 경산에 살고 있는 농부로 밝혀졌다.

또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검거될 당시 가족 행사에 참석 중이었다는 점도 김씨의 대범함을 보여주고 있다.

【경산=뉴시스】박준 기자 = 22일 경북 경산경찰서로 농협 총기 강도 용의자 김 씨가 압송되고 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47분께 충북 단양군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총을 들고 침입해 현금 1563만원을 뺏어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로 김모(43)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6분께 총을 소지한 채 농협해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2017.04.22 june@newsis.com

김씨가 범행을 마친 뒤 농협에서 3.2㎞ 떨어진 곳에서 자신의 1t 화물차에 자전거를 싣고 이동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사전에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한 것으로 보여진다.

김씨는 범행 직후 농협에서 돈을 찾아 나오는 고객처럼 여유롭고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이와 함께 김씨는 범행 당시 총기를 사용했다. 김씨는 검거 당시 "총을 버렸다"고 진술했다. 총기 구입 경로 등에 대해서는 여전히 입을 닫고 있다.

범인은 ▲손님이 적은 점심시간을 택한 점 ▲남자직원 1명, 여자직원 2명만 근무하고 있는 것을 노렸다는 점 ▲4분 만에 모든 범행을 마친 뒤 도주했다는 점 등을 미뤄 농협의 사정을 꿰뚫고 있거나 철저히 사전 답사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 청원경찰 부재 '화불러'

사건이 발생한 자인농협 하남지점은 예산 문제 등으로 인해 자체 방범을 위한 청원경찰을 현장에 배치하지 않았다.

이에 농협은 은행 자체 방범에 대한 한계를 드러냈다.

2006년 경산 하양읍과 옥곡동 농협지점 총기강도 사건과 2007년 1월 대구 옥포농협 지점 총기강도 사건도 모두 경비 인력 없이 직원만 근무하고 있었다.

특히 사건이 발생한 하남지점에서 강도 사건이 일어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3년 전인 2004년 11월 오후 5시께 남산농협 하남지소에 노모(당시 30살)씨가 흉기를 들고 침입해 여직원을 위협하고 돈을 뺏으려다 미수에 그쳤다. 바로 남산농협 하남지소가 자인농협 하남지점의 옛 이름이다.

당시 노씨는 인테리어 사업과 PC방을 운영하다 1억5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되자 이 같은 범행을 저질렀다고 경찰에 진술했다.

이처럼 하남지점이 강도 사건 표적인 된 것은 직원 4명의 소규모 금융기관이라 청원경찰과 같은 별도의 경비인력을 갖추고 있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경산=뉴시스】박준 기자 = 22일 경북 경산경찰서로 농협 총기 강도 용의자 김 씨가 압송되고 있다. 경북 경산경찰서는 이날 오후 6시47분께 충북 단양군 한 리조트 주차장에서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총을 들고 침입해 현금 1563만원을 뺏어 달아난 혐의(특수강도)로 김모(43)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6분께 총을 소지한 채 농협해 침입해 직원들을 위협한 뒤, 현금 1563만원을 빼앗아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2017.04.22 june@newsis.com

◇지문없고 이동통신사 협조 저조 등 '수사 어려움' 제공

경찰은 사건 발생 후 김씨가 남긴 지문 등이 없어 김씨 소재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범행 당시 김씨가 넥워머와 모자로 얼굴을 가리고 손에는 장갑을 껴 과학수사대의 현장감식에서 지문 등이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김씨는 범행 후 번호판이 없어 추적이 어렵고 다양한 도주경로를 택할 수 있는 자전거를 이용해 사라져 경찰이 김씨의 이동경로를 파악하는 데 혼선을 줬다.

경찰은 김씨가 범행 전 농협 옆에서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장면이 담긴 블랙박스 영상을 확보하고 통신 수사를 진행했다.

또 경찰은 사건 발생 후 수사를 공개수사로 전환하고 김씨의 소재 파악 등을 위한 제보를 받았다.

경찰에 접수된 제보는 20여 건이었다. 접수된 제보들은 대부분 용의자가 경산 지역에 있다는 내용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신빙성이 있는 제보들은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정상진 경산경찰서장은 "CCTV 분석 등을 통해 단서를 확보한 뒤 김씨를 추적해 검거했다"며 "김씨를 상대로 정확한 범행 동기, 총기 구입 여부 등을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김씨는 지난 20일 오전 11시56분께 경북 경산시 자인농협 하남지점에 침입해 총으로 직원들(남자 직원 1명, 여자 직원 2명)을 위협 후 1563만원을 뺏어 달아났다 사건 발생 55시간(22일 오후 6시47분께)만에 충북 단양의 한 리조트 앞 주차장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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