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리포트] 극우세력이 숭배하는 야스쿠니, 그리고 나치 문양

나신하 입력 2017. 4. 22.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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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도심에 자리잡은 야스쿠니 신사는 일본 군국주의 상징이다. 태평양 전쟁의 A급 전범들이 합사된 곳이다. 단순한 역사기록관이 아니다. 전범들의 혼령에게 제사 지내는 곳이다. 즉, 내놓고 침략전쟁의 정신을 기리고 계승하겠다는 곳이다.

야스쿠니 참배는 그래서 고도의 정치적·역사적 상징을 갖고 있다. 이곳을 찾는 일본 사람들이 많다는 것은 군국주의 침략전쟁 시절을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그만큼 적지 않다는 뜻이기도 하다.

전범을 기리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 그리고 정부가 이를 용인할 뿐만 아니라, 앞장서서 참배한다는 사실은 무엇을 말하는가?

'전범의 안식처'를 단골 참배하는 일본 각료


지난 21일 야스쿠니에서 이른바 '추계예대제'라 불리는 제사행사가 열렸다. '추계예대제' 등과 함께 야스쿠니의 가장 중요한 행사 중 하나이다. 해마다 춘·추계예대제와 전쟁패망일(8월15일.일본식으로는 종전기념일)에는 나라 안팎의 관심이 야스쿠니로 집중된다. 정계 주요 인사들의 참배 여부가 주요 관심사이다.

올해도 다카이치 일본 총무상이 야스쿠니를 찾아왔다. 2014년 총무상에 취임한 이후, 각료 신분으로 봄·가을 예대제와 패망일에 단골로 얼굴을 비치는 인물이다. 전형적인 우익인사이다. 다카이치 총무상은 낮 12시쯤 야스쿠니를 찾아 본전에서 참배했다. 방명록에 '총무대신 다카이치 사나에'라고 적었고, 자비로 '공물료'도 냈다.

기자들 앞에서 선 다카이치. '한명의 일본인으로서, 순국한 분들의 영혼에 존경심을 갖고 감사의 정성을 바치고 유족 여러분의 건강과 평화를 빌러 왔다'고 당당히 말했다.

아베 총리는 이번에도 공물을 보냈다. 공물용 화분에는 '내각총리대신 아베 신조'라고 써 넣었다.2013년 12월 방문 이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공물을 보내고 있다. 총리 이외에도 후생노동상 등이 예물을 보냈다. 대신, 총리 보관과 문부차관 등은 직접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개인적 행위"..그러나 직함을 걸고 하다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가 직접 방문하지 않고 공물로 대신하는 것은 한국과 중국 등의 반발을 의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북한의 도발행위를 억제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에서 전략적인 판단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 물론 직접 참배와 공물 봉납의 차이점은 별로 없어 보이다.


자민당과 민진당, 일본 유신회 등 여야를 아우른 의원 90여명은 아침 일찍 야스쿠니를 참배했다. 이른바 '다함께 야스쿠니를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이다. 이들도 봄·가을 예대제와 패망일마다 야스쿠니에 나타나고 있다. '공모죄 법안', '아베부인 아키에 스캔들' 등으로 맞서 다투던 분위기와은 사뭇 다르다.

스가 관방장관은 총리나 의원들의 에물 봉납 또는 참배행위는 개인 차원에 이뤄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직함을 걸고 공개적으로 이뤄지는 행위, 언론 앞에서 인터뷰까지 당당히 하는 행위를 개인 차원이라고 주장하는 논리구조가 놀랍다.

일본에 출몰하는 '나치의 추억'

독일 파시즘은 전세계적으로 금기의 대상이다. 일본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적용하는 방식은
많이 다른 듯하다. 문제가 있기 때문에 막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표현'을 해서는 안되는 상황에서만 금기라는 표현이 더 정확하다.

일본 정부는 최근 히틀러의 저서 '나의 투쟁'을 학교 교재로 쓸 수 있도록 허용했다. 비판적 관점을 조건으로 걸었지만, 사실상 군국주의 교육의 연장선 아니냐는 비판이 일본사회에서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독일 파시즘을 상징하는 '나치'를 연상시키는 문양이 공공장소에서 공공연히 등장하고 있다. 최근 일본 프로축구 J리그 경기장의 응원석에 나치 친위대와 흡사한 문양이 등장해 논란을 빚었다고 마이니치 신문이 보도했다.


응원단이 흔든 깃발에 찍힌 문양이 나치 친위대 'SS'의 문양과 대동소이했다. SS는 히틀러 정권을 유지한 핵심조직이다. 유대인 대량학살 등에 관여한 것으로 악명 높다.

물의를 일으킨 곳은 '감바 오사카'팀의 응원단이었다. 구단은 응원단에 주의를 주는 한편, 응원단원 60여 명이 당분간 공식경기 입장을 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문제의 응원단은 단지 디자인일 뿐이었다는 입장이지만, 나치 친위대 유사 문양의 깃발을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고 한다. 우연이 아닐 개연성이 높다는 뜻이다.

독일 같았으면 엄청난 사회적 역풍과 함께 당연히 법적 제재를 초래했을 일들이 일본에서는 공공연히 이뤄지고 있다. 일련의 사태는 갈수록 기세를 높여가고 있는 일본내 극우 군국주의 세력과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나신하기자 (danie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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