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호의 사서삼매경] (12) '연환' 문재인 대 박근혜·박지원의 대결

southcross 2017. 4. 22.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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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숫자가 많을 때는 대적하면 안 된다. 계책을 써 스스로를 묶도록 해야 한다. 세를 약하게 하는 것이다. 군을 이끌며 중도를 취하니 하늘의 총애를 받는 것과 같다. (삼십육계 중에서)

대선 관련 여론조사. 세계일보 자료사진

대선이 한창이다. 대세론이 타격을 받으면서 양강 구도가 형성됐다. 여론조사가 엎치락뒤치락이다. 무선전화 비율이 높으면 누가 우세하다. 유선전화일 때는 누가 앞서거나 비등하다. 여러 조사를 비교하면서 의문이 든다. 전 국민이 휴대전화를 들고 다니고 어르신들도 스마트폰을 잘 쓰신다. 무학을 겨우 면한 필자의 어머니도 한 번 알려 드리면 밴드나 카카오톡을 하시는데 불편이 없다. 다시 묻는 일은 많이 없다. 전화 오면 키패드나 터치패드를 누르는 건 같을텐데 결과가 널뛴다. 집에 주로 계신 분들이 특별한 경향을 가졌을까. 국번의 차이일까. 같은 성남이라도 수정구에 주로 걸 수도 있고 분당구에 주로 걸 수도 있지는 않을까. 선거를 잘 아는 이들은 추세만 본다고 한다. 추세가 대세를 만들기도 하고 대안을 만들기도 한다. 추세가 진실하게 국민의 뜻을 읽어낼까. 여러 해부터 든 의심이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좌)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세계일보 자료사진

양강 구도가 돼버린 상황에서 문재인 후보는 한 번 졌다. 대세론이 대안론을 허용하면 진 셈이다. 소위 '운동권'처럼 순수하면서도 맹목적인 자신감에 기인했다고 본다. 겉으로 문 후보는 안철수 후보와 다투고 있다. 속을 보면 문 후보는 문 후보와 싸우고 있다. 과거 DJ는 '빨갱이DJ'와 싸웠다. 누군가 내 얼굴에 덧그린 그림이다. 그 붉은 물감을 걷어내기 위해 JP와 손잡았다. 실상 문 후보가 싸우는 건 어느 순간 친문이 돼버린 친노패권주의라는 프레임일 수 있다. 가장 큰 적은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진 자신이다. 지난 2차 토론에서 문 후보는 사드 배치와 북한 주적론에 관련해 폭격을 당했다. 사드를 배치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고 하니 맹폭이다. 반도국가가 자기 카드를 다 보여주면서 강대국과의 수싸움에서 대등할 수 있겠는가. 상당기간 전부터 북한 정권과 주민을 분리해서 접근해왔다. 국방부도 적으로 썼지 주적으로 쓰지 않았다. 적으로 따지면 일본이 더 무섭다. 북한이 주적이면 우리는 채널A '이제 만나러 갑니다'에서 탈북미녀들을 볼 수 없다 이 땅에 발붙여서는 안 될 주적들이기 때문이다. 당연한 말들을 당연하게 하지 못했다. 누군가들이 따르는 '달님'이 호사가는 아닌 듯 싶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그 다음 적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일 수도 있다. 박 전 대통령을 두고 골수 지지자들이 원하는 것은 비교적 안락한 재판 과정이겠다. 소화불량이 생겨 잘 먹지 못한다고 한다. 최순실씨만 안 만났어도 비참함은 면했겠다. 홍준표 후보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정치적 사체'라고 평했다. 괴팍한 입으로 확인사살했다. 두 번 세 번 죽였다. 이전에는 잘못 뽑은 '미스 춘향'이라고 했다. 박 전 대통령을 설거지를 해야하는 춘향 아가씨로 여겼나보다. 사람에게도 듣는다는 돼지 흥분제로 갓 스물이 된 여자를 강간하는 과정에 가담했었다고 본인의 에세이에 썼다는 설이 있다. 스스로 고백했는지 대필작가가 엄청난 상상력을 발휘했을지는 차차 밝혀지겠다. 탄핵을 주장하던 국민들 중 일부는 박 전 대통령을 구속할 필요가 있겠냐는 생각을 했겠다. 탄핵으로 죗값을 받았기 때문에 사법으로 죗값을 더하는 것은 그들에게 이중처벌처럼 느껴지겠다. 지근에 있던 이들은 책임을 씌우거나 어떻게든 이용하려 든다. 박을 깨뜨려 대박이든 중박이든 꿈꾸고 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좌)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연합
박지원 대표와 문 후보는 앙금이 있어 보인다. 대북송금이 발단인 듯 싶다. 박 대표는 수억여달러라는 어마어마한 돈이 북한으로 흘러갔냐는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이후 북의 핵과 미사일이 향상됐다. 수년 후 북은 핵실험을 했다. 한두 달 벼락치기로 가질 수 있는 핵이라면 우리도 올 여름에 핵보유국 대열에 끼겠다. 무궁화꽃이 철없이 피는 셈이다. 최후의 한 발이 어디로 떨어질까. 조마조마한 필자는 어떻게든 서울 지하철 5호선으로 숨을 작정이다. 가장 깊고 한강을 넘을 수 있다. 마중물을 누가 부었느냐에 대해서는 논란이 많겠다. 과거 박지원 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정일의 대화에 대해 잘 안다 했었다. 북한 '최고 존엄'의 은밀한 말들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했었다. 혼자만 알지 않았으면 좋겠다. 양박이 손뼉을 쳤을지 궁금하다. 2차 토론에서 홍 후보는 안 후보에게 박지원 대표의 안위를 물었다. 박 대표를 내보낼 수 있냐 없냐를 물었는데, 저승에 있는 스티브 잡스가 튀어나오고 창업주 이야기가 나왔다. 홍 후보는 안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박지원 대표가 '대북 대통령'이 된다 평했다. 박 대표를 안 후보가 어떻게 할 수 있냐 없냐에 관해서는 단 하나의 실마리도 나오지 않았다. 홍 후보가 알았다고 하고 말았다. 엔터테이너적 기질로 '전교 1등'에게 시원찮은 답변이 나오지 않을 것이란 걸 직감한 듯 싶다. 
영화 `적벽대전` 캡처
연환은 묶는 계다. 어떻게 잘 묶느냐에 따라 천지 차이다. 삼국지연의를 기반으로 이야기한다. 옛 중국 삼국시대에 왕윤은 미녀 초선을 미끼로 맹장 여포와 실력자 동탁을 엮었다. 동탁은 여포의 창에 비명횡사했다. 다른 연환은 적벽에서 나타났다. 조조의 수군을 불로 태워버려야 하는데 묶이지 않았다. 유비의 책사 방통이 넌지시 배를 묶도록 제안했다 한다. 사슬로 묶인 조조의 배들은 불타기 좋았다. 황개의 고육계와 연환되면서 조조의 어중이떠중이 대군은 숯이 됐다. 연환은 어떻게 연결시키느냐가 관건이다. 상관없어도 상관있는 것처럼 만든다면 신묘하겠다. 삼십육계에서 연환은 적이 스스로를 옭아매도록 하는 데에 중점이다. 적이 알아서 망하려면 계책과 계책을 절묘하게 연결시켜야 하다. 연환이 어려운 것은 이 때문이다.

하정호 기자 southcros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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